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 6명 성추행' 법정 선 천기원 목사…"맹장염인지 눌러본 것"

2022년 천기원 목사. 중앙포토

북한 주민들의 탈출을 도와 ‘아시아의 쉰들러’로 알려졌던 천기원(67) 목사가 탈북 청소년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6명의 청소년을 8차례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천 목사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판사 김승정) 심리로 천 목사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천 목사는 1999년부터 중국에서 ‘두리하나 선교회’를 만들어 중국 내 탈북자들의 탈출을 도와온 인물로, 천 목사가 한국‧미국 등지로 인도한 탈북민이 1000명이 넘었다. 2009년엔 탈북민 자녀들을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 ‘두리하나 국제학교’를 설립했다.
탈북민 돕는 기숙학교, 거기서 13~18세 성추행
그는 2016년부터 올해 5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학교 기숙사 등지에서 6명의 미성년 탈북 여학생들을 추행한 혐의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강제추행‧준강제추행) 및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천 목사는 2016~2017년경 여자 기숙사 방에서 당시 13세였던 A양의 배를 쓰다듬다가 바지 안쪽에 손을 집어넣는 것을 시작으로, 2014년 두 차례 더 몸을 밀착시키고 신체 주요부위 등을 만지는 등 3회 성추행‧성적 학대를 했다. 2018년엔 학교 복도에서 B양의 옆구리를 감싸 안고, 2019년엔 여자 기숙사 방에서 13세 C양의 배를 쓰다듬다가 하의 허리춤 안에 손을 집어넣고, 2022년 12월엔 여자 기숙사 방에 있던 D양의 상의 안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진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에도 여자 기숙사에 누워있던 15세 E양의 이불 속으로 얼굴을 집어넣어 추행하고, 4~5월경 여자 기숙사에서 F양의 배를 감싸안고 가슴까지 쓰다듬은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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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목사 “맹장염인지 눌러본 것”

천 목사의 변호인은 “피해자 6명 중 2019년 13세 C양의 경우 배가 아프다고 했기 때문에 맹장염인지 확인하기 위해 배를 눌러봤을 뿐”이라며 “추행도 아니고 추행의 고의도 없으며 성적 학대행위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공소사실 중 나머지 피해자 5명에 대한 추행 혐의에 대해선 “그런 행위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천 목사 측은 피해자들을 법정소환해 증인신문을 하겠다고 요청했지만 검찰이 “피해자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법정소환 혹은 해바라기 센터(성폭력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조사할지 등 변호인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첫 재판에서는 6명의 피해자 중 증인으로 누구를 소환할 지 확정하지 못한 채 끝났다. 다음 기일은 11월 13일에 열린다.

천 목사는 2010년 강간‧횡령 등 혐의로 한 차례 고소당한 적이 있지만, 당시엔 증거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두리하나 국제학교는 지난 8월 천 목사의 성추행 의혹이 폭로된 이후 대안교육 위탁기관 지정이 취소됐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