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취한 듯한 빙의 체험이 10대 소녀에게 남긴 것

김형욱 2023. 10. 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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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톡 투 미>

[김형욱 기자]

 영화 <톡 투 미> 포스터.
ⓒ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미아는 2년 전에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엄마를 잃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지만 미아는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여전히 괴로워한다. 아빠한테 물어봐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그래도 그녀에겐 가족 같은 친구 제이드네 가족이 있다. 제이드뿐만 아니라 남동생 라일리와 엄마도 그녀를 품는다. 하지만 우울하다는 이유로 친구들 사이에서 겉돈다.

SNS에서 유행하는 '죽은 자의 손'을 통한 귀신 빙의 90초 챌린지를 하기 위해 또는 보기 위해 미아는 제이드를 부추긴다. 우울한 마음을 다스릴 겸 친구들도 사귀어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라일리도 따라나선다. 그곳에서 미아는 옛 남자친구이자 지금은 제이드의 남자친구인 다니엘을 만난다. 미아는 호기롭게 죽은 자의 손을 잡는다. "내게 말해"라고 말하면 귀신이 보인다. "널 들여보낸다"라고 말하면 귀신에 빙의한다.

그녀의 말마따라 '황홀한' 경험을 한 미아는 다음에 또 챌린지에 참여한다. 제이드, 라일리, 다니엘도 역시 참여해 다같이 챌린지를 즐긴다. 보는 이들로선 처음엔 무섭고 징그럽지만 계속 보면 괜찮은가 보다. 잘 놀고 파하려는데 라일리가 하고 싶다고 조른다. 마지못해 50초만 하려는데, 하필 미아의 엄마가 빙의된 게 아닌가? 엄마의 영혼과 계속 얘기를 나누고 싶은 미아, 그런데 라일리가 폭주하더니 얼굴에 심각한 자해를 가한다. 겨우겨우 말렸지만 엄청난 상처를 입은 라일리. 그리고 미아에게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데…

10대에 의한 10대를 위한 호러 영화

10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호러 영화의 특징이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친구 관계'다. 친구들 사이에서 겉돌거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때, 꼭 위험한 일이나 석연치 않은 일을 앞장서 하려 한다. 친구들이 머뭇거릴 때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며 이너 서클에 속해 보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에겐 반드시라고 할 만큼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

수백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명 유튜버 대니 필리푸와 마이클 필리푸 쌍둥이 형제의 장편 영화 데뷔작 <톡 투 미>의 주인공도 딱 그렇다. 엄마를 잃은 슬픔의 우울로 친구들 사이에서 겉돌 때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빙의 챌린지에 선뜻 도전한 것이다. 그때 다들 그녀를 쳐다보는 눈빛이 달라진다. "오, 네가? 다시 보이는데?" 하고 말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그 눈빛들을 즐긴다.

<톡 투 미>는 전 세계적인 영화 명가로 거듭난 'A24'의 역대 최고 흥행 역사를 새로 쓴 호러 영화다. 45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20배 이상 벌어들였다. 물론 이 작품도 '잘 만든 저예산' 영화지만 앞으로는 흥행 성적도 신경 쓰겠다는 선언과 다름 아니다. 이 정도 작품성만 보장된다면 A24의 미래는 더 밝을 게 확실하다. 선댄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등에 초청되었고 판타지아영화제,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등에서 수상했다.

마치 마약에 취한 것 같은 빙의 체험

<톡 투 미>의 중심에는 '죽은 자의 손'이 있다. 귀신을 부르는 도구다. 귀신을 불러 궁금증을 푸는 행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속되어 왔다. 서양의 위저보드, 동양의 분신사바, 비교적 최근에 SNS로 퍼진 찰리찰리 챌린지 등이 그것들이다. 이 영화는 '빙의'가 중점적이고 또 그 자체로 큰 위험성 없이 90초만 하고 빙의를 풀면 되기에 웃고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빙의된 이들을 보면 본래와 완전히 다른 얼굴이다. 대체로 추하고 위험하지 않아 보여 웃기다. 결정적으로 당사자의 말을 들어 보면 황홀한 체험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 번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속하고 싶어 한다. 마치 마약을 한 것처럼 말이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 청소년 마약 동향이 심상치 않은데 미국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최악이었다.

미국에선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코카인 위기가 있었고 1990년대 이후 오피오이드 위기가 있었으며 지금은 펜타닐 위기의 시대다. 최근 몇 년 새 미국 청장년 사망 원인 1위는 놀랍게도 펜타닐 중독이었다. 마약 때문에 미국이 망해 가고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을 정도다. 미래를 짊어질 청장년이 사라지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에서 '죽은 자의 손'을 잡는 건 마약의 길을 시작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들을 누가 어떻게 말릴 수 있을까. 죽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을까.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안타깝다. 

10대 소녀의 안쓰러운 심리 

<톡 투 미>의 또 다른 중심축은 주인공 미아의 심리다. 2년 전 엄마를 잃은 그녀, 하지만 엄마가 도대체 왜 그런 식으로 죽었는지 알 수가 없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건 '자살'인데, 설마 엄마가 딸인 자기를 놔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믿기 힘들다. 그래서 그녀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겉돌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하필 가족처럼 생각하는 친구의 동생에게 죽은 엄마가 빙의되니 묻고 싶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떻게 된 거냐고 말이다. 그녀는 엄마를 만나려고 홀로 '죽은 자의 손'을 잡는다. 이후 수시로 귀신을 보며 제대로 된 현실을 살아가지 못한다. 심각한 환각 증세로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무서운 게 아니라 안쓰럽고 안타깝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궁금해서 알고 싶은 10대 소녀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달된다. 왜 그녀는 어린 나이에 시련을 당해야 하는가.

영화는 지금 이 시대에 너무나도 적합한 소재로 10대, 관계, SNS, 챌린지, 마약 등이 버무려 있는 호러 장르를 표방하지만 미아의 불안한 심리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슬픈 감정을 숨기기 힘들다. 가장 무서운 장면이 가장 슬픈 장면이기도 하니 감정의 소용돌이가 엄청나다. 잘 만든 공포 영화는 당대를 문제적 상황을 적확하게 비추는 거울일 텐데 <톡 투 미>는 2020년대를 다방면으로 잘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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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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