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비 잘 있냐?"…홀란의 맨더비 '2골', 아버지 조롱에 대한 차가운 복수였다

이태승 기자 2023. 10. 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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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의 간판 공격수 엘링 홀란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차가운 복수를 선사했다. 아버지에게 큰 충격 안긴 22년 전을 떠올리며 참담한 패배를 안겼다.

30일(한국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홀란은 맨유와의 경기서 '키노' 응원가를 들으며 전의를 다졌다"며 '괴물 골잡이' 맹활약 동기를 밝혔다. 홀란은 같은 날 열린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맨유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0 대승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


'키노' 응원가는 맨유의 레전드 미드필더 로이 킨과 홀란 아버지이자 맨시티 전 축구선수로 활약하던 알프-잉에 홀란 사이에 일어난 혈투를 은유하는 맨유의 노래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2000/01시즌 후반부인 2001년 4월 맨체스터 더비서 킨은 알프-잉에를 향해 '살인 태클'을 저질렀다. 킨은 알프-잉에와의 경합 과정에서 알프-잉에의 다리를 축구화의 딱딱하고 날카로운 스터드로 강하게 긁어 알프-잉에에게 큰 부상을 입혔다.

알프-잉에 홀란은 해당 사건 이후로 축구선수로 재기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무릎 부상을 입었다. 킨의 살인태클은 결국 만 30세라는 비교적 적은 나이에 은퇴 선언하는 계기가 됐다.

영국 '더 선'의 지난 1월 보도에 따르면 알프-잉에 홀란과 킨의 갈등의 시발점은 4년 전인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아버지 홀란'은 킨이 부상으로 넘어지자 "아픈 척 하지말라"며 쓴소리를 남겼다. 그러나 당시 킨은 축구선수에게 치명적인 십자인대 부상을 입은 상황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킨은 자신의 부상을 위로하기는커녕 조롱했던 알프-잉에에게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킨은 2002년 발간한 자신의 자서전에서 알프-잉에에게 태클을 건 당시를 회상하며 "오래 기다렸다. 나는 그를 후려치고 싶었다. 받아라 이 XX야"라는 심정으로 태클을 걸었다고 했다.


아버지의 커리어를 끝낸 그 태클을 주제로 노래하는 맨유 팬들에게 엘링 홀란은 승리로 보답했다.

22년이 흐른 30일의 맨체스터 더비에서도 맨유 팬들은 홀란을 향해 '키노'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가사에는 "홀란, 홀란, 아버지는 어때?"라며 명백히 알프-잉에 홀란을 조롱하는 가사가 담겨 있었다.

홀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맨유 팬들은 내게 '키노' 응원가를 불러댔다"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노래로 (승리하겠다는) 동기를 얻게됐다"고 전했다.

'데일리 메일'은 "맨유 팬들이 해당 응원가로 홀란을 방해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진 않았다"며 홀란의 '차가운 복수'에 찬사를 보냈다.

홀란은 해당 경기서 전반 26분, 후반 4분 골을 집어넣으며 맨유를 완전히 침몰시켰다. 홀란은 11골로 리그 득점 순위 1위를 더욱 공고히 했다. 2위에 올라있는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와 3골 차다.


이어 후반 35분에는 해트트릭을 노릴 수 있음에도 더 좋은 위치에 있던 맨시티의 윙어 필 포든에게 넘겨줘 3골차 리드를 확정짓는 침착함을 보이기도 했다. 포든의 골에 홀란은 마치 포든이 맘껏 즐길 수 있게 초대하는 듯, 손을 뻗어 포든에게 골 세리모니의 장을 양보하며 맨시티의 승리에 화룡점정을 이뤘다.

수년 전 올레 군나르 솔샤르 전 맨유 감독이 홀란 영입을 추진했으나 묵살당한 적이 있었다. 자신을 몰라본 맨유에 대한 복수이기도 했다. 맨시티 유니폼을 입은 지난 시즌 맨유 원정에선 팀의 패배를 곱씹었으나 이번엔 달랐다.

맨시티는 맨유를 3-0으로 제압하며 승점 24를 기록, 2위 아스널에 다득점에서 뒤진 3위가 됐다. 선두 토트넘이 승점 26이다. 리그 최상위권 싸움은 여전히 치열한 양상이다. 리버풀 또한 23점으로 4위를 달리고 있다.


한편 맨유는 5승 5패를 달성하며 리그 상위권으로의 도약은 어려워지게 됐다. 승점 15점을 달성한 맨유는 맨체스터 연고지 더비 경기도 패배하게 되며 다소 힘든 모습으로 리그 중반기에 입성하게 됐다. 홀란의 두 방에 속절 없이 미끄러졌다.

사진=연합뉴스, 더 선, 프리미어 타임즈 나이지리아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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