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패 하고도 안 짤린 러벨로, 2년 만에 우승 도전
한 시즌에 110패를 하고도 잘리지 않았다. 그리고 2년 만에 월드시리즈(WS) 우승에 도전한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토리 러벨로(58) 감독 이야기다.
올해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은 이변의 연속이다. 우승후보로 꼽혔던 팀들이 줄줄이 탈락하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애리조나가 살아남았다. 특히 애리조나는 가을 야구에 나선 12개 팀 중 정규시즌 승률(0.518)이 가장 낮지만, WS 진출에 성공했다.
애리조나를 이끄는 러벨로 감독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이긴 뒤 "나는 어두운 날들을 겪었다. 2년 전 우리는 110패를 당했다"며 깊은 감회를 드러냈다. 그의 말대로 애리조나는 2021시즌 52승 110패에 그치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함께 MLB 전체 최하위에 머물렀다. 러벨로 감독의 통산 승률은 5할(495승 537패)도 되지 않는다.
부임 첫해인 2017년 팀을 디비전시리즈에 진출시켰던 러벨로 감독은 이후 5년 연속 가을 야구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무명 선수 출신으로 코치 경력을 쌓아 감독까지 됐지만, 위기를 맞았다. 러벨로를 기용한 마이크 헤이즌 애리조나 단장 경질 여론이 일었고, 러벨로 감독의 입지도 흔들렸다.
이창섭 해설위원은 "헤이즌 단장의 아내가 뇌종양 투병을 하다 사망하는 힘든 시기를 겪었다. 단장이 물러나기 힘든 상황에서 감독에게만 책임을 묻기도 어려웠다. 결과적으로는 힘든 과정을 이겨내면서 더 끈끈해졌다"고 설명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낸 러벨로 감독은 팀을 가장 높은 곳까지 올려놓았다. 그 중심엔 절묘한 투수 운용이 있었다. 애리조나는 에이스 잭 갈렌과 KBO리그 출신 메릴 켈리, 신인 브랜든 팟까지 3명의 선발투수만 쓰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불펜투수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빈틈을 채웠다. 러벨로 감독이 브렌트 스트롬 투수코치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 덕분이다. 스트롬 코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2017년 우승을 차지할 당시 투수코치였다.
이창섭 위원은 "러벨로 감독이 원래 투박한 느낌이었는데 유연해졌다. 스트롬 코치를 삼고초려해 영입하고, 투수 파트를 맡긴 게 컸다. 그러면서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한 게 큰 효과를 냈다"고 했다.
애리조나는 올해 바뀐 규칙에 주목했다. 베이스 크기가 커지면서 도루 성공률이 높아질 게 예상되자 발빠른 선수들을 대거 라인업에 넣었다. 올해 54도루를 기록한 신예 코빈 캐롤이 대표적이다. 정규시즌 도루 2위에 오른 애리조나는 포스트시즌에서도 무려 21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부족한 공격력을 메웠다.
러벨로 감독은 '머니볼'로 유명한 빌리 빈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고문과 친분이 깊다. 하지만 데이터 신봉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관습에 무게를 두는 '올드 스쿨'도 아닌, 관리자 스타일 감독에 가깝다. 이창섭 위원은 "데이터는 참고하지만 의존하지 않는다. 최근 유행하는 '매니저형 감독'"이라고 했다.
러벨로는 무명 선수였다. 1988년 빅리그에 데뷔해 11시즌을 뛰었지만 통산 303경기 타율 0.225, 홈런 15개에 그쳤다. 2000년엔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뛰기도 했다. 그래서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 이번 가을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켈리와 일화도 그런 사례다.
2019년 애리조나에 입단한 켈리는 시즌 초반 고전했다.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30세에 빅리그 무대를 밟은 신인이었다. 러벨로 감독은 충격요법을 썼다. 방으로 불러 "너는 현재 내셔널리그 최악의 투수다. 더 나아지지 않는다면 내보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너를 계속 선발로 쓰고 싶다. 네가 능력이 있다는 걸 나한테 보여야 한다"고 했다. 켈리는 자신의 투구에 변화를 줬고, 5시즌 동안 48승을 올린 투수로 변신했다.
러벨로와 애리조나의 도전은 진행형이다. 원정에서 치른 WS 1·2차전에서 1승 1패를 거두고 안방으로 돌아왔다. 31일 오전 9시 열리는 3차전에서 텍사스는 베테랑 맥스 셔저, 애리조나는 팟을 선발로 예고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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