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과 장작]<제4화>책임자를 찾아서
베트남 꽝빈성 ODA 현장을 가다
[전편요약] 한국 국민 세금 1200만달러(185억)이 들어간 베트남 꽝빈성 태양광 공적개발원조 사업. 2015년 착공, 2018년 설비 구축, 2019년 9월 유지보수가 끝났지만, 마을 주민들은 반 라오콘(Ban rao con)의 태양광 장비는 설치 1년도 안돼 고장 났다고 했다. 사업 실패의 내막을 듣기 위해 취재진은 현지 하청기업인 C업체를 만났다. 그는 시공사인 KT의 정산 지연 탓에 부실시공이 이어져 사업 전체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KT가 ‘납품 단가를 낮추려고’ 의도적으로 입금을 지연해 부실 시공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10월 14일 귀국한 후 KT와 수출입은행의 반론을 청취했다. 정산 지연과 사업 연기 사유 등을 물었다. 답변은 서면으로 받았다. 꽝빈성 태양광 사업 관련 최다관계자(수원국 국민·하청업체·꽝빈성 인민위원회·현지 언론) 측의 입장과 여러 지점에서 차이가 컸다. 다음은 그 취재기를 종합한 내용이다. 공문서·사문서를 기반으로 했다. 증언이 엇갈려 미제로 남은 대목은 ‘풀어야 할 의문점’으로 정리했다. KT와 수출입은행 측의 반론 전문은 기사 마지막에 싣는다.
“현지 발주처(꽝빈성 인민위원회)가 선정한 하도급사의 수행역량부족”
KT의 반론이다. 하청기업 C업체와 계약이 해지된 이유는 시공 역량이 부족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사업 지연 사유도 언급했다. 2017년 9월에 제 19호 태풍 독수리(DOKSURI)가 베트남을 강타했다. 2015년 착공 이후 2018년 설비가 구축되던 시기였다. 태양광 장비 상당수가 손상됐다. 피해복구로 사업이 늦어졌다. 하지만 2019년 9월 꽝빈성 태양광 발전사업의 하자·유지보수가 완료됐다. 그리고 2021년 6월 모든 행정절차가 종료됐다고 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수원국이 책임져야 했던 부분이란 입장을 내놨다. 베트남 정부가 태양광 발전기의 정상가동 여부 등을 점검한 뒤 해당설비를 시공사로부터 인수했고, 이후 1년간 시공사 A/S 기간 중에도 정상가동됐다. A/S기간 종료 후엔 베트남 지방정부가 자체 예산을 확보 못했다. 그래서 수명이 다한 배터리나 고장난 부품 등을 교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요청이 있을 경우 사후관리를 지원하지만 이 사업의 경우 지원요청을 받은 바 없었다고 했다.
의문점1. 하자보수 책임 하자보수는 태양광 장비 같은 기자재 자체의 문제가 있을 때 공급자가 책임을 지고 물건을 교체해주거나 수리해주는 것이다. KT는 2019년 9월 유지보수까지 끝났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이보다 앞선 2017년께 고장 이후 고치러 오는 사람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유지보수’는 하자보수 기간이 끝난 후 부품 교체주기가 돼 물품 보수를 해주는 것이다. KT가 언급하는 유지보수 기간과 사업의 최다수 관계자인 수원국 국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는 꽝빈성 감사위원회의 감사를 통해 풀어야할 지점이다.
의문점2. 사업 지연 이유 2022년 2월17일 미국 증권선물위원회(SEC)는 “KT가 태양광 발전 수주를 위해 건설회사와 베트남 꽝빈성 고위 공무원에게 9만5031달러의 뇌물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냈다. KT가 태양광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발주처에게 리베이트를 했다는 의혹을 실은 내용이다. SEC는 “KT가 SEC의 조사 결과를 인정하거나 부인하지 않으면서 총 630만달러(약 75억원)의 추징금 명령에 동의했다”고 했다.
또 2016년 4월5일 베트남 꽝빈성 인민위원회가 발표한 ‘공고’란 제목의 공문서는 ‘한국 측 계약업체인 KT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장비 수입과 설치가 늦어지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이 것이 바로 7호 입찰 패키지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원인이며, 전반적인 프로젝트 진행이 진행되지 않는 이유다” 꽝빈성 태양광 발전 사업은 7월 19일 베트남 지방 정부의 감사가 시작됐다. KT가 이 사업에서 정산을 지연했다고 주장하는 현지 언론 보도는 복수로 나왔다. SEC의 명령문에 명시된 KT 뇌물 의혹과 현지 하청업체가 주장하는 정산지연의 연관성을 들여다볼지 주목되는 이유다.
의문점3. 후속관리 책임 수은이 맡는 유상원조 사업은 무상원조보다 사업규모가 크다. 실패할 때 리스크도 크다는 뜻이다. 더구나 증여율(공여재원의 무상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은 90%에 육박한다. 차관이지만 이자가 낮고 거치기간이 길어서다. 유상원조 사업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막대한 혈세를 들이고도 국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 수원국은 사업 부실로 인한 손실과 함께, 차관을 갚아야 하는 의무까지 떠안는다. 개발도상국은 관료 부패지수가 높다. 수은은 투명성의 문제를 철저히 관리해야할 의무가 있다.
수은은 ‘베트남 공무원에게 뇌물을 줘 사업을 따냈다’는 SEC 의혹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는데도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 KT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과징금을 냈으므로, 뇌물혐의를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게 근거였다. 한국기업이 EDCF에 참여할 땐 통상 뇌물부패행위방지 확약서를 받는다. 부정행위 한 사업은 향후 EDCF 사업을 못해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이 확약서가 잘 지켜졌는지 수은은 감시할 책무가 있다.
꽝빈성 프로젝트는 ‘특별관리’도 피해갔다. 통상 ODA 사업은 1년 넘게 지연되면 특별관리사업으로 별도 지정된다(‘경협기금업무 취급규정’ 제 4-12조, 제5-15조). 사업계획에 어떤 문제가 있었고, 현장에서 왜 차질이 발생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수은은 지연기간이 1년에 이르자 베트남 정부의 요청을 받아 사업기간 자체를 연장해버렸다. 사업지연의 원인을 파악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사후관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후평가 실시여부는 기관이 재량껏 결정해서다. 잡음이 많은 원조사업 평가는 배제하고, 성공적인 사업의 평가만 골라서 진행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포그래픽 페이지■
태양광과 장작 - 베트남 반 라오콘 르포
(story.asiae.co.kr/vietnam)
원조 예산 쪼개기는 어떤 문제를 가져오나
(story.asiae.co.kr/ODA)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KT와 수출입은행 측 반론 전문을 싣습니다.
동허이(베트남)=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동허이(베트남)=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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