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스마트 조선 패권 노린다…LNG선 불꽃 튀는 옥포만
지난 27일 쾌청한 하늘 아래 단풍이 물든 거제시 옥포만.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제1도크(선박 건조시설)에선 37층 아파트 높이(약 103m)의 주황색 골리앗 크레인이 손님을 맞았다. 거인의 손처럼 천천히 움직이며 블록(Block·선박을 구성하는 철 구조물)을 옮기면서다. 길이 530m, 폭 131m 규모의 제1도크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 중이었다. 선박 아래쪽에서는 작업복과 헬멧, 마스크로 중무장한 직원들이 용접 작업에 한창이었다.
거제사업장은 490만㎡ 규모로 여의도의 1.7배에 달한다. 지난 5월 한화그룹에 인수된 후 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오션’으로 새단장을 마치고 이날 처음 언론에 공개됐다. 작업복부터 안내도·건물·크레인까지 구석구석에 주황색 한화 로고가 선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골리앗 크레인의 기업 이미지(CI) 변경에만 3개월이 걸렸다”며 “밀려들어 오는 작업을 멈출 수 없어 휴일에 진행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미래 경쟁력의 열쇠를 ‘친환경’으로 제시하고, LNG 운반선 건조 등으로 사업을 전환 중이다. LNG선은 척당 3500억원이 넘는 고부가 선박인데, 이 회사의 현재 수주 잔량 99척 중 65척(66%)이 이에 해당한다. 이날 둘러본 제1도크에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조선이 만들어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모든 역량이 LNG선에 집중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곧 제2도크에서도 LNG선을 만들 계획”이라며 “내년 22척, 2025년 24척을 건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친환경 연구시설인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도 살펴볼 수 있었다. 고압가스의 위험성 때문에 야외에 설치된 실험센터에서는 각종 가스탱크와 파이프가 복잡하게 얽혀 LNG 재액화 기술 등을 실증하고 있었다. LNG 운반 과정에서 액화한 천연가스가 자연 기화하는데, 이를 다시 재액화하면 효율적인 수송이 가능해진다. 조두현 한화오션 에너지시스템연구팀장은 “현재까지 약 120척에 재액화 장치가 탑재됐다”고 자랑했다.
일손 부족이 걸림돌…‘스마트 야드’에 공들인다
또 다른 화두는 ‘디지털’이다. 기름밥과 쇳소리로 그려지는 기존 조선소를 로봇·사물인터넷·인공지능 등을 내세운 ‘스마트 야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디지털 생산센터를 통해 거대한 야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초당 1.5m 용접이 가능한 로봇도 선보였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위험한 작업 현장에 주로 투입할 계획이다.
로봇을 포함한 스마트 야드 구축은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2010년대 초중반 ‘수주 절벽’을 겪은 이후 조선 업계는 고질적인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5만 명에 달했던 거제사업장 인력은 최근 10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자동화 투자를 통해 인력난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오션은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 이상, 영업이익 5조원 이상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지난 3분기 매출 1조9169억원, 영업이익 741억원으로 호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12개 분기 만의 흑자다.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장(사장)은 “조선소는 고용 창출에서도 매우 중요한 산업”이라며 “선제 투자와 전략적 수주로 미래 조선 시장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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