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높이' 정관장, 중앙 점유율을 올려라

양형석 2023. 10. 3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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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29일 현대건설전 3-0 승리, 미들블로커 점유율 10.23%는 '옥에 티'

[양형석 기자]

정관장이 안방에서 선두 현대건설을 완파하고 기분 좋은 연승을 내달렸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2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 25-21, 25-16)으로 승리했다. 정관장은 지난 26일 우승후보로 꼽히던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상대로 짜릿한 '리버스 스윕' 승리를 따낸 데 이어 시즌 초반 선두를 달리던 현대건설까지 꺾고 승점 8점째를 적립했다(3승 1패).

정관장은 아시아쿼터 메가왓티 퍼티위와 외국인 선수 지오바나 밀라나가 각각 50%와 44.83%의 공격 성공률로 40득점을 합작하며 정관장의 공격을 이끌었다. 미들블로커 정호영도 서브득점 1개와 블로킹 5개로 10득점을 기록하는 활약을 펼쳤다. 이날 정관장은 기분 좋은 3-0 완승을 거뒀지만 메가와 지아가 무려 78.4%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졌다. 반면에 10.23%에 불과했던 중앙공격수 박은진과 정호영의 공격 점유율은 '옥에 티'로 남았다.

양효진-배유나-필립스, 득점력 뛰어난 미들블로커
 
 박은진은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에 선발됐다.
ⓒ 한국배구연맹
 
이번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미들블로커는 5경기에서 82득점으로 득점 9위, 국내 선수 중에서는 2위에 올라 있는 현대건설의 양효진이다. 지난 2007년 프로 데뷔 후 지난 시즌까지 V리그에서 16번의 시즌을 치른 양효진은 500득점을 넘겼던 시즌이 3회, 400득점을 넘겼던 시즌은 무려 8회에 달한다. 양효진이 400득점을 넘기지 못한 시즌은 프로 초기 네 번과 데뷔 후 가장 부진했던 2014-2015시즌(365득점) 뿐이었다.

물론 양효진은 2009-2010 시즌부터 2019-2020 시즌까지 11시즌 연속 블로킹 부문 1위에 올랐을 만큼 블로킹 득점이 전체 득점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양효진은 후위로 빠지면 리베로와 교체되는 미들블로커이기 때문에 커리어 내내 후위공격을 시도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매 시즌 어지간한 아웃사이드히터를 능가하는 득점을 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양효진이 전위에서 엄청난 득점력을 과시했다는 뜻이다.

양효진에 이어 이번 시즌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미들블로커는 개막 4연패에 빠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기둥 배유나다. 배유나는 이번 시즌 4경기에서 49득점을 올리며 도로공사 내에서 반야 부키리치(99득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 공식신장 182cm의 배유나는 양효진만큼 뛰어난 높이를 자랑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영리한 공격과 정확한 블로킹 타이밍으로 기복 없이 꾸준한 득점을 올리는 미들블로커다.

미들블로커 득점 3위는 의외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의 아시아쿼터 엠제이 필립스(47득점)다. 국내 배구팬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필리핀 국적의 필립스는 페퍼저축은행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며 4경기에서 11.55%의 공격 점유율과 54.1%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체공력을 이용한 반박자 느린 독특한 스타일의 속공은 상대 블로커들에게 큰 혼란을 주는 필립스 고유의 무기가 되고 있다.

리그에서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미들블로커가 단 세 명에 불과한 가운데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한 신인 김세빈은 3경기에서 20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흥국생명과의 개막전에서 출전기회를 얻지 못한 김세빈은 19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러 8득점을 올렸다. 이후 김세빈은 25일 현대건설전과 28일 IBK기업은행 알토스전에서 나란히 6득점을 올리며 프로무대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점유율 20%만 돼도 날개부담 줄일 수 있다
 
 이번 시즌 불로킹과 서브 1위를 달리고 있는 정호영은 공격 점유율이 6.62%에 불과하다.
ⓒ 한국배구연맹
 
정관장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가장 뛰어나고 풍부한 미들블로커 라인을 보유한 팀으로 꼽힌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현 국가대표 박은진과 정호영을 중심으로 2020-2021 시즌 양효진의 12시즌 연속 블로킹 1위 등극을 저지하며 데뷔 첫 블록킹 여왕에 등극했던 백전노장 한송이도 있다. 여기에 2021-2022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7순위로 정관장 유니폼을 입었던 2003년생 유망주 이지수까지 버티고 있다.

고희진 감독은 이번 시즌 현역 국가대표 박은진과 정호영을 붙박이 주전 미들블로커로 기용하고 있다. 정호영이 시즌 초반 블로킹(세트당 1.07개)과 서브(세트당 0.5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박은진도 블로킹 5위(세트당 0.79개)와 이동공격 6위(42.11)에 오르며 고희진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이번 시즌 정관장이 팀 블로킹 1위(세트당 3.21개)를 달리는 비결에는 미들블로커 콤비 박은진과 정호영의 활약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 가공할 만한 높이를 자랑하는 정관장의 미들블로커 콤비에게도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낮은 공격 점유율이다. 정관장은 이번 시즌 박은진이 7.95%, 정호영이 6.62%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두 선수의 공격 점유율을 더해도 15%가 채 되지 않는다. 이 정도로 공격점유율이 낮으면 상대 블로킹은 자연스럽게 정관장의 중앙공격을 버려두고 사이드 공격을 막는 데 집중하게 된다.

그렇다고 두 선수의 중앙공격 위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박은진과 정호영은 이번 시즌 나란히 50%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190cm의 큰 신장을 바탕으로 높은 타점에서 내리 꽂는 정호영의 공격과 세터 뒤쪽으로 크게 돌아 들어가는 박은진의 이동공격은 세터와의 호흡만 맞으면 상대에게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정관장의 중앙공격 비중이 올라갈수록 양 날개에 배치된 메가와 지아의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7개구단에서 중앙의 공격비중이 가장 높은 현대건설은 양효진과 이다현이 도합 26.13%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174cm의 단신 아웃사이드히터 위파위 시통과 184cm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를 거느리고도 높이의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는 이유다. 정관장 역시 중앙공격수 박은진과 정호영의 공격 점유율 합계를 20% 내외로 끌어 올린다면 지금보다 더욱 위력적인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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