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태원 추도 '기획예배' 의혹... 신도들 "정치가 교회 이용"
[복건우, 김화빈 기자]
▲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 추도 예배를 위해 찾은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 사진은 추도 예배 다음날인 30일 촬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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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가 교회 측의 난색에도 대통령실의 요구로 진행된 '기획예배'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교회 신도들 사이에선 "교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추도 예배를 진행했던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의 A 부목사는 29일 소셜미디어에 "어제(28일) 오후 대통령실에서 전화가 와 대통령이 주일에 영암교회를 방문해 예배를 드리겠다고 요청했다"며 "(하지만) 담임목사님은 현재 화장실 공사 중이어서 어수선하고 마침 정책당회 날이라 더 크고 영향력 있는 교회 쪽을 추천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담임목사의) 거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교회는 (이태원 참사) 추도 예배를 기획한 적이 없다. 대통령실에서 '우리가 가니까 예배 하나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추도사를 낭독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교인들 앞에서 낭독한 게 아니고 참모들 앞에서 낭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회 측이 대통령실의 최초 제안을 고사했다'는 정황은 이 교회 장로가 쓴 글에서도 확인된다. B 장로는 30일 오전 교회 홈페이지에 윤 대통령 추도 예배 관련 글을 썼는데, 이 글에도 "교회 환경공사로 대통령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 어렵다고 하는데 굳이 많은 국무위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자 한 윤 대통령"이란 내용이 담겨 있다.
두 사람이 쓴 글은 현재 모두 삭제됐다.
▲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 추도 예배를 위해 찾은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 사진은 추도 예배 다음날인 30일 공사가 한창인 교회 내부 모습이다. 해당 공사는 지난 5일부터 시작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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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 추도 예배를 위해 찾은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 사진은 추도 예배 다음날인 30일 공사가 한창인 교회 내부 모습이다. 해당 공사는 지난 5일부터 시작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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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 추도 예배를 위해 찾은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 사진은 추도 예배 다음날인 30일 공사가 한창인 교회 내부 모습이다. 해당 공사는 지난 5일부터 시작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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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쓴 글의 내용대로 실제 영암교회는 한창 내부공사 중이었다. 30일 찾은 영암교회 입구에는 목재, 페인트통, 사다리, 손수레 등 리모델링에 필요한 집기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고 분주히 오가는 현장 노동자들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1~3층 복도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테이프가, 일부 문틀에는 제거되지 않은 비닐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화장실도 배관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사용할 수 없었다.
<오마이뉴스>와 만난 교회 관계자는 "10월 5일부터 내부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교회 신도들 사이에선 여러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교회 신도 C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주일) 공식 예배가 끝났고 (우리 교회에서 그동안) 이태원 참사 추모 예배를 공식적으로 해오지 않았는데 (29일 당시) 대통령이 왜 (교회에) 방문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라며 "대통령이 온다는 이유로 하나 밖에 없는 엘리베이터 통제돼 유모차를 이용하거나 몸이 불편한 신도들이 이용하지 못한 상황도 있었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진심으로 참사 1주기를 추모할 생각이었다면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해야 하는 것 아닌가. 권력을 이용해 교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불쾌하고 불편했던 신도들이 많았다. 목사님들도 굉장히 당황하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신도 D씨도 "신도들은 3부 예배 이후 (이태원 참사) 추도 예배가 추가로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언론을 보니) 마치 교회에서 추도 예배를 주최한 것처럼 나왔는데 금시초문"이라며 "(나중에 방송을 보니 추도 예배에) 신도들이 다 참석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일부 목사·장로와) 대통령실 관계자만 (추도 예배에) 참석했는데 마치 쇼를 하는 것 같았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정말 추모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추모대회를 찾는 게 맞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회에서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굳이..."라며 "대통령실에선 (성북구에 있는 우리 교회보다) 이태원이나 (추모대회가 열린) 서울광장이 더 가깝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서 기도하고 있다. 이날 추도예배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추경호 부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함께 했다. |
ⓒ 대통령실 제공 |
<오마이뉴스>는 영암교회 담임목사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E 부목사는 "교회의 종교적 기능이 있는데 (대통령실의) 추모하는 마음을 거절할 수 없어 예배를 드리게 됐다"라며 "성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공식 1~3부) 예배 이후 (추도 예배를) 드리는 걸로 합의한 것으로 안다"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추도 예배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 대신 "(이태원 참사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저희도 조금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듣도록 노력은 하겠다"고 말하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측의 1주기 추모집회 초청장을 전달받았으나 '정치 집회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불참을 결정했다. 대신 영암교회를 찾아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 추도 예배를 위해 찾은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 사진은 추도 예배가 진행된 교회 3층 본당 입구를 30일 촬영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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