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엽전부터 오만원권까지…돈이 돈 되기까지 무슨 일 있었을까
세종대왕 만원권 대신 석굴암 만원 나올 뻔? 화폐에 숨은 이야기 알아봐요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고, 재산 축적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물건인 돈의 또 다른 이름은 화폐(貨幣)입니다. 쇠붙이를 녹여 만든 주화, 종이에 인쇄해 만든 지폐 등이 있죠. 각종 음식과 그 재료인 식료품, 학교·학원까지 가는 교통수단, 공부에 필요한 책·학용품 등 우리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은 그에 상응하는 가치에 해당하는 화폐와 맞바꾼 겁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 필수 요소인 화폐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또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가 탄생하기까지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을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을 찾아 알아봤어요.
일정한 계약 하에 사람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그 돈을 자금으로 하여 대출·어음 거래·증권 인수 등을 하는 금융기관을 은행이라 합니다. 그런데 은행을 위한 은행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대한민국에선 1950년 중앙은행으로 설립된 한국은행이 그 역할을 합니다. 한국은행은 대한민국의 중앙은행으로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시중에 통용되는 화폐의 양이나 금리가 적정한 수준에 머물도록 정책을 펼치죠. 이외에도 우리나라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국내외 금융시장을 점검하고, 금융기관을 상대로 예금을 받거나 대출을 해주는 은행의 은행 역할을 하며, 예금한 국민이 정부에 내는 세금 등을 받아 두었다가 정부가 필요로 할 때 내주거나, 정부가 자금이 부족할 때 돈을 빌려주는 정부의 은행 역할도 하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화폐, 즉 지폐·동전 등을 발행하는 기관 역시 한국은행입니다.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화폐의 규격·색상 등을 정하고 필요한 수량을 한국조폐공사에 주문·제작해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시중에 내보내요. 이를 화폐의 발행이라 하죠. 한국은행에서는 2023년 기준 지폐(은행권) 4종류(천원권·오천원권·만원권·오만원권)와 동전(주화) 6종류(일원화·오원화·십원화·오십원화·백원화·오백원화)를 발행합니다.
화폐는 일상생활에서 늘 사용되기 때문에 이를 당연하게 여기기 쉽지만, 지폐 4종류와 동전 6종류가 대한민국에서 안정적으로 통용되기까지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답니다. 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고일재·오윤서·유정현 학생기자가 서울시 중구에 있는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을 찾았어요. 한국은행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2001년 개관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화폐의 역사와 제조·순환과정은 물론, 세계 각국의 진귀한 화폐도 만날 수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이한 조세경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도슨트와 심원보 한국은행 커뮤니케이션국 화폐박물관 부국장이 먼저 우리나라 화폐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전시한 화폐박물관 1층 상설전시장으로 이끌었어요.
'은행들의 은행' 한국은행의 화폐박물관
"화폐의 시초는 물품 화폐예요. 한반도에 살았던 우리 조상은 신석기 시대에 농경법을 익히고 정착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물품을 서로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물품을 마련했죠. 이러한 물물교환이 점차 늘어나면서 매번 그 물건을 다 가지고 다니기 어려워지자 운반이 편리하며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물품을 교환수단으로 사용하게 됐어요. 이것이 화폐의 시초인 물품화폐인데 대표적으로 조개껍질·곡물·농기구·소금 등이 있죠."(조)
이후 기원전 957년 고조선에서 '자모전'이라는 철전이 사용됐다는 기록이 전해지지만, 실물은 남아있지 않아요. 실물로 확인이 가능한 우리나라 최초의 금속화폐는 고려시대에 발행된 건원중보입니다. 중국 당나라 숙종 시기 발행된 건원중보를 본뜬 것으로, 이와 구별하기 위해 뒷면에 고려를 뜻하는 동국(東國)을 표기한 게 특징이죠. 건원중보 외에 고려시대에는 은병과 은 덩어리를 쪼갠 쇄은 등도 제작됐어요. 하지만 이러한 화폐들은 주로 무역을 많이 하는 상인이나 상류층이 사용했고, 일반 백성은 여전히 곡물·옷감 등의 물품화폐를 더 많이 이용했어요.
