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우리 소 잡는다…영남·제주 빼고 쫙 퍼진 전염병 공포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 확산세가 점점 빨라짐에 따라 한우 수출에도 비상등이 커졌다. 올 초 나타났던 4년 만의 구제역에 이어 럼피스킨병까지 발생하면서 한우 농가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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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수출 1위’ 홍콩에 일부 지역 수출 중단
이번 사태로 한우 수출 타격에 대한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한우 수출 발판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온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이 지난 4월 구제역 발생으로 물 건너가면서 쓴맛을 봐야 했던 정부는 이번 럼피스킨병 확산에 따른 영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한우 수출은 ▶홍콩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몽골 등 4개국에 이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한우는 올해 50.2t이 수출됐는데, 이 가운데 홍콩이 32.1t(63.9%)으로 가장 비중이 높다. 뒤이어 말레이시아(14.2t·28.3%), 몽골(3.5t·7.0%), 캄보디아(0.4t·0.8%) 순으로 이어진다.
가장 비중이 큰 홍콩의 경우 수입 위생조건이 ‘시도 단위’인 만큼 실질적인 수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이미 횡성축협은 홍콩에 대한 한우가공품 수출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아직 럼피스킨병이 발생되지 않은 영남과 제주 지역에선 수출이 가능하지만, 추가 확산이 이뤄진다면 수출이 제한되는 지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부터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된 식품) 한우를 수출하기 시작한 말레이시아는 사정이 조금 더 낫다. 수입 위생조건이 ‘농장 단위’이기 때문에 인근 지역에서 럼피스킨병이 발생했어도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말레이시아 역시 확산 범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몽골과 캄보디아는 별도로 체결된 위생조건이 없다.
“다음달 10일까지 접종 완료”…문제는 항체 형성기
중수본은 추가 타격이 없도록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사전비축 물량(54만두분)에 해외에서 긴급공수한 백신까지 포함해 총 400만두분의 백신을 다음 달 1일까지 전국 모든 지자체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수본은 이르면 다음 달 10일까진 전국 모든 소에 대해 백신 접종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까지 3주가량이 걸리는 만큼 그사이 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구제역의 경우 이동 차량과 사람을 소독하면 추가 전파를 일정 부분 차단할 수 있지만, 럼피스킨병은 차량이나 소에 붙어 이동하는 모기를 통해 추가 확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항체 형성 이전까진 언제든 위험에 노출된다.
“자가접종 쉽지 않아”…까다로운 피하접종에 우려도
일각에선 백신 접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근육주사인 구제역과 다르게 럼피스킨병은 피하 조직에 깊숙이 접종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까다롭다. 주사를 놓는 숙련도에 따라 접종 효과가 갈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중수본은 50두 미만 축산농가 약 7만호에 대해선 공수의를 동원해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50두 이상 축산농가 약 3만호는 농장주가 접종 인력 부족으로 스스로 럼피스킨병을 접종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은 “축산농가 대부분 고령층인데, 방식이 어려운 데다 힘도 없어 제대로 접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접종을 하더라도 백신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전문 인력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에 정부는 피하주사 접종 경험이 없거나 고령 등으로 자가접종이 어려운 농가는 지자체가 시도 수의사회와 협의해 접종 지원 방안을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읍면사무소에서 백신을 나눠줄 때 접종 방법과 주의 사항을 상세하게 전달할 것”이라며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경우 대한수의사회에서 적극 협조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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