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신 인요한 압박…이태원 특별법 전략 수정한 민주

성지원 2023. 10. 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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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여당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여러 경로로 압박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가 특별법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자 여론을 업고 우회로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독립기관인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필요시 국회에 특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법 제정에 동참할 주체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대신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지목했다. 홍 원내대표는 “참사 1년이 다 되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ㆍ여당 반대로 여전히 국회에 묶여 있는 특별법 처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인요한 위원장이 밝힌 추모의 뜻이 진심이라면 특별법 합의 처리를 제1의 혁신조치로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 위원장은 전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했으나, 일부 행사 참여자들로부터 거센 항의와 야유를 받았다. 민주당 내에선 “인 위원장이 중도층 눈높이에 맞춘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특별법 처리를 위한 여론의 압박을 현 지도부보다 더 크게 느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한국일보가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과 여론조사업체 휴먼앤데이터 의뢰로 12~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다”고 본 응답자는 53%였고, “재발방지 대책이 없다”는 의견도 55%에 달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진작 통과됐어야 할 법안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정쟁화하며 발목을 잡고 있는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김 대표가 못하겠다면 인 위원장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설득하라”고 말했다. 최민석 대변인도 30일 논평에서 “대통령은 끝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초청을 차갑게 뿌리치고 대통령실 참모들, 여당 지도부와 자신들만의 추도 예배를 가졌다. 이런 상황에서 인 위원장 혼자 추도대회에 참석하면 그게 혁신인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특별법은 민주당 등 야4당 주도로 6월 30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됐고, 이후 8월 31일 행정안전위원회 의결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 이태원참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인순 의원은 26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법안 상정 및 논의를 촉구했다. 남 의원은 통화에서 “이미 여당의 의견을 받아들여 상당 부분 조정된 법안으로,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중인 이태원참사 유가족 천막을 방문했다. 김현동 기자


반면 여당은 법안의 내용 자체가 지나치게 야권 편향이라며 정치적 의도를 의심한다. 법안은 특조위원 11명 가운데 국회의장이 1명, 여야가 각각 4명을 추천하고 유가족단체에서 2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법사위원은 “좌파 시민단체에 자리를 마련해주고, 세월호 당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2탄처럼 우려먹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법 대신 국민의힘 주도로 행안위를 통과시킨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김 대표는 “참사를 정쟁에 이용할 생각을 가진 게 아니라면 이렇게 오랜 시간 법안 처리가 미뤄질 이유가 없었다”며 “소모적 논쟁보다 실질적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추모제에 함께 참석해 나란히 추모사를 했다. 홍 원내대표는 “특별법 합의 처리에 우리가 함께 손을 모았으면 좋겠다. 감추고 속이는 무책임하고 비정한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는 정쟁을 지양하고 국민이 실감할 수 있는 실효적 대책을 위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겸허한 마음으로 재발방지책과 유가족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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