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사회적 고통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
[이영빈 기자]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중동 간의 내전이 시작됐다. 이에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 충격적인 현장을 담은 영상과 이미지가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어린아이의 침대와 책상에 피가 튀어 있는 사진, 노인을 비롯한 민간인들이 참수되었다는 기사 등 참혹한 소식들도 여과 없이 보도됐다.
▲ 책 표지 고통 구경하는 사회 책 표지 |
ⓒ 웨일북 |
하지만 우리의 역할은 정말 거기서 끝일까? 김인정 기자가 쓴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이 논의를 재고하기에 적절한 책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보고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대규모 구경이 되어버릴 뿐이라고 지적한다. 우리의 응시는 어떻게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지, 고통을 변화의 시작점으로 만드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 책의 저자인 김인정 기자는 광주 MBC보도국에서 10년 동안 사회부 기자로 일했다. 사건사고, 범죄, 재해 등을 취재하며 당장 눈에 보이는 고통의 규모와 수치뿐 아니라, 뉴스가 끝난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지금은 미국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첫 기자 시절에 대해 "고통을 많이 볼수록 인간이라는 종을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고 서술한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직업적인 근거 하나를 빈약하게 쥔 채, 고통을 보는 일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는 일에 따라붙는 여러 복잡한 감정이나 윤리적 고민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고.
그러나 점차 취재원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그들은 자신의 무거운 고통을 건네주었는데 자신은 그 고통을 하나하나 저울에 매달아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에 대해. 그 순위에 따라 누락되거나 뒤로 배치되는 뉴스 산업의 시스템에 대해 죄책감과 무력감을 느낀 것이다.
"한 공동체가 슬퍼하기로 결정한 죽음을 들여다보면 그 사회가 욕망하는 사회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지를 생각하도록 주어의 영역을 확장해 준다. '무엇을 애도하는 사회인가', '이 죽음은 애도할 만한가'라고 질문을 던지고 답변하는 과정은, 적어도 그 사회에 무엇이 결핍되어 있는지 정도는 눈치챌 수 있게끔 한다.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게 한다."
저자는 국내 재해 현장뿐 아니라 외국까지 시야를 넓힌다. 광주 평화광장부터 홍콩 시위의 한복판과 캘리포니아주 마약거리까지 죄책감을 품은 마음을 가지고 직접 찾아간다.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가능성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그는 끊임없는 고통을 변화의 시작점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방안으로 '공적애도'를 제시한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제 3자의 위치에 서 있을지라도, '공적애도'를 통해 다 함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아울러 고통을 겪은 당사자와 겪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간극은 존재하지만 그 간극을 좁히고 매꿔줄 수 있는 것이 '공동체적 기억'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공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는 기억이 필요하고 우리가 함께 뒷이야기를 써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상실한 것에 대해 슬퍼한 뒤에는 반드시 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부던히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때로 실패하고 가끔 성공할지라도, 다 함께 사유하고 대화하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더 이상은 무언가를 억지로 권하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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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유튜브 '일당백 : 일생동안 읽어야 할 백원의 책'의 김인정 기자님이 출연하신 '타인의 고통이 콘텐츠로 소비되는 시대, 우리가 공감 이외에 할 수 있는 것 : 고통 구경하는 사회' 편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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