한동훈 법무부의 ‘가석방 없는 무기형’ 국무회의 통과…찬반 논란 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신설안이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법무부가 도입하려는 형법 개정안은 기존 무기형을 ‘가석방 있는 무기형’과 ‘가석방 없는 무기형’으로 나누고, 법원이 무기형을 선고할 때 가석방 여부를 함께 선고토록 하는 내용이다. 살인 등 흉악범죄자들의 죄질에 따라 단계적 처분을 내리겠다는 취지다.
법무부 “흉악범 영구 격리…피해자·유족 우선”
법무부는 이날 개정안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 “피해자 유족들은 무기수도 (복역 20년 후엔) 석방이 가능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호소하고 있고, 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다”며 “흉악범이 사회로부터 격리될 수 있는 실효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신당역 살인 사건’ 범인 전주환(32), ‘노원구 세 모녀 살해’ 범인 김태현(27) 등을 예로 들며 “가석방으로 풀어주지 말라”던 유족 측 호소를 인용했다. 특히 김태현에 대해서는 2심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오랜 기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일부 학계 비판을 무릅쓰고서라도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으로 집행돼야 마땅하다는 의견을 밝힌다”고 했던 점을 함께 적시했다.
법무부 “사형제와 병행” vs 대법원 “위헌 소지”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1997년 집행을 끝으로 사실상 폐지 상태인 사형제의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최근 ‘신림동 흉기난동’ ‘서현역 흉기난동’ 등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정부·여당은 사형제와 병존하는 형태로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 8월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두 제도는 함께 운영될 것”이라며 “사형제가 존치되지 않을 경우, 유영철·강호순·정두영 등 사형수 59명을 계속 수감할 법적 근거가 있을지 등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론도 크다. 범죄자를 개선·교화할 수 없는 ‘느린 사형’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8월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사형제 폐지를 전제로 논의되어야 한다”며 “선진국에선 위헌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폐지하는 추세”라고 사실상의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2010년 사형제 합헌 결정 당시 가석방 없는 무기형에 대해 “자연사할 때까지 수용자를 구금한다는 점에서 사형에 못지않은 형벌이고, 수형자와 공동체의 연대성을 영원히 단절시킨다는 점에서 위헌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응보의 목적 외에 범죄 예방에 있어 효과적이라고 보기엔 다소 어렵다”고 지적한 점을 언급했다.
실제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사형제 & 가석방 없는 무기형’의 병존 형태는 캘리포니아·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 등 미국 27개주에서 확인된다. 사형도 가석방 없는 무기형도 없는 알래스카주를 제외하면, 뉴욕·일리노이·아이오와 등 나머지 22개주는 사형제 없이 가석방 없는 무기형만 운영한다. 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도 이 형태인데, 대부분 특정 범죄행위에 대해 예외적으로 가석방을 불허한다. 독일의 경우 사형제 폐지 이후 도입한 가석방 없는 무기형에 대해 연방헌법재판소가 1977년 위헌 결정을 했다.
개정안은 곧 국회로 넘어간다. 현행 20년인 가석방 요건을 30~50년으로 늘린다거나, 연령별 기대수명에 기초해 최저 복역기간을 설정하는 ‘상대적 종신형’ 정비론이 다시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9일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의 전제’ 보고서에서 “도입 시엔 특별 감형 절차나 상대적 종신형과 같은 완충안을 검토하고, 적용 범위나 요건을 세분하여 지나친 적용범위 확장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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