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10개 더 지어 가뭄 해결? 환경부의 무책임한 계획
[강제윤 기자]
▲ 가뭄에 바닥을 드러낸 주암댐. 댐 건설 더 한다고 물이 채워질까? |
ⓒ 강제윤 |
환경부가 기후위기에 따른 물 부족 대응책으로 다시 또 대규모 댐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환경부는 향후 신규 댐 10개 건설을 추진 중이다. 환경부 신규 댐 수요 조사 때 댐 건설을 신청한 지역도 15곳이나 된다. 그런데 물 부족 해결에 과연 댐 건설만이 유일한 대안일까?
지난해부터 올봄까지 이어진 완도, 신안 지역 섬들을 비롯한 광주 전남 내륙지방의 극심한 가뭄과 올 8월 수도권 집중호우의 원인이 기후위기 때문이란 진단이 나온 뒤, 환경부는 신규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감사원도 지난 8월, 2031년부터는 매년 최대 6억2600여 만 톤의 물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물 부족 예측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이를 바탕으로 환경부는 긴급히 전국 10곳의 신규 댐 건설 및 기존 댐 리모델링을 위한 기본 구상과 타당성 조사에 93억 원의 예산을 반영했다. 2018년 9월 '국가 주도 대규모 댐 건설 중단'을 선언한 지 5년 만에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
학계 일부에서는 댐 건설은 "토건이 아니라 물복지"란 주장까지 나왔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건연 경북대 명예교수(토목공학과)는 "그동안 '토건 사업'이란 비판에 신규 댐 건설이나 보 사업이 주춤했지만 기후위기를 맞아 이제는 복지 차원에서의 효과적인 물 관리 방안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많은 언론들도 댐 건설을 추진 중인 외국의 사례를 들며 더 많은 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섬 물 부족은 기후위기 탓이 아니다
그런데 기후위기에 따른 물 부족 사태 해결이 신규 댐 건설로 가능할까? 최근 필자는 인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주최로 열린 '기후 위기 시대 섬지역 지속 가능한 물공급 및 관리 방안 토론회' 주제발표를 한 바 있다. 필자가 제시한 섬 지역 물 문제 해결 방안은 상수도, 관정 등 기존의 물 공급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되 보조 수단으로 해수 담수화 시설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토론회는 '기후위기 시대 섬 지역 물 문제 해결 방안'이란 제목이 달렸지만 실상 섬은 기후위기와 무관하게 만성적 물 부족에 시달려 왔다. 기후위기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이 더 큰 이유였다. 우리나라 전체 463개의 유인도 중에서 120개나 되는 섬이 아직도 상수도 시설이나 해수담수화 시설도 없이 관정이나 샘물, 빗물, 개울물 등에 의존하고 있다. 식수 운반선에 의지해 물을 공급받고 있는 섬도 23개나 된다.
▲ 가뭄에 바닥을 드러낸 소안도 댐 |
ⓒ 강제윤 |
지난해부터 올봄까지 전남 내륙지방과 남도의 많은 섬들이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에 시달린 것은 사실이다. 광주, 여수, 순천, 광양 등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총 저수용량 4억 5700만 톤의 주암댐마저 바닥을 드러내 저수율이 21%로 떨어지기도 했다. 화순 동복호도 저수율이 18%까지 떨어졌다.
광주시는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긴급히 영산강 물을 하루 3만 톤씩 끌어와 활용했다. 완도의 섬 넙도는 올 3월 31일까지 317일간이나 제한급수를 했다. 그 밖에도 완도와 신안 지역 많은 섬들이 극심한 가뭄으로 1일 급수 6일 단수까지 가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전남 지역 많은 섬과 내륙의 댐들이 바닥을 드러내자 댐이 있어도 속수무책이었다.
