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 우승 키워드… ‘김주형+승부욕+지혜+학습 능력’

정대균 2023. 10. 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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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차례 준우승 징크스 털어내고 마침내 정상 등극
29일 막을 내린 KLPGA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레이디스클래식에서 우승한 박현경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KLPGA

외모만 놓고 보면 영낙없는 한 떨기 수선화다.

팬들이 ‘귀엽고 아름답다’는 의미의 ‘큐티풀’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준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 모습은 전혀 그런 이미지가 아니다.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가장 아름다운 자태로 피어나는 봄날의 매화 같다.

박현경(23·한국토지신탁)을 꽃에 비유해 보면 그럴 것 같다. 얼핏 보기엔 보호 본능을 자극할 정도로 야리야리해 보이지만 본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다.

둘째 가라고 하면 서러워할 정도의 강한 승부 근성의 소유자다. 게다가 숱하게 경험한 좌절을 외려 기회로 바꾸는 지혜까지 겸비했다. 어린 나이 선수에게서 좀체 볼 수 없는 캐릭터다.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뒤 눈시울이 붉어진 박현경. KLPGA

지난 2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GC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SK네트웍스·서경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은 그런 것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정체였다.

2021년 4월 우승 이후 2년6개월간 우승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간 우승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9차례 준우승이 그 반증이다.

왠만한 선수 같으면 스스로 자초한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리며 좌절할 법도 한데 박현경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경기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지난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기회를 못 잡아서 좌절하는 시간이 많았다”고 했다.

그의 말이 거기거 끝났으면 박현경은 평범한 선수 중 한 명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시간이 실패가 아니라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우승이라는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분명 달라 보였다. 실패를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다고 해서 마음고생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라고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주변의 위로는 말그대로 위로일 뿐이었다. 결국은 오롯이 스스로 풀어내야할 본인의 몫이었다.

박현경은 “정말 간절하게 준비했고 우승을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했다”면서 “이렇게 결과가 좋아서 지난 시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노력에 대한 보상을 오랜만에 즐기는 눈치였다.

박현경은 위기를 분석하는 방법과 해답을 찾았을 때 솔루션 실천에 대한 결기도 남달랐다. ‘힘든 순간 어떻게 대처했는가’라고 묻자 “조급증이 실패 원인이라고 판단돼 몇 년이 걸리든 끝까지 될 때까지 해보자는 생각이었다”라고 했다.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머리칼을 확 잘라버린 것도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다.

챔피언 파터트를 성공시킨 뒤 양팔을 들어 갤러리 환호에 답하고 있는 박현경. KLPGA

박현경은 “사실 9월에 톱10에 한 번도 못 들고, 흐름이 안 좋아서 근심과 걱정을 날려버리자는 생각으로 머리를 잘랐다”고 했다.

‘아니다’ 싶으면 태세를 급전환시키는 것도 박현경의 강점 중 하나다. 이번 대회에 캐디로 나선 아버지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데뷔 이후 줄곧 KPGA투어 프로 출신인 아버지 박세수씨를 캐디로 고용(?)해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시작부터 전문 캐디를 고용했다. ‘독립’이 이유였다.

그러다가 상반기 일정을 소화한 뒤 2주간 휴식기을 거치면서 아버지에게 다시 캐디백을 매달라고 요청했다.

박현경은 “약간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성적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부탁을 드렸다”면서 “아직은 아버지로부터 배울 게 많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했다.

박현경은 의심할 여지 없는 KLPGA투어 간판 스타다. 그럼에도 그는 골프에 관한한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서 활동중인 ‘후배’ 김주형(21·나이키)이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2연패 직후 했던 인터뷰 내용을 허투루 듣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그는 “(김)주형이가 당시 인터뷰에서 기회는 다음 홀도 있고, 다음 라운드도 있고, 다음 대회도 있다고 얘기했었다”면서 “그 인터뷰를 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배웠다”고 했다.

서귀포=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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