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단지, 같은 평형인데 3.4억 차이…100개 넘게 쪼갠 분양가
지난 29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자이’ 견본주택을 방문한 윤모(39)씨는 분양 상담을 받다가 깜짝 놀랐다. 84㎡(이하 전용면적) A타입 분양가가 층수 등에 따라 35가지로 쪼개져 있어서다. 다른 6개 타입까지 합치면 84㎡ 분양가만 108개다. 저층 최저가(11억13만원)와 테라스 평면 최고가(14억4026만원)의 차이는 3억4000만원에 이른다. 윤씨는“같은 단지, 같은 평형인데 분양가가 많이 달라 당황했다”고 말했다.
‘분양가 차등화’에 나선 신규 분양 아파트가 잇따르고 있다. 분양 단지는 주택 타입별로 3~4개, 층별로는 저층과 중간층, 최상층 등 5개 안팎으로 가격대를 구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분양가를 수십, 수백 개로 쪼갠 사례가 속속 나온다. 같은 면적인데도 타입과 층수는 물론 동의 위치나 방향, 조망 여부에 따라 분양가를 달리 매긴 것이다.
동부건설이 경기도 용인시에서 분양 중인 ‘용인 센트레빌 그리니에’ 84㎡는 분양가가 총 61개로 나뉜다. 전체 일반분양 물량이 171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84㎡를 15개 타입(A~O)으로 세분화한 뒤 층수별로 한 차례 더 나눈 결과다. 저층 최저가(6억6613만원)와 고층 최고가(9억3264만원)의 차이는 2억6000만원 정도다.
DL이앤씨가 용인시 기흥구에 짓는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는 전체 999가구가 동·호수별로 가격이 정해졌다. 718가구가 공급되는 84㎡의 경우 가격이 같은 일부 동·층 가구를 빼면 분양가가 400여 개다. 이 아파트 시행사인 엠디엠 관계자는 “가구별로 여러 조건을 꼼꼼히 따져 분양가를 세분화했다”고 말했다.
건설사나 시행사는 주변 시세와 땅값·건축비 등 원가를 고려해 분양가를 정한다. 평균 분양가가 나오면 주택 타입·층·향·조망·개방감 등 항목별로 가중치를 둬 개별 가격을 산정한다. 타입은 가로로 길쭉한 판상형(ㅡ자형)과 ‘Y’자 등의 타워형이 기본이지만, 방이나 거실 크기를 늘리고 줄이는 식으로 평면을 다양화한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제한된 용적률 안에 많은 집을 넣거나, 규모가 커서 블록을 3~4개로 나눈 단지는 같은 평형이라도 전용면적이 조금씩 차이 난다”며 “주택 타입이 많아진 원인”이라고 말했다.
1~3단지로 구분돼 대지면적이 제각각인 ‘이문 아이파크자이’가 그런 경우다. 이 아파트 84㎡ A, B타입 간 전용면적 차이는 0.03㎡에 불과하다. 분양대행사인 루트이앤씨 김동하 부장은 “설계상 전용면적이 0.0001㎡(소수점 네 자리)라도 다르면 같은 타입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 선택을 고려했다기보단 어쩔 수 없이 ‘타입 다양화’로 가게 된 셈이다.
또 층수는 높을수록, 향은 정남향에 가까울수록 분양가를 높게 매긴다. 일조량이 가장 풍부한 정남향(100점)을 기준으로 남동향은 99.5점, 남서향은 99점으로 차등화하는 식이다. 동간 거리나 공원·강 조망에 따라서도 가격 차를 둔다.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저층과 최상층 간 분양가 차이는 대략 10% 안팎인데 산이나 강 조망이 가능하면 20%까지 벌어진다.
층별 가격을 세분화하고, 저층 가격을 낮게 잡는 건 건설사의 마케팅 전략과도 연관돼 있다. 평균 분양가 대비 가격이 저렴한 점을 부각해 소비자 계약을 유도하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세분화는 사업주의 판매 전략이나 설계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부정적 시각도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주택 타입이 다양해도 면적은 비슷하면서 오히려 분양가는 더 높은 경우가 있다”며 “분양가를 너무 잘게 쪼개면 소비자를 혼란케 해 의사결정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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