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수치에서도 보이는 '홍명보식 우승'… 경솔한 플레이보단 답답한 게 낫다

김정용 기자 2023. 10. 3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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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이라는 말의 창시자 홍명보 감독의 팀답게, 울산현대는 우승 순간까지 철저하게 팀 플레이 위주로 경기했다.

2위 포항스틸러스(승점 60)와 승점차를 10점으로 벌린 가운데 팀당 3경기만 남았으므로 우승이 확정됐다.

울산은 엄청난 초반 기세에 비하면 최근 들어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지만, 달리 말하면 초반에 그토록 강했기에 경기력이 저하된 뒤에도 조기우승이 가능했다.

울산은 개인 플레이를 자제하고 팀 플레이를 해야 하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며, 경기 템포가 다소 느리다는 인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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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현대.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원팀'이라는 말의 창시자 홍명보 감독의 팀답게, 울산현대는 우승 순간까지 철저하게 팀 플레이 위주로 경기했다.


울산은 지난 29일 '하나원큐 K리그1 2023' 우승을 차지했다. 35라운드에서 대구FC에 2-0으로 승리하며 승점 70점(21승 7무 7패)이 됐다. 2위 포항스틸러스(승점 60)와 승점차를 10점으로 벌린 가운데 팀당 3경기만 남았으므로 우승이 확정됐다.


울산의 2년 연속 우승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고, 통산 4회다. 1996, 2005년 우승 이후 세 번째 우승까지는 17년이 걸렸으나 한 번 혈을 뚫자 리그 최강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통산 4회 우승은 수원삼성, 부산아이파크와 더불어 공동 5위다. 홍 감독은 2연패를 달성한 역대 6번째 감독이 됐다.


울산은 엄청난 초반 기세에 비하면 최근 들어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지만, 달리 말하면 초반에 그토록 강했기에 경기력이 저하된 뒤에도 조기우승이 가능했다. 시즌 첫 연패를 당한 7월 중순을 기준으로 나누면, 그 전에는 17승 2무 2패로 완전한 독주 체제였다. 첫 연패를 포함한 이후 성적은 4승 5무 5패다.


평균적으로 볼 때 울산이 리그 최강팀이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시원한 공격의 팀이었다는 이미지가 없지만 실제로 다득점 2위(경기당 1.66)였다.


울산은 개인 플레이를 자제하고 팀 플레이를 해야 하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며, 경기 템포가 다소 느리다는 인식이 있다. 이는 각종 세부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울산의 총 슈팅 횟수는 6위(경기당 11.80)로 중위권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페널티지역 안 슈팅은 2위(경기당 7.57)로 최상위권이었는데, 페널티지역 밖 슈팅은 12위(경기당 4.23)로 가장 자제하는 팀이었다. 슛은 적게 했지만 끈질기게 만들어가는 플레이 후 완벽한 기회를 추구했다는 의미다.


패스 횟수 1위(경기당 501.83)라는 건 지공 중심의 팀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팀 도움 개수가 2위(경기당 1.06)로 많은 반면, 드리블 횟수는 11위(경기당 1.97)로 최하위권이라는 점 역시 개인플레이보다 팀 플레이 위주라는 인상과 부합한다.


울산은 슛 횟수가 많지 않음에도 유효슈팅의 숫자는 1위(경기당 5.17)였다. 이는 그만큼 좋은 기회를 만들어갔다는 의미와 동시에, 선수들의 결정력이 높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심지어 울산은 프리킥 기회에서도 직접 올리기보다 간접적으로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를 선호했다. 프리킥 슈팅 숫자가 최하위(경기당 0.23)였는데 프리킥 상황에서 비롯된 유효슈팅은 1위(경기당 0.14)였다.


이동경(울산현대). 서형권 기자
울산현대. 서형권 기자

다만 패스 연결이 매 경기 상대를 박살낼 만큼 매끄러운 건 아니었다. 패스를 많이 돌리는 것과 어시스트가 많은 것에 비하면 키패스(동료의 슛으로 이어진 패스)는 5위(경기당 4.31)로 중간 정도에 불과했고 오프사이드가 2위(경기당 1.83)로 많았다. 역시 키 패스를 실제 어시스트로 연결해주는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주효했음을 보여준다.


이렇다보니 울산 선수 중 드리블, 어시스트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드물었다. 공을 지켜내고 지공을 계속 이어가게 하는 탈압박 부문에서 리그 1위 선수는 울산의 바코(24회), 공동 10위는 이청용(14회)이었다. 반면 공을 몰고 상대를 뚫고 전진함을 의미하며 경기 속도를 높여주는 드리블 기록에서는 팀내 1위 설영우(13회)가 전체 공동 15위에 불과했다.


공격이 후련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끈질긴 플레이를 매 경기 놓치지 않았다. 울산의 우승 동력과 더불어, 다음 시즌 3연속 우승을 노리려면 뭘 보완해야 하는지도 세부기록에 드러나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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