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언한 "3차 위성 10월 발사" 깜깜무소식…안 쏘나 못 쏘나

정진우 2023. 10. 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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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0월 중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30일 현재까지 관련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실어 발사한 천리마-1형.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시한 5대 국방 과업 중 하나인 정찰위성 시험발사 계획이 차질을 빚는 모양새다. 공언한 ‘10월 발사’가 무산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사 시기를 늦췄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8월 두 번째 정찰위성 시험발사가 실패로 돌아간 직후 10월 중 3차 발사를 예고했다. 하지만 30일 오후 현재까지 인공위성 발사 시설이 있는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는 아무런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앞서 두 차례의 위성 시험발사 이틀 전 세계항행경보제도(WWNWS)상 항행구역 조정국인 일본에 발사 계획을 통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월 중 정찰위성 시험발사는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동향과 관련해 현재까지 특이하게 확인되고 있는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5·8월 두 차례에 걸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로켓 ‘천리마-1형’을 시험 발사했다. 첫 발사에선 엔진 고장으로 로켓이 서해상에 추락했고, 2차 발사 땐 3단 로켓의 단 분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북한은 2차 시험발사 당시 채 3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발사 실패를 인정했다. 사소한 발사 실패 원인까지 염두에 두며 치밀하게 위성 발사 기술을 개발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였다.


“큰 문제 아니다”면서 왜?


군 당국은 지난 6월 북한 우주발사체 잔해를 인양해 기술력을 분석했다. 국방부 제공
북한은 2차 위성 시험발사 당시 “(로켓) 1단과 2단은 모두 정상비행하였으나 3단 비행 중 비상폭발체계에 오류가 발생했다”고 실패 원인을 자체 분석했다. 그러면서 “믿음성과 체계상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비정상적으로 작동된 원인을 빠른 기간 내에 해명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 스스로 설정한 3차 시험발사 기한을 넘기는 모양새가 된 건 그 자체로 인공위성 발사 기술은 물론 결과치를 분석하는 기술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2차 발사한 인공위성이 2단 분리 부터 비정상적으로 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1

실제 북한은 천리마-1형이 2단 분리까지 성공했다고 주장한 반면 군 당국은 2단 비행 단계에서부터 결함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섭 전 국방장관은 지난 8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이 발사한 인공위성이) 2단 비행부터 일부 비정상적이지 않느냐 하는 판단을 할 근거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단 비행부터 불완전하다고) 그렇게 보는 것이 합리적 평가”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위성 발사 실패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애초에 실패 원인을 축소 발표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북한은 2차 발사 실패 때는 발사 영상이나 사진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1차 발사 실패 때 잔해를 한국 군 당국이 수거, 군사적 효용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정도로 정밀한 분석이 이뤄지면서 기술 수준이 노출된 것을 의식한 조치로 읽힌다.


실패 용납 않는 3차 발사


당초 북한이 3차 위성 발사 시점으로 10월을 지목한 것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다. 북한의 2차 시험발사 직후 통일부 당국자 역시 “북한이 날짜에 의미 부여를 많이 하는 만큼, 가능하다면 노동당 창건일에 (위성 3차 발사) 일정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군사정찰위성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조한 5대 과업 중 하나다. 연합뉴스

하지만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을 훌쩍 지나고도 3차 발사에 나서지 않는 것은 기술적 한계에 더해 추가적인 발사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중압감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미 두 차례에 걸친 발사 실패로 대내적으로도 김정은의 자존심이 바닥에 떨어진 만큼 3차 발사마저 실패할 경우 북한의 핵 무력 강화 기조 자체가 의문시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북한은 이미 2차 시험발사 당시 실패 원인을 대수롭지 않은 사소한 결함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1·2차 발사 실패 당시와 달리 3차 시험발사 실패 땐 이를 해결하지 못한 국가우주개발국에 대한 문책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 ‘우주기술’ 흡수하며 전략적 지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연합뉴스
다만 지난달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성사된 북·러 군사 기술 협력이 가시화하며 자연스럽게 3차 발사가 미뤄졌을 수도 있다. 실제 북·러 정상회담은 러시아의 우주기술 개발을 상징하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이뤄졌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기술 개발을 돕겠다며 “회담 장소로 우주기지를 선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실제로 위성 발사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해줄 경우 이를 흡수해 북한이 보유한 위성 기술에 접목하거나 시험 발사에 적용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경우에도 2021년 10월 1차 발사에 실패한 뒤 2차 발사는 약 8개월 뒤인 2022년 6월에 이뤄졌고, 11개월 후인 지난 5월에야 3차 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이 3차 발사를 앞두고 숨 고르기에 나선 것도 결국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발사 연기일 수 있다.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은 2차 발사 실패 당시 사소한 결함이라 주장했지만 해결이 간단치 않은 기술적 문제일 가능성이 크고, 정작 3차 발사할 위성체 자체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러시아가 인공위성 기술을 이전한다 해도 이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활용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기술에 곧장 접목하긴 어려운 데다, 북한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기술 이전 후 다양한 시험 과정을 거칠만한 여건조차 마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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