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에 한계 느껴" 마음 정리했던 켈리…그때 떠났다면 'KBO 역수출 신화' 없었다

유준상 기자 2023. 10. 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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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KBO 한국시리즈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승리투수를 차지한 최초의 투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메릴 켈리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특히 켈리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뛰던 지난 2016년, 한국을 떠날지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그의 KBO리그 경력은 4년이 아닌 2년으로 마침표를 찍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켈리는 29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에 선발 등판,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9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면서 팀에 시리즈 첫 승을 안겼다.

켈리는 2020년대 이후 월드시리즈에서 7이닝을 소화한 첫 번째 투수가 됐다. 가장 최근에 월드시리즈에서 7이닝 이상 투구한 투수는 2019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8⅓이닝)와 게릿 콜(7⅔이닝)이었다.

켈리는 전날까지만 해도 뜨거웠던 텍사스의 방망이를 침묵에 빠트렸고, 팀 동료들과 사령탑 그리고 상대팀 선수들까지 켈리의 투구를 인정했다. 브렌트 스트롬 애리조나 투수코치는 "체인지업이 훌륭했다"고 평가했고, 텍사스 1루수 나다니엘 로우는 "그는 오늘밤 성공적인 피칭을 선보였다"고 치켜세웠다.

켈리와 함께 원투펀치를 이루는 잭 갤런은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라며 "난 켈리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투수라고 말해왔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은 켈리의 활약상을 언급하면서 두 시즌 만에 켈리가 한국을 떠날 뻔했던 사연을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켈리는 KBO리그 2년 차였던 2016년 자신의 에이전트인 아담 카론에 "한국 생활에 한계가 왔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게 되더라도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 브리, 친형 리드에게도 자신의 의사를 전했다.

그 정도로 켈리는 한국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확고했다. 2015년 KBO리그에 연착륙하면서 첫 시즌이 끝난 뒤 SK와 재계약을 맺었고, 2016년에도 계속 순항 중이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홀로 속앓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켈리의 이야기를 들은 에이전트 카론의 생각은 달랐다. 카론은 아내와 친형에게 전화를 걸어 "켈리가 그렇게 하도록 놔두지 말라"고 전달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한국에 남게 되면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켈리는 2016시즌 이후 SK와 재계약을 체결했고, 2017년과 2018년 팀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한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 탬파베이 레이스로부터 신인 지명을 받은 2010년부터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2014년, 또 KBO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8년까지 빅리그 데뷔의 꿈을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렸고, 결국 켈리는 2019년 빅리그 마운드에 섰다. 데뷔 5시즌 만에 월드시리즈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까지 맛봤다.

켈리의 미국행을 만류했던 에이전트 카론과 켈리의 가족은 경기장을 직접 방문, 월드시리즈 2차전을 관전했다. 켈리를 가까이서 지켜봐왔던 카론은 "어제 일처럼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다. 켈리는 일반적인 선수들과 달리 메이저리그 계약으로 돌아갈 기회가 찾아오기까지 한국에서 버틸 만큼 강하고 똑똑했다"고 회상했다.

그때의 기억을 돌아본 켈리는 "솔직히 26살에 한국에 가는 게 빅리그, 심지어 월드시리즈에서 뛰는 것보다 훨씬 무섭다고 생각했다"며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했을 때 말 그대로 '몇 마일 떨어진 느낌'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준 켈리는 많은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고, 2018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미국행 도전에 나서게 됐다. 그리고 그해 12월 2일, 애리조나가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당초 켈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다만 환경 면에서 나쁘지 않았던 애리조나도 켈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애리조나는 켈리에게 유일하게 2년 계약을 제안했던 팀이었다.

결국 켈리는 애리조나와 2+2년(보장 금액 55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2025년 팀 옵션이 포함된 2년 18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또 한 번 체결함으로써 애리조나와의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KBO 역수출 사례'로 주목받던 켈리가 올가을을 지배하면서 팀은 물론이고 현지 매체의 관심도 뜨겁다. 경기 이후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켈리는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는 꿈을 꿨지만, 그저 꿈이었다. 애리조나 구단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고, 구단에 감사함을 전한다"고 밝혔다.

꿈만 같은 켈리의 반전 드라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진=EPA, AFP, UPI,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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