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선택하는 것은 특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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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 혹은 편집자도 시민기자로 가입만 하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
마치 한 가지 색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한 사람의 일생처럼 말이다.
길고 긴 불안의 시간을 거쳐 이제 와서야 겨우 깨닫게 된 사실 하나는, 인생에는 오직 나만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딱 한 가지의 특별한 패가 있다는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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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 혹은 편집자도 시민기자로 가입만 하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양윤미 기자]
아이들과 함께 오일 파스텔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신이 나서 종이를 색칠하는 아이들처럼, 나 역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했다. 찰필이 없어서 휴지로 문질렀는데, 문지를 때마다 색과 색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그림을 그릴수록 손가락은 알록달록해졌고, 종이에는 아름다운 그라데이션이 완성되어 갔다. 파스텔 각각의 색들은 본연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색과 색이 만나는 경계 사이의 어디쯤에서, 희미하게 뭉개졌다.
전체적으로 보니, 곁에 맞닿아 있는 색들과 우아하게 어우러졌다. 마치 한 가지 색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한 사람의 일생처럼 말이다.
내 삶의 이 끝과 저 끝에도 총 천연색의 다양한 색들이 존재한다. 소파 밑,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후미진 구석처럼 시커먼 색도 있고, 볕 잘 드는 창가에 놓인 꽃 화분처럼 반짝이는 색도 있다.
인생이라는 기차를 타고 세월의 철로를 따라 달리며, 얻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했던 지난한 삶의 경험들이 삶을 풍성하게 칠해주었다. 다채로운 색깔들은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한 덩어리로 뭉쳐져, 독특한 삶의 그림을 완성해 갔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슬픔이란 게 있다. 슬픔이 망각의 흐름을 거쳐 때때로 무뎌진다 하여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슬픔은 견뎌야만 하는 삶의 무게와도 같다. 삶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의 근육일 때도 있고 "누군가 내밀었던 손길 하나(양윤미 "손길"中에서)"일 때도 있다.
어쩌다 태어남을 당한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오래도록 주어진 삶을 미워했었다. 비교를 하면 할수록 비참해지거나 교만해질 뿐인데, 내게 주어지지 않은 빛나는 패들을 부러워하며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는 데 빨랐다.
▲ 사는 게 만약 뜨거운 연주라면 양윤미 시집, 학이사 |
ⓒ 학이사 |
나의 두 번째 시집은 약함을 동력 삼아 써내려 간 뜨거운 삶의 노래와도 같다. 먼 미래에 그리워질 오늘 이 순간을 넉넉한 기쁨으로 살아내고 있는 어느 젊은 시인의 하루이기도 하다.
또한 타인의 치부와 약점을 과녁 삼아 괴롭히는 모든 종류의 폭력에 저항하는 증거이자, 위선과 차별을 위선과 차별이라 읽는 솔직한 고발이기도 하다. 내가 써 내려간 시가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그리움이든 상처든 분노든 희망이든,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순간이 탄생하기만을 기다린다.
2023 울산문화관광재단 청년예술 지원사업공모에 선정된 작품집이라 더욱 뜻깊다. 두 번째 시집의 표제작을 뽑아주신 편집자님께도 감사하다. "사는 게 만약 뜨거운 연주라면" 제목만으로도 가슴에 와닿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해주신 응원의 말씀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용기 내어 펼쳐낸, 삶이 담긴 시집이 세상에서 "환대" 받기를, 독자분들에게 문학과의 즐겁고 의미 있는 만남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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