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K-통신]②일론 머스크 같은 혁신적 인물이 없다
"통신 인프라로 부가가치 만들어야"
"新시장 진출, 과감하고 절실해야"
통신 시장은 잠재력이 큰 시장이란 평가를 받는다. 무형의 주파수로 짠 통신망을 연결 고리로 삼아 콘텐츠, 미디어, 커머스, 모빌리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시대 국가들이 땅을 가지려 전쟁을 벌였다면 통신사들은 주파수를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한다. 주파수를 쥔 통신사들은 디지털 생태계의 주도권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사실상 그 기회를 잃고 말았다.
김영섭 KT 대표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통신사업자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위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얻는데 만족하는 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디지털 생태계의 주인이 됐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돈과 시간을 들여 통신망을 만들었는데 정작 거기서 큰 이익을 본 것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업체들이었다.
일론 머스크란 이름은 혁신의 대명사다. 경영자라기보단 모험가에 가까울 만큼 엄청난 추진력으로 우리의 삶과 미래를 바꾸고 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한국에도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이 특유의 기업가 정신으로 통신망 위에서 혁신을 이루고 그 결과물을 가지고 축제를 열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대기업의 계열사로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 속에서 '튀는' 행보를 보이기 어렵다. 한때 공기업이었던 KT 역시 정치권의 손아귀에서 자유롭지 않아 지배구조가 늘 불안하다. 김연학 서강대 교수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기회를 발견해 성장하는 IT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는 과감한 마인드가 있다"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고 있는 통신사들은 그러한 기업 문화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목숨 걸고 경영하는 스타트업과 경쟁하면 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권오상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도 "통신설비 산업은 일명 '덤파이프'라고 볼 수 있다"며 "파이프만 만들어놓고 돈 받아내면 먹고살기 충분한 산업이 돼버렸다"고 했다. 이어 "플랫폼 산업이 뜨면서 통신사들도 탈통신을 하려고 시도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혁신 마인드가 부족하다"면서 "통신 인프라로 부가가치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도 "통신 3사는 기본적인 통신 서비스에 대해 네트워크 고도화, 요금 및 품질 관리를 중요시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기본적으로 관리가 경영의 본질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관리에 강한 조직은 변화 앞에서 약점을 드러내기 쉽다. 변화도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진출하려면 과감하고 절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지만, 유행처럼 새로운 것에 진출하는 느낌"이라며 "정말 성과를 내려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안정적인 수익만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통신사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통신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관리가 아닌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통3사가 현실에 안주해 시장 경쟁이 사라졌다는 판단을 내리고 제4이동통신사 탄생을 추진하고 있다. 제4이통사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한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 보는 것이다. 제4이통사는 통신 3사가 포기한 5G 28㎓ 주파수로 특화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감당할 신규 사업자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황동현 한성대 교수는 정부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한 고착화된 통신 시장에 발을 들일 제4이통사를 찾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주파수 대가를 50% 이상 대폭 할인해주거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법, 기존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지 않게 보호·지원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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