기후위기로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면 저수용량 4억 5700만 톤이나 되는 대규모 댐도 쓸모없게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다시 신규 댐 건설과 댐 규모 확장을 물 부족 해결 대책이라 주장하는 환경부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내륙이든 섬이든 아무리 댐이 크고 많아도 극심한 가뭄이 찾아오면 대체 댐의 물은 어디서 끌어다 채울 셈인가? 채울 물이 없는데 댐이 무슨 소용인가? 전 국토를 다 댐으로 만든다 해도 방법이 없지 않은가?
우리에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지구상에서 댐은 결코 물 부족 사태의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댐을 채울 빗물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기존의 물공급 시스템은 그대로 활용하되 부족분에 대해서는 댐 건설이 아니라 해수 담수화 등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댐 하나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보완재가 있는 것이 더 안정적이지 않겠는가?
기후위기든 아니든 지구상의 물 총량은 변함이 없다. 홍수가 나도 극심한 가뭄이 들어도 지구상의 물은 늘 같은 양이 존재한다. 그저 같은 양의 물이 순환할 뿐이다. 그런데 지구의 물 거의 전부는 바다에 있다. 지표면의 70%가 물로 덮여 있는데 이중 97%가 바닷물이고 담수는 3%에 불과하다. 담수 중 2%는 빙하나 빙산 등으로 있어 활용가능하지 않다. 인류가 활용 가능한 담수는 전 지구상 물의 단 1%에 불과하다. 담수에만 의존하면 기후위기가 아니라도 인류는 이미 만성적 물 부족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기후위기 전에도 지구에서 식수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이 한 해에 340만 명 이상이었다. 또 UN 세계수자원개발 보고서는 벌써 20년 전인 2003년에 이미 2050년까지 적게는 48개국 20억 명, 많게는 60개국 70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이런 전지구적 물 부족 사태가 댐을 만든다고 해결되겠는가? 지구상 물의 1%에 불과한 담수만을 고집한다면 결코 해결될 수 없다.
▲ 국내최초 해수담수화 선박 |
ⓒ 강제윤 |
세계 담수화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200만 명이 하루 사용 가능한 1일 60만 톤 물 생산 가능한 해수담수화 시설 건설 중이다(2025년 완공 예정). 이스라엘 소렉(Sorek) B플랜트는 연간 생산능력 2억 톤의 해수담수화 설비를 통해 하루 75만 톤의 물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남 서산시 대산 산업단지에 GS건설이 1일 10만 톤 규모의 국내 최대 해수담수화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이다. 극심한 가뭄으로 뜨거운 맛을 본 전남도에서도 완도군 넙도·소안도·금일도(평일도)와 신안 증도 등 4개 섬 지역에 긴급하게 해수담수화 시설을 설치 중인데 넙도는 2023년 6월 완공됐다.
기재부가 인용한 글로벌워터마켓(GWM)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수처리 시장은 2025년이면 약 1000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 된다. 그런데 환경부는 대체 언제까지 댐 건설만을 유일한 해결책이라 주장할 셈인가? 극심한 가뭄이 들자 채울 물이 없어 무용지물이 됐던 댐들을 보고도 신규 댐 건설만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환경부는 더 이상 댐 건설이라는 낡은 해법에만 매달리지 말고 새로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기존 댐을 파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존의 댐은 적극 활용하되 극심한 가뭄이면 무용지물이 되는 신규댐 건설보다는 더 안정적인 보완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지구상 물의 97%나 되는 해수의 담수화가 가장 유력한 보완책이 될 수 있다. 하나의 보험보다는 두 개가 더 낫지 않을까? 표층수와 섞이지 않아 안전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데다 채취 과정에서 오염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매장량이 무제한인 해양 심층수 개발에 더 적극적인 투자도 또 하나의 해법이다. 댐건설과 유지 예산을 이런 대안 시설에 투자하는 것이 물 부족 사태의 더 근본 해법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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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섬연구소 소장입니다. 섬연구소는 대한민국 섬둘레길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운영합니다. 위 글은 필자의 SNS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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