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제는 친환경 명가"…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이 울리는 ‘탄소중립 뱃고동’

오수진 2023. 10. 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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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만 잘하는 게 아니다”…‘친환경’ 자신감 드러낸 거제사업장
“두눈으로 확인 가능한 꽉 찬 일감”…LNG운반선 등 건조 한창
‘세계 최초’ 연구 시설로 ‘세계 최초’ 선박 건조도 ‘척척’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건조 후 인도를 기다리는 이중연료추진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한화오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오르자 광활한 조선소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디를 가든 ‘새 집’ 냄새가 코를 찌르고, 페인트가 덜 말랐는지 바닥이든 난간이든 곳곳이 반짝거린다. 새로 건축된 건물에 들어왔나 싶었지만, 도착한 곳은 1년 3개월 만에 탄생한 친환경 선박 ‘이중연료추진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이었다. 갓 태어난 선박은 항해를 떠날 채비를 마치고 한화오션의 ‘친환경’ 신호탄을 쏠 준비를 하고 있다.

27일 방문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는 VLCC를 비롯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들이 줄비해있었다.

건조를 다 마치고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VLCC는 길이 330m, 폭 60m에 30만t의 원유를 적재할 수 있는 거대한 덩치를 자랑한다. 하지만 덩치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선박에 한화오션의 친환경, 신기술이 집약돼 있다는 것이다.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천연가스를 사용해 탄소배출량이 적고, 첨단 항해 통신 장비를 갖춰 자율운항이 가능하다. 특히 기존선박유와 LNG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고압 이중연료 추진엔진(ME-GI 엔진)과 고망간강을 사용한 연료탱크가 적용됐는데, 이는 유조선에 세계 최초 적용됐다. 고망간강 LNG연료탱크 개발에는 포스코의 기술력까지 총동원됐다고 한다.

또 독자 스마트십 솔루션인 HS4를 적용해 선박의 효율적인 운항과 신규 적용되는 천연가스 추진 시스템의 안전 운전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국제해사기구 IMO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인 에너지효율지수 3단계(EEDI Phase 3 : 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도 충족시킨다.

몇 백미터는 떨어져서 봐야 한눈에 들어오는 선박의 크기만큼 용량 또한 어마어마했다. 선박 내 위치한 30m 깊이의 지하실에는 총30만t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데, 부산시민 인구 330만명 정도를 태울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이 VLCC만 두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이 친환경 기술력을 논하는 것은 아니다. 일감이 꽉찬 1도크에서는 커더란 친환경 LNG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었다. 앞에 건조 중인 LNG운반선 두 대만으로도 시야를 온통 가릴 정도였기에, 이를 수용하는 도크의 규모는 대체 얼마나 큰 건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선박 4척이 한번에 건조되려면 도크 사이즈가 엄청나야 하기에 쉽지 않은 일”며 “이 정도 크기를 갖추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데, 처음 야드를 구축할 당시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 이 같은 크기의 도크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1도크는 어느새 LNG운반 ‘터줏대감’이던 초대형 유조선을 밀어내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화오션의 선박 수주잔량 99척 중 LNG운반선만 65척으로, 전체 수주잔량 중 66%에 이른다. 통상 LNG운반선은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보다 마진이 높은데, 이를 통해 거제사업장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수익성 높은 선박 건조 중심으로 변화했단 것을 직접 두눈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상선CM팀 박명세 책임은 “한화오션의 LNG 관련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며 “영원히 선박은 계속해 만들어질텐데 그 중심에는 한화오션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1도크에서 LNG운선 4척이 동시 건조되고 있다. ⓒ한화오션

‘최고의 선박’ 원천은 ‘끝없는 연구’

거제사업장에서는 선박 건조만 이뤄지는 게 아니었다. 환경 기술 확보를 위한 각종 연구개발(R&D) 시설도 갖춰져 있었다. 대표적인 게 한화오션 친환경 선박의 근간인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다. 센터는 야외에 위치해있으며, 넓은 부지에 수십개의 파이프와 밸브로 이뤄진 장비들이 즐비해있었다.

한화오션의 미래 환경 대응을 위한 움직임은 이 기계들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센터에서는 주로 LNG, 암모니아 등 친환경 추진연료 관련 신기술 개발 및 친환경 운반선(화물창) 관련 기술 개발이 이뤄진다. LNG의 재액화 또는 재기화 시스템, 암모니아를 연료로 공급하는 시스템,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 액체 이산화탄소 화물을 관리하는 시스템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된다. 한화오션의 핵심 연구시설인 이곳은 2015년 전세계 조선소 중 최초로 만들어진 극저온 연구시설이기도 하다.

연구 뿐만이 아니다. 모든 기술들은 여기 설비들을 통한 실증 운전으로 검증되고 있다. 선주들에게 한화오션의 기술력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선보일 수 있단 장점도 있다. 실제 방문 당시 며칠 전에는 선주들의 기술 이해를 돕기 위해 선주들을 대상으로 한 액화질소를 이용한 실증 테스트가 이뤄졌다고 한다. 공백인 공간도 곳곳 있었는데, 이 공간들 또한 새로운 연구 설비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LNG운반선의 표준을 바꾼 LNG 재액화장치 또한 이곳에서 탄생했다. 이 기술은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에서 실증을 거친 뒤 한화오션이 세계 최초로 개발, 실제 선박에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LNG운반선에서 액체상태의 천연가스는 운송 중 기화해서 증발한다. 기존 선박에서는 이렇게 기화되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거나 태워버려야 했으나, 재액화장치는 이런 증발가스를 모아 다시 액체로 바꿔준다. 현재까지 120척 이상의 LNG운반선에 재액화장치가 적용됐다.

슬로싱 모션 플랫폼 ⓒ한화오션

한화오션 선박의 안전성은 슬로싱 연구센터가 담당한다. 흡사 체육관 혹은 수영장이 떠오르게 생긴 센터 내부에서는 높은 기계 두 대 위에 올라선 선박 형태의 모형이 안전성 확보를 위해 열심히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선박으로 액체 상태의 화물을 운반할 경우 액체는 선박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이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슬로싱’(Sloshing)이라 한다. 슬로싱 현상은 선박 화물탱크의 벽면에 충격을 주게 되는데, LNG와 같은 극저온의 화물이나 암모니아와 같이 독성을 함유하고 있는 액체가 화물탱크를 깨뜨리고 유출된다면 주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선주들은 선박의 안전은 물론 비용 증가의 문제로 인해 슬로싱 현상에 대한 연구를 몹시 중요하게 여긴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은 ‘슬로싱’으로 인한 선박 피해 최소화 기술과 선박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곳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운송량을 효율적으로 조절 가능하게 함으로써 선주사의 물류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발주되고 있는 LNG운반선의 화물창에 대한 슬로싱 연구뿐만 아니라, 9만8000㎥급 액화에틸렌운반선(VLEC)의 화물창과 액화이산화탄소(LCO2) 화물창의 슬로싱 하중 평가를 수행하며 다양한 액화 가스 운반선 화물창 하중 해석 기술도 여기서 확보했다.

앞으로는 친환경 연료로 부각될 암모니아와 액화수소에 대한 슬로싱 하중 평가도 수행, 한화오션은 이산화탄소·암모니아·수소 운반선 등 친환경 운반선 개발 분야에서 가장 먼저 앞서 나간다는 전략이다.

한화오션 슬로싱 연구센터에는 모형탱크에 대해 실험이 가능한 슬로싱 모션 플랫폼 2기와 500여개의 압력 센서, 500채널의 데이터 획득장치 등이 구비돼 있다. 운영 효율화를 위한 무인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24시간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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