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은행 종노릇" 尹 한숨에…은행주 일제히 내림세
올해 초 은행들의 막대한 성과급 지급을 ‘돈 잔치’에 비유한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종노릇’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은행권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30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강도 높은 은행 비판 발언은 지난주 5대 금융 지주의 실적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나왔다.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대 금융 지주는 올해 3분기까지 16조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올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한 상태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은행권이 여전히 높은 수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민생 현장에서 만난 소상공인이나 서민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에 허덕이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은행권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에도 은행들의 막대한 성과급 지급을 ‘돈 잔치’에 비유하며 은행권에 서민금융 및 상생 금융 확대를 압박해왔다. 이날 윤 대통령이 ‘돈 잔치’보다 수위가 센 ‘종노릇’ 발언을 내놓자 당장 "상생 금융을 추가 확대하는 것 아니냐"하는 전망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발표된 금융권의 다양한 상생 금융 활성화 방안 규모는 1조1479억원(금융권 발표 기준)에 달한다. 이는 수수료 및 금리 인하, 연체율 감면, 원금 상환 지원, 채무 감면 등 소비자가 받게 되는 혜택 규모를 합산한 것이다. 지난 8월 기준 금융권이 실제 집행한 상생 금융 실적은 47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은행을 대상으로 이른바 ‘횡재세’ 도입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도한 수익을 올린 기업에 대해 법인세 이외에 추가로 물리는 조세다. 고금리 상황이 은행에는 일종의 ‘횡재’였으니 추가 조세 의무를 지라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기본적으로 횡재세 도입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은행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자칫 시장 논리나 구조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그동안 정부 정책 방향대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이윤을 추구한 것일 뿐”이라며 “시장 금리가 올라 있는데 대출 금리를 억지로 낮추면 바로 역마진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상생 금융에 1년 내내 협조했는데 받은 성적표가 이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더 적극적인 사회 공헌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주문도 있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이자 이익을 많이 가져온 것이 사실”이라며 “순익의 일정 부분을 출자해 별도의 서민금융이나 중소기업 지원은행, 벤처캐피털 펀드 같은 것을 만드는 방식은 어떨까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은행 종노릇’ 발언이 대출금리 인하 압력으로 해석되면서 이날 증시에서 은행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550원(3.76%) 떨어진 3만9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KB금융과 신한지주는 전 거래일과 비교해 각각 2.67%, 2.57% 떨어지면서 2%대 하락률을 보였다. 우리금융지주 종가는 1만188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70원(1.41%) 내렸다.
김경희·오효정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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