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불안에 고금리 길어진다…"2%대 물가, 2025년에나 가능"
한국의 물가 둔화 속도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영향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고금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물가목표(2%) 도달 시점을 2025년 상반기 중으로 보고 있다.
30일 이동재 한국은행 물가동향팀 과장 등 연구진이 ‘주요국 디스인플레이션 현황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물가 둔화 속도를 비교한 결과 한국이 주요국에 비해 빠르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 9월까지의 월평균 하락 폭이 0.19%포인트로, 미국ㆍ유로지역보다 작았다.
미국은 지난해 6월 CPI가 9.1%로 정점을 찍은 이후 월평균 0.35%포인트 하락했고, 유로지역은 지난해 10월(10.6%)이 정점이었고 월평균 0.57%포인트 하락했다. 목표치인 2% 물가상승률 수렴률, 즉 디스인플레이션 진도율은 한국 61%, 유로지역 73.3%, 미국 76.1%였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ㆍ에너지 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의 경우 한국의 목표수렴률은 43.5%다. 미국(54.3%)보다 낮고, 유로지역(32.4%)보다는 높은 편이다.
미국과 유로지역은 한국에 비해 팬데믹 이후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았기 때문에 하락폭도 그만큼 큰 측면이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다만 각국 중앙은행과 투자은행(IB) 등 주요 기관이 전망하는 한국의 물가 목표(2%) 수렴 시점은 2025년 상반기로, 미국(2026년), 유로지역(2025년 하반기)보다는 빨랐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국의 물가 상승 둔화 속도는 지금과 유사한 속도로 갈 것”이라며 “한국 물가의 절대적인 수준이 주요국에 비해 조금 낮으니까 목표에는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국제유가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 미국ㆍ유로지역보다 ‘에너지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유가상승률이 10%포인트 상승시 근원상품가격 상승률 변화폭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근원상품가격 상승률 정점은 1년 6개월 후로 미국(4개월)ㆍ유로지역(1년)보다 늦었다. 하지만 그만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뒤로 갈수록 더 크고 지속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한국의 경우 원자재 대외의존도가 높은 데다, 달러 대비 원화값 하락의 영향으로 비용상승압력의 파급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간 정부의 전기ㆍ가스요금 인상 폭 제한, 유류세 인하 등의 정책지원이 물가 둔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국에 비해 물가가 덜 치솟은 대신 하락 폭이 줄고 둔화 시점도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전·가스공사의 영업적자나 나라 곳간을 생각하면 정책지원을 마냥 지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중동 사태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며 “고물가를 경험하면서 경제주체의 가격ㆍ임금설정 행태가 변했을 가능성도 디스인플레이션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8월에 예측한 물가상승률 하락 경로보다 속도가 늦어지지 않겠냐는 게 금융통화위원들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 8월 전망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 내년 2.4%였고 오는 11월 새로운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이 총재는 물가가 2%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 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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