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카카오 “삼성식 준법 감시 기구 만들겠다”...경영쇄신 나선 김범수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맞닥뜨린 카카오가 ‘삼성식 준법 감시 기구’를 만든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범수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구속 기로에 놓이자 내놓은 비상 대책이다.
무슨 일이야
30일 오전 김 창업자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여 명과 ‘공동체 경영 회의’를 열었다. SM엔터 시세 조종 의혹이 각 계열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기 위해서다. 카카오에 따르면, 주요 경영진은 현 상황을 최고 비상 경영 단계로 인식하고 이에 대응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한다.
김 창업자는 회의에서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의 준법 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동체 전반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카카오 경영진은 각 계열사의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기구를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추후 회의를 통해 준법 감시기구의 구성이나 형태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앞서 카카오는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역할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더 강력한 비상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조사하고 외부 통제를 통해 준법 경영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카카오는 “경영진은 앞으로 매주 월요일 공동체 경영 회의를 열고 경영 쇄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게 왜 중요해
그동안 전문경영인이나 CA협의체 등에 경영 현안을 맡겨온 김 창업자가 이번엔 직접 목소리를 냈다. 그만큼 김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 경영진의 위기감이 전례없이 크다는 방증이다. 김 창업자의 신임 하에 투자를 총괄했던 핵심 임원(배재현 투자총괄 대표)은 지난 19일 구속됐고 최근엔 김 창업자에 대한 구속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26일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경영진과 두 법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금감원은 김 창업자에 대해 “공모 정황이 확인된다”면서 추가 송치를 예고했으며 “범행은 내·외부 통제를 받지 않는 비공식적인 의사 결정 절차로 진행했고, 법무법인 등을 통해 범행 수법이나 은폐 방법을 자문받는 등 내부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자가 직접 경영 쇄신 의지를 드러낸 것. 그러나 일각에선 ‘너무 늦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2~3년 간 카카오는 경영 쇄신을 여러번 다짐했으나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반복됐지 않느냐는 것.
준법감시기구, 실효성 있나
준법감시기구는 외부 인력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삼성의 준법 감시위원회와 같은 방향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이사회 바깥에서 통제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하고, 삼성 계열사 전반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독립적 기구로 두고 있다. 위원회는 시민사회, 학계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늦기도 늦었지만, 정답도 아니다”며 “이사회의 감사위원회 등 기존 감사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권한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 새로운 감사기구가 제대로 기능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름뿐인 ‘옥상옥’을 두는 것보다는 기존의 감사위원회를 강화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감사위원을 뽑는 단계부터 주주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선출을 해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특히, 카카오가 약 27%의 지분을 보유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지위도 위태롭다. 시세조종 처분이 카카오 ‘법인’에도 적용된다면 카카오는 뱅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대주주(한도 초과 보유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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