계층에 상관없이 사회 전반적으로 화폐가 사용된 건 조선 후기입니다. 상업의 발달로 화폐의 역할이 중요해지자 조선 정부는 숙종 4년(1678) 동전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유통했죠. 바로 상평통보예요. 이후 상평통보는 조선의 대표적 화폐로서 200여 년간 널리 사용됐죠. 상평통보는 전국에 있는 48개 기관의 주전소에서 주조됐는데요. 불량 주화가 나왔을 경우를 대비해 주전소의 약칭을 동전 뒷면 상단에 표시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여러 개의 끈에 줄줄이 묶인 상평통보 꾸러미를 살펴봤어요. 양가의 규수가 시집갈 때 친정집 어머니가 혼수 상자에 넣어주던 열쇠패로, 신부는 열쇠패를 신혼방 가구 등에 걸어두고 집안에 복이 깃들기를 기원했죠.
건원중보·상평통보는 우리가 옛날에 사용하던 돈이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엽전'에 해당하는 화폐예요. 오늘날 동전과 흡사한 형태의 주화는 고종 19년(1882년) 발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은화인 대동은전입니다. 1876년 개항과 함께 외국과 통상이 늘면서 근대적 화폐의 필요성이 높아져 만들게 됐죠. 대동은전은 일전·이전·삼전 세 종류로 발행됐는데, 건원중보·상평통보와 달리 중앙에 구멍이 없어요. 대동은전은 처음부터 워낙 적은 양이 제작됐고, 일부 부유층의 사재기와 원료로 사용된 마제은의 가격 상승으로 발행 9개월 만에 제조가 중단됐어요. 고종 20년(1883년)엔 근대적 상설 조폐기관인 전환국이 설치됐죠. 경성전환국은 1888년 일원은화·십문동화·오문동화 등 3종의 신식주화를 발행했지만, 재정 부족 등으로 주화 제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중단됐어요.
대한제국은 1906년엔 최초의 금화도 발행하는 등 계속 근대적 화폐 발행·통용을 시도했지만, 1910년 일본에 주권을 뺏기면서 화폐 발행 주권도 잃습니다. 일제가 1911년 3월 우리나라 경제 수탈과 일본 자본의 대륙 침투를 위한 금융조직 강화를 목적으로 조선은행을 세웠기 때문이죠. 일제는 조선은행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중 은행권을 마구 발행해 전쟁 비용을 충당했어요. 전쟁이 끝나고 광복한 후에도 조선은행이 한동안 우리나라 중앙은행 역할을 맡으며 조선은행권도 계속 유통됐죠. 조 도슨트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보여준 일제강점기 조선은행권은 국내서 쓴 화폐임에도 모두 일본어로 표기됐어요. 화폐 발행 역사는 곧 우리나라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체감됐습니다.
"1945년 우리나라는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독립을 되찾고, 1950년에는 대한민국의 중앙은행 한국은행을 설립했어요. 하지만 13일 만에 한국전쟁(6·25)이 발발했죠."(조) 한국은행은 현금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일본의 대장성 인쇄국에서 천원권·백원권을 제작해 같은 해 7월 22일 피난지 대구에서 최초의 한국은행권을 발행했어요. 전쟁통에 대구에서 최초로 발행된 한국은행권을 살펴보니 천원권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초상이, 백원권에는 광화문이 도안으로 사용됐죠. 이어 1959년에는 3종(백환·오십환·십환)의 주화가 미국 필라델피아 조폐창에서 제조돼 한국은행을 통해 발행됐어요. 한국은행이 발행한 최초의 주화입니다.
