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비하인드] "인간으로 성장한 4년" 26세 켈리 향한 SK의 선택과 정성
배중현 2023. 10. 30. 17:16
2014년 12월이었다. 새 외국인 투수를 물색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는 탬파베이 레이스 산하 마이너리그 소속 메릴 켈리(35·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게 주목했다. 켈리는 그해 트리플A에서 9승 4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한 유망주. 메이저리그(MLB) 콜업을 눈앞에 둔 20대 중반의 투수여서 국내 구단이 영입하기 쉽지 않았다. 당시 KBO리그 구단은 대부분 MLB 경력을 갖춘 30대 선수에 주목했다. 켈리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SK는 이적료를 지불하면서까지 그와의 계약을 밀어붙였다.
한국행을 고심한 켈리는 당시 마이너리그 동료 이학주(현 롯데 자이언츠)와 덕 매티스(전 삼성 라이온즈)에게 조언을 구했다. 고심 끝에 SK 유니폼을 입었지만, 오래 뛸 생각은 많지 않았다. 당시 켈리 영입에 관여한 구단 관계자는 30일 본지와 통화에서 "켈리는 아마 1년만 뛰고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던 거 같다. 선수를 뺏기기 싫은 탬파베이도 이적료를 높게 불렀다"고 귀띔했다. 첫해 11승을 따낸 켈리는 재계약했고, KBO리그와 인연은 2018년까지 4년(통산 48승)간 지속했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6년 10월, 당시 민경삼 SK 단장(현 SSG 대표)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외국인 감독(트레이 힐만)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켈리와 재계약하는 게 그의 지상 과제였다. 특히 미국 복귀 의사가 강한 켈리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두 시즌 에이스 역할을 한 켈리는 미국과 일본의 주요 영입 타깃이었다. 거취를 두고 고민하던 켈리는 "미국까지 와서 빠르게 계약을 추진한 구단 성의 감사한다"며 재계약에 사인했다. 단장이 직접 미국에서 협상한 '정성'에 큰 의미를 뒀다. 켈리의 한국행에는 선수의 결단이 결정적이었다. 그 결단을 더욱 빛나게 한 건 선수를 향한 구단의 노력이었다.
켈리는 2018년 12월 애리조나와 4년 최대 1450만 달러(188억원)에 계약하며 태평양을 건넜다. 이듬해 4월 '빅리그 데뷔' 꿈을 이뤘고, 올해로 5년째 애리조나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켈리는 지난해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서의 4년은) 그냥 도움이 된 정도가 아니다. 매우 큰 도움이 됐다. 투수는 물론이고, 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4년이었다"며 "덕분에 내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KBO리그 경험을 통해 새로운 환경과 타자에 대해 배우고, 그걸 적용하는 법을 익혔다"고 돌아봤다. 2016시즌 왼손 타자 공략에 어려움을 겪은 켈리는 컷 패스트볼(커터)을 연마했다. 커터는 현재 켈리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구종이 됐다.
켈리는 29일(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 7이닝 3피안타 1실점 쾌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후 현지 언론에서 켈리의 KBO리그 생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켈리는 "단 한 번도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내 커리어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4년간 한국에서 보낸 기억과 모든 여정을 사랑한다"고 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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