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기대되는 이준영 [D:인터뷰]

류지윤 2023. 10. 3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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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개봉

2014년 유키스의 멤버로 합류한 후, 2017년 tvN '부암동 복수자들'로 연기를 시작한 이준영. 데뷔 이후 바로 눈에 띄지는 못했지만 KBS2 '이미테이션', MBC '일당백집사' 넷플릭스 'D.P', '마스크걸' 등 필모그래피를 쌓고, 자신 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며 이제는 배우 이준영을 대중의 머릿 속에 각인시켰다.

ⓒ마인드마크

이번에는 영화 '용감한 시민'으로 악인 한수강을 보여줬다. '용감한 시민'은 불의는 못 본 척, 성질은 없는 척, 주먹은 약한 척 살아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이 선을 넘어버린 안하무인 절대 권력 한수강의 악행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다. 재력과 권력을 모두 가진 한수강은 고등학교 내에서 신 같은 존재다. 선생님들도 그의 악행을 알고 있지만 쉽게 건들지 못한다. 그에게 찍히면 끔찍한 폭행까지 견뎌야 한다. 이준영은 하나의 산이라고 생각했던 한수강 캐릭터에 도전한 자체에 만족감을 가지고 있었다.

"첫 상업 영화 개봉이기도 했고 2년 전에 찍은 거라 연기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보이기는 해요. 그래도 보신 분들이 "아주 나쁜 놈"이라고 칭찬해 주셔서 기분 좋아요. 시작 할 때만 해도 제가 잘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생각대로 한수강이 그려진 것 같아요. 앞으로도 맛있게 욕 먹을게요."

한수강의 극악무도함은 이준영이 과거에 연기했던 'D.P'의 탈영병 정현민, '마스크걸' 최부영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준영은 자칫 이전 배역들과 악역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서사가 없다는 점에 집중했다. 외적으로는 성경 속 사탄 뱀을 인간으로 형상화해 한수강에게 접근하기도 하고, 박진표 감독의 주문에 따라 일명 '나쁜 눈 뜨기'를 연습해 이전에 연기했던 얼굴들을 잊게 만들었다. 유독 악역일 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악역 자체에 대해선 별 부담은 없어요. 연기할 때 재미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한수강이 너무 나쁜 놈이라 꺼려졌어요. 제가 이걸 도전해도 될까, 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럼에도 한수강을 연기한 이유는 서사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냥 어렸을 때부터 그릇된 행동을 하면 잡아주는 사람이 없어, 자신의 악행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 정도로만 가이드 라인을 잡아놨어요. 지금까지 악역은 전사가 있었는데 한수강은 그냥 이유 없는 나쁜 놈이잖아요. 관객을 이해시키려 하지도 않고요. 도전 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꼈어요."

이준영은 촬영을 하면서 마음이 좋지 않아 촬영장 한구석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악행을 촬영하는 나날들은 유난히 마음이 고단했다.

"인간 이준영의 감정으로서는 정말 용납이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보니 연기할 때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손숙 선생님과 촬영할 때는 당시 친한 할머니께서 편찮으셨어요. 그런데 할머니를 괴롭혀야 하는 신을 찍어야 해서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걱정이 됐어요. 역시나 현장에서 선생님의 눈을 보자마자 눈물이 차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집중해서 촬영을 마친 후 외진 곳에서 혼자 눈물을 닦았죠. 그런데 눈이 크다 보니 촉촉해져가지고 울었던 사실을 걸렸어요. 현장에서 '한수강 운다'고 놀리면서 분위기 풀어주려고 많은 분들이 노력해 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마인드마크

신혜선과 함께하면서 연기할 때의 유연함과 열정을 한 번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신혜선과 연기하며 상대 배우에게 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누나가 열정적으로 연기하고 쉬지를 않아요. 그런 시간들이 서로 많아지니 합 맞추는 건 점점 수월해졌죠. 누나가 현장에서 너무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연기 하셔서 너무 부러웠어요. 혼자 누나 연기하는 걸 보면서 '나중에 나도 저렇게 해야지' 식의 공부를 했어요.(웃음) 이번에는 대립각을 세웠지만 많은 분들이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만나도 잘 어울리겠다고 말씀해 주셔서 언젠가 될지 모르지만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혜선과의 실감 나는 통쾌한 액션 장면은 '용감한 시민'의 백미다. 이준영은 신혜선에게 실제로 맞기도 하면서 완성된 장면이라며 웃어 보였다.

"누나가 실수로 때릴 때 진짜 아팠어요. 생각보다 타격감이 있었거든요. 남자답게 '누나 괜찮으니까 편하게 한 번에 끝내자'라고 말한 걸 후회 했어요. 하하. 후반 액션은 원테이크라 서로 흥분도가 올라가서 약속했던 것보다 주먹이 더 들어가거나 하면서 몇 대씩 더 맞고 그랬어요. 이제야 말할 수 있어요. 진짜 아팠어요. 하하. 열심히 맞기 위해 연구도 많이 하고 더 처절해 보일까에 대한 고민을 집중적으로 했던 것 같아요."

이준영은 극 중 액션 장면의 99%를 모두 소화했다. 마지막 링 위에서 신혜선에게 맞고 날아가는 장면 외에는 모두 이준영이 연기했다. 실제로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고 안무 연습할 때도 합을 빨리 외웠던 터라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액션 훈련은 베이스가 격투기라 너무 재미있었어요. 레퍼런스는 따라 하게 될까 봐 일부러 보지 않고 제 움직임을 믿고 연습했던 것 같아요.

이준영은 배우로서 한 단계씩 수직 성장 중이다. 작품이 쌓일 때마다 칭찬과 호평을 가져간다.

"저는 이전과 똑같이 작업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연기하는 것 같은데 칭찬해 주시니까 신기해요. 뭐가 그렇게 달라졌을까 생각해 보면, 유연함 정도일 것 같아요. 유연이라는 뜻을 알게 된 작품은 'D.P'였어요. 작품 안에서 욕하고 담배 피우는 건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당시 한준희 감독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셔서 자신감도 생기고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구나' 싶었죠. 원래는 상황에 맞게 대사를 완벽하게 외우고 다양한 버전을 준비해 갔어요. 지금은 리허설 하면서 흐름을 맞춰가는 작업의 재미를 알게 됐죠."

현재 이준영이 확정한 차기작만 영화 '황야', 디즈니 플러스 '로얄로더', 드라마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 '폭싹 속았수다' 등 네 편이다. 가능한 다양한 얼굴로 관객들을 기분 좋게 속이는 것이 목표다.

"군대를 가야 하는 나이라, 그 전까지는 최대한 할 수 있는 많은 걸 경험해 보고 싶어요. 제가 사회적인 경험을 많이 못해봤는데 연기를 통해 다양한 인물로 살아가고, 거기에서 오는 감정들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스스로도 너무 신기해요. 자랑 전혀 관련 없는 일인데 역할을 맡는다고 해서 캐릭터의 감정과 의무감들이 순간에 생기니까요. 건강하게 잘 모아보면 앞으로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거창한 목표는 없고 그냥 '이 역할이 이준영이었어?'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연기할 생각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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