우리나라 화폐는 한국조폐공사에서 발행하는데요. 한국조폐공사는 한국전쟁 중인 1951년 설립됐죠. 심 부국장이 "흔히 문화 콘텐트·외교력·국방력 등을 국력이라 생각하죠. 그런데 화폐 발행 주권 역시 국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예요. 화폐를 관리하고 통제할 힘이 없으면 나라가 지속될 수 없어요"라고 말했어요.
화폐를 제조·관리하려면 나라의 주권 확보뿐만 아니라 용지·잉크·인쇄장치 등을 비롯해 위조 방지를 위한 여러 첨단기술도 필요합니다. 세계적으로 자국의 은행권을 자국 인쇄시설로 만드는 국가는 40여 개국뿐이에요.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은행권 인쇄는 물론 은행권 용지를 자체 해결하는 국가는 20여 개국에 불과하죠.
화폐박물관 1층에는 화폐와 관련된 여러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소개하는 '화폐박물관이 선정한 우리 화폐 20선' 코너가 있어요. 심 부국장이 화폐제조기술과 관련된 웃지 못할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습니다. "1972년 첫 발행된 오천원권 주인공은 조선시대 유학자인 율곡 이이예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했던 영국 은행권 제조 회사에 오천원권 제작을 의뢰했죠. 그런데 공개된 지폐 속 율곡 이이의 초상이 갸름한 얼굴, 커다란 두 눈, 뾰족한 콧대 등 너무나도 서구적이라 논란에 휩싸였어요. 결국 1977년 다시 발행된 오천원권 속 이이의 모습은 일랑 이종상 화백이 그린 표준영정에 근거해 제작됐죠.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화폐 제조 기술은 다른 나라에 수출할 정도로 발전했어요."
서구적인 외모의 율곡 이이 도안을 넣은 오천원권이 나온 건 당시 화폐에 들어갈 율곡 이이의 공식적인 초상화가 전해지지 않았기에 발생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화폐를 비롯해 동상·그림 등에 담긴 역사적 인물의 모습이 사회적 물의를 빚는 일이 늘면서 이를 방지하고자 1973년 문화관광부(당시 문화공보부)가 고증을 거쳐 표준적인 그림사진을 제작하도록 표준영정을 규정했어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세종대왕·율곡 이이·퇴계 이황·신사임당 등 화폐 도안으로 사용되는 선현들의 초상은 모두 표준영정을 근거로 제작된 겁니다.
일재 학생기자가 "화폐 전면 도안으로 문화재가 아닌 인물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궁금해했어요. 심 부국장이 "문화재 등 다른 사물에 비해 인물이 위조 여부를 판별하기 쉽기 때문이에요. 신사임당·세종대왕·율곡 이이·퇴계 이황 등 인물의 초상은 눈에 익기 때문에 원본과 조금만 달라져도 어색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문화재를 도안으로 쓰면 달라진 부분을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워요.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역사적 인물을 화폐 도안으로 많이 사용하는 이유죠"라고 설명했어요.
사실 문화재가 우리나라 지폐의 앞면에 등장할 뻔하기도 했습니다. 1972년 한국은행은 앞면에는 국보 석굴암 본존불, 뒷면에는 불국사 전경, 숨은 그림에는 석굴암 보살상을 넣은 만원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죠. 시쇄품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명까지 받고 발행공고까지 마친 뒤 본격적으로 시중에 유통할 채비를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공고 이후 특정 종교를 두둔하는 걸로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 나오며 발행을 취소했죠. 이것이 오천원권과 같은 해인 1972년이 아니라 한 해 뒤에 세종대왕을 앞면에, 경복궁 근정전을 뒷면에 도안한 만원권이 발행된 이유랍니다. 전시실에서는 대통령 서명 미발행권 1972년 버전 만원권을 볼 수 있었는데요. 역사적 인물이 지폐 앞면에 자리 잡는 것이 익숙한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이어서 흥미로웠죠. 이밖에 즉석 사진을 찍어 화폐 도안으로 만들어 보는 체험도 할 수 있어요. 정현 학생기자는 오만원권에 신사임당 대신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것을 보고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죠.
