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블랙리스트 백서는 엉터리, 만든 사람 만날 것"

이선필 2023. 10. 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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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문화체육관광부 출입기자 간담회... "지원 사업 선정, 내부 인사로 변화 모색"

[이선필 기자]

"(블랙리스트) 백서요. 저도 봤는데 제 이름이 104번? 나온다는데 엉터리입니다. 너무 무책임하게 자기들 입장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구체적인 서류가 있어서 짚은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소문에 의한 거라 크게 신뢰를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취임 4주 차를 맞이하고 있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 지원정책 쇄신과 지역성 강화를 강조했다. 아울러 블랙리스트 등 관련 논란 질문에도 거침없이 생각을 밝히는 등 시종일관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였다.

30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진 유 장관은 국무회의가 길어지며 예정된 시간보다 약 20분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회의 장소가 바뀌며 늦어지게 됐다 죄송하다"고 말한 유 장관은 "국정감사처럼 질문해달라"고 할 정도로 거침이 없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0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역 균형 발전 강조... 산하 기관엔 감사 의지 드러내

유 장관이 제시한 정책 방향성은 크게 관리 감독 강화 및 현장에 기반한 지원 정책이었다. "취임 후 정신 없이 달렸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장과 소통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생각했다"며 그는 "국민 삶에 가까이 다가가고 발로 뛰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취임식 때 발표한 대로 생계보조형 지원은 줄이고, 공간 및 법률과 홍보 마케팅 등의 간접지원을 확대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었다. 예술지원기관 및 산하 단체의 사업에서 중복되는 걸 제거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하는 사업의 구분도 확실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 주도 지원은 프로젝트 단위로 하되, 각 지자체 및 공기관 등과 협력하고, 창작자 개인 지원 및 생계 지원 등은 지자체에 일임한다는 기조였다.

사실상 기존 지원 제도나 기관 운영 방침에 큰 변화를 주는 셈이다. "생계보전형 지원도 의미가 있겠지만, 가능하면 지원이라는 게 창작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효과가 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유 장관은 "돈을 내려주고 끝내는 게 아니라 법률 자문이나 마케팅, 인력 지원 등 간접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을 받은 창작자나 그 작품은 확실히 그 가치를 인정받게 해주고 나아가 세계 무대로 진출하게 해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각종 지원사업 선정에서도 유 장관은 외부 전문가가 아닌 내부 직원이 해야 한다는 방침을 설명했다. "아직 결정하진 않았다"면서도 그는 "대부분 지원사업 심사가 전문가 풀을 만들어서 심사를 맡기는데 제가 (그 전문성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 심사가 된다"며 "담당 기관 직원은 전문가가 했으니 모른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책임질 사람이 없다. 콘텐츠 진흥원이든 영화진흥위원회든 내부 직원이 책임지고 일단 심사에 참여하면 인사엔 관여 안 하고 평생 심사만 하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관련해서 유인촌 장관은 산하기관 감사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26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문체부 산하 국립예술단체장 낙하산 인사나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우려 지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은 "뭔가 공공성 면에서 해이해지거나 느슨해진 게 있는 것 같다"며 "감사를 오래 안 한 기관을 우선으로 철저한 감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복안에 일선 관계자들은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례로 지적된 영진위 일부 위원의 경우에도 영화산업에 각자 역할이 있는 만큼 이해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관계 사업 심의나 의결 때는 관련자는 제외하도록 하고 있고, 회의록 또한 공개되며 제척 내용도 공개되고 있다(관련 기사: "문체부 감사 필요" 배현진 의원 지적에 영화인들 반발).

지원사업 선정을 내부 직원이 해야 한다는 유 장관 말에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오히려 그게 심사의 객관성을 해칠 수 있다. 기관 내부나 상부 기관의 입김 작용 방지를 위해 마련한 게 외부 전문가 풀인데 그걸 없애야 한다는 발상이 우려스럽다"며 "외부 전문가가 오히려 지원 사업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 부분을 보완해서 잘 운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백서 만든 분, 나온 분들도 만날 것"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0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반복해서 나오고 있는 블랙리스트 재발 우려에 유 장관은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인사 청문회나 언론 보도대로 국정원 문서나 관련자 증언, 블랙리스트 백서 내용에 언급되는 유 장관과의 관계성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오히려 유 장관은 "지원사업 선정이나 심사 방식을 바꾸자는 게 바로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블랙리스트 백서를 봤는데 제 이름이 104번인가 나온다는데 이걸 (명예 훼손 고발 등으로) 문제 삼아야 하는지 그냥 넘어가야 하는지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루자로 징계를 받은 문체부 직원 및 산하 기관 인력에 대해서도 유 장관은 "더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나간 문제라고 본다. 직원들 인사는 능력 위주로 자신들에게 맞는 일을 할 수 있게끔 할 것"이라던 유 장관은 "백서를 쓰신 분도 만날 것이고, 백서에 언급되는 분들도 만나서 의견을 나눠서 부문별 정책을 발표할 때 참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미 청문회 등에서 블랙리스트 존재를 부정하거나 연관성이 없다고 했지만, 영화 관련 모태 펀드를 운용하는 한국투자벤처에 과거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이 있는 인원이 신임 부대표로 임명되는 등 그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또한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지난 6년간 공판은 단 8회에 그칠 정도로 그 과정이 지난하고 복잡한 상황이다.

이미 한 차례 경험해서일까. 당시 정책과 방향성을 연계할 것임을 공표하며 유인촌 장관은 달라진 저작권 환경 및 OTT 플랫폼 다변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음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스스로 드라마를 완성할 수 있는 여건의 나라가 전 세계에 몇 안 되는데 방송사들은 지금 드라마 제작을 포기하고 있다. 외주로 돌리고 환경은 더 열악해지는 상황"이라며 "IP(지적 재산권, 저작권) 확보를 두고도 제작사나 창작자나 플랫폼 등 여러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있기에 그것을 잘 따져서 변화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취재진의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예술계 대원칙"을 묻는 말에 유 장관은 "안다. 그런데 그건 문화예술 그 자체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돈을 쓰는 차원에선 다른 이야기"라고 답하기도 했다.

"지금도 영진위 지원 행태를 보면 20년, 30년 전과 똑같다. 새로운 환경에 맞추서 바뀌지 않으면 산업이 더 침체될 것이다.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게 아니다. 현장을 얘기하는 것이다. 지원 정책을 바꾼다고 하면 좌파를 죽이고 우파만 혜택을 준다고 하는데 그 말을 하는 게 답답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문체부 입장에선 끊임없이 현장을 찾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안에 정리정돈을 해서 내년부턴 바뀐 환경에서 시작하겠다고 말씀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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