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사용 5배 증가”도 ‘그린워싱’…무늬만 ESG, 기준 엄격해진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감축하겠다.” 기업이 이런 경영 목표를 내놨다면 친환경 기업으로 볼 수 있을까. 앞으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로부터 ‘그린워싱(Greenwashing)’이란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워싱이란 녹색(green)과 세탁(washing)의 합성어로,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말한다. 위 기업의 경우, 기간별 목표와 근거 자료 등 구체성이 떨어져 친환경을 과장했다고 오해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31일 그린워싱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보다 정교한 평가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8개 분야로 나눠서 기업이 지킬 원칙을 사례와 함께 설명했다. 우선 기업의 환경경영 방침이나 목표 등을 표시‧광고할 때에는 달성될 시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기간·단계별로 구체적인 목표 계획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예를 들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50% 감축’이라고만 밝히지 말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2020년 대비 50% 감축 : (2024) 20% → (2027) 30% → (2030) 50%’로 구체적으로 표시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목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증 자료도 제시해야 한다.
“수치 등 활용해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재생에너지 사용량의 경우 ‘재생에너지 사용량 전년 대비 5배 증가’로 홍보하면 재생에너지를 일부만 사용했음에도 전체 전기 사용량으로 소비자의 오해를 유발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대신 ‘에너지 사용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 전년 대비 1.5배 증가’와 같이 실제 기업의 에너지 체계를 재생에너지로 확대 전환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표시하도록 권고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산업계 관계자와 환경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공동작업반이 9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마련됐으며 발간과 함께 바로 기업 홍보 활동에 적용될 예정이다. 장기복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가이드라인은 기업의 친환경 경영 활동 노력이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침서와 함께 친환경 위장 경영 활동 표시·광고 활동의 자발적 차단 여부도 함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가짜 친환경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교묘하게 속이는 그린워싱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부당 환경성 표시·광고’로 적발된 기업은 2019년 45개사에서 지난해 2676개사로 급증했다. 올해는 8월까지 1388개 기업이 그린워싱으로 적발됐다.
최근에는 ESG가 기업 경영의 필수적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제품뿐 아니라 기업 홍보에도 그린워싱이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제품 광고가 아닌 기업의 친환경 경영 활동이 그린워싱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뚜렷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해외 그린워싱 규제 등을 바탕으로 이번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배출권 상쇄 통한 탄소중립도 그린워싱”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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