고액권일수록 적은 장수로 많은 금액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직접 지폐더미를 들어보기 위해 2층 모형금고로 향했죠. 문을 열자 오만원권·만원권·오천원권 등이 팔레트 위에 더미로 쌓여있었어요. 먼저 1억원에 해당하는 1만원권 10000장을 들어봤는데요. 무게가 약 9.57kg이었죠. 반면 5억원에 해당하는 5만원권 10000장은 일만원권 더미와 비슷한 9.87kg이었습니다.
지폐 4종류와 동전 6종류만 우리나라 화폐로 유통되는 건 아니에요. 의미 있는 사건·인물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하는 기념화폐도 있죠. 대한민국 최초의 기념주화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1971년 제조된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입니다. 금화 6종(이만오천화·이만원화·만원화·오천원화·이천오백원화·천원화)과 은화 6종(천원화·오백원화·이백오십원화·이백원화·백원화·오십원화)이 발행됐죠.
정현 학생기자가 "기념화폐를 사용해 실제로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나요?"라고 물었죠. "물론이죠. 기념화폐도 엄연히 한국은행에서 만든 화폐입니다. 만약 기념화폐에 오만원이라고 표기돼 있으면 일반적인 지폐와 똑같은 오만원 가치로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런데 기념화폐는 많이 발행하지 않아 희소성이 있어서 수집가들 사이에서 가치가 높아요. 그래서 수집용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제조부터 발행·폐기까지, 화폐의 일생
심 부국장의 설명을 듣던 윤서 학생기자가 "발행된 화폐에도 수명이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화폐의 수명은 사용자가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화폐도 사람처럼 탄생부터 폐기까지 과정을 거치죠. 이는 1층 화폐의 일생 전시실에서 살펴볼 수 있어요.
■ 화폐는 무엇으로 만들까
「
세계적으로 지폐의 소재는 종이나 면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우리나라 지폐는 목화솜이 원료인 면섬유로 만들어요. 종이가 아닌 면을 사용하는 이유는 면이 더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질겨서 잘 찢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지폐는 여러 단계에 걸쳐 잉크를 표면에 인쇄하는데, 그러려면 소재가 튼튼해야 해요. 여기에 형광색사와 은선을 섞어서 위조방지 장치를 추가합니다. 최근에는 지폐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머로 지폐를 만드는 나라도 생겼어요.
」
한국은행은 해마다 필요한 화폐량을 예측해 한국조폐공사에 제조를 의뢰해요. 화폐 제조량은 화폐의 발행·환수·폐기 규모를 감안해 결정하죠. 제조된 화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요청을 받으면 시중으로 공급됩니다. 이를 화폐의 발행이라 해요. 발행된 화폐는 시중을 돌며 각종 거래에 사용되다가 예금·세금납부 등으로 금융기관에 돌아오죠. 이 중 일부는 금융기관에서 한국은행에 맡기면서 한국은행에 돌아와요. 이를 화폐의 환수라 합니다.
환수된 화폐 중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사용권, 훼손·오염 정도가 심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화폐를 손상권이라 불러요. 2022년 한 해 찢어지거나 더러워져서 폐기한 화폐는 4억1300만 장이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6414억원에 달해요. 지폐를 기준으로 손상권은 잘게 쪼개진 지설물이 되는데, 지설물을 덩어리로 뭉치면 지설물봉이라 합니다. 지설물은 건물 바닥재나 차량용 방진 패드의 원료로 재활용하며, 주화의 경우 녹여서 폐기해 금속원자재로 재활용하죠.
"손상된 지폐를 한국은행에 가져오면 새로운 화폐로 교환할 수 있어요. 앞뒤 양면이 있고 원래 크기의 3/4 이상 남아있는 지폐는 해당 금액의 전부를, 앞뒤 양면이 있지만 원래 크기의 3/4 미만에서 2/5 이상 남아있는 지폐는 해당 금액의 절반을 교환해 주죠. 하지만 남아있는 면적이 원래 크기의 2/5 미만이거나, 지폐의 재료·색깔 확인이 어려워 진위여부를 구별하기 힘든 경우는 교환이 불가능해요."(조)
■ 위조지폐 감별법
「
우리나라의 은행권에는 높은 수준의 위조방지기술이 적용되어 있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진짜를 식별할 수 있어요.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시변각잉크, 특정 부분을 만져보면 볼록한 촉감이 느껴지는 요판인쇄, 비스듬히 보면 숨어있던 형상이 선명하게 보이나 복사물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 요판잠상, 복사 시 재현되지 않는 미세문자 등이죠. 이외에도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과 색상이 변하는 시변각장치(홀로그램)가 2006년 새로운 오천원권부터 적용됐어요. 지폐마다 적용된 방지장치가 조금씩 차이가 있으니 한국조폐공사(KOMSCO) 홈페이지에서 위조지폐 확인방법을 확인해 보세요.
」
폐기된 화폐를 보충하고 경제규모 확대에 따른 신규 수요에 맞춰 새로운 화폐를 만드는 데에는 연간 약 1100억원(2018~2022년 평균)의 비용이 듭니다. 국민들이 화폐를 깨끗이 사용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이러한 화폐 제조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겠죠. 화폐는 나라의 주권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엄청난 발행 비용이 드는 사회적 자산이니만큼 앞으로는 화폐를 더욱 귀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사용합시다.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을 취재하러 가서 선사시대부터 대한민국까지 사용된 화폐를 봤어요. 정부에서 발행한 화폐가 생기기 전 조개 등 화폐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재미있었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어로 된 화폐를 사용했다고 해요. '일본어를 몰랐던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했을까' 생각했죠. 화폐 위조방지 기술에 대한 설명도 들었는데, 얇은 종이에 여러 과학적인 방법이 적용된 것이 정말 놀라웠어요.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는 사각형 모양이나 나무로 만든 화폐가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죠. 또 화폐를 만드는 것은 국력과 연관이 있으며 지폐 한 장을 만들 때도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돈을 함부로 훼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일재(서울 강명초 5) 학생기자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을 취재하면서 화폐 속 위조방지 장치뿐 아니라 기념주화, 손상된 화폐 처리 등 화폐에 대해 많이 알게 되어 흥미로웠어요. 취재 전 '찢어진 화폐는 어떻게 처리할까?' 궁금증이 있었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손상된 화폐 처리였습니다. 손상이 심하면 잘게 찢어 재활용하기도 하고, 손상된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그 정도에 따라서 새로운 지폐로 바꿀 수도 있죠. 소중 친구들도 집에 손상된 화폐가 있다면 한국은행에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오윤서(서울 원명초 6) 학생기자
예전부터 화폐에 관심이 많아서 손꼽아 기대하고 간 취재였어요. 그만큼 새롭게 안 것도 정말 많았죠. 가장 대표적인 건 구한말에 금화가 있었다는 것이에요. 사용된 시기가 짧아서 화폐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비싸다고 해요. 또 지폐를 종이로 만드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면섬유로 만든다고 해요. 화폐박물관에는 역사적인 흔적도 많았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엘리베이터가 화폐박물관에 있고, 자세히 보면 건물에 6·25 전쟁 때 생긴 총알자국도 있어요. 진짜 살아있는 역사죠. 정말 재미있고 뜻깊은 최고의 취재였어요.
유정현(서울 목동초 5) 학생기자
」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고일재(서울 강명초 5)·유정현(서울 목동초 5)·오윤서(서울 원명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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