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안 입는 청바지가 티매트로, 가방으로…재봉틀로 손쉽게 헌 옷 새활용
실과 바늘로 바느질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봉제’라고 해요. 흔히 손바느질을 떠올리지만 재봉틀(미싱)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재봉틀은 손바느질보다 작업 속도가 빨라 과거 재봉틀을 보유한 집이 많았는데요. 요즘은 집에서 바느질하는 경우가 드물고, 봉제된 기성품이 대량 생산·판매돼 공방 등이 아니면 재봉틀을 쉽게 볼 수 없죠. 김태연 학생모델과 이유민 학생기자가 재봉틀과 업사이클링 봉제 아이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더쉼패브릭x이로운펫 이상미 대표가 운영하는 더쉼스튜디오 소잉공방을 방문했어요. 재봉틀로 인형·백팩·에코백 등 청바지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아이템을 만드는 곳이죠.
유민 학생기자가 “재봉틀 종류 중 쉽게 접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이 대표가 공방에 있는 다양한 재봉틀을 보여줬죠. “재봉틀은 크게 가정용과 공업용으로 나뉘어요. 대량 생산에 적합한 공업용은 모터 파워가 강해 빠르고 오래 작업할 수 있지만 가정용보다 커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비싸죠.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정용에는 전동 재봉틀·전자 재봉틀·컴퓨터 재봉틀 등이 있어요.”
전동 재봉틀은 모터 속도를 전압으로 변화시키고 앞쪽 스위치로 조작하는 타입과 발판 컨트롤러로 봉제의 시작부터 속도, 멈춤 등을 조절하는 타입이 있어요. 전자회로로 봉제 속도를 조절하는 전자 재봉틀은 저속에서도 힘이 있어 전동 재봉틀보다 쉽게 두꺼운 원단을 봉제할 수 있고 바늘을 멈추는 위치도 정할 수 있죠. 앞쪽 스위치로 조작하는 타입과 스위치·발판 컨트롤러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타입이 있어요.
“컴퓨터 재봉틀은 전동·전자 재봉틀보다 비싸지만 사용하기 쉬워 초보자에게 알맞죠. 내장된 마이크로컴퓨터로 모양 형성과 속도를 제어하고, 박음질·공그르기 등 다양한 기법도 버튼 하나로 쉽게 할 수 있어요. 바느질 기법이 많을수록 비싸죠. 가장자리 감침질 전용 ‘오버로크 재봉틀’, 예쁘게 수를 놓을 수 있는 ‘자수 재봉틀’은 가정용·공업용 모두 있죠.” 태연 학생모델이 “내게 맞는 재봉틀을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질문했어요. “부라더미싱(Brother)·자노메(JANOME)·주끼미싱(JUKI) 등 브랜드마다 가정용 재봉틀 모델이 다양하죠. 가능하다면 공방 등에서 다양한 재봉틀을 사용해 보는 걸 추천해요.”
재봉틀은 원단을 사이에 두고 윗실과 밑실이 맞물려서 바늘이 상하로 움직여 박는 원리로 봉제해 실이 두 개 필요합니다. 재봉틀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을 끼우는 방법을 알아야 해요. 유민 학생기자는 하늘색 실, 태연 학생기자는 아이보리색 실을 고른 뒤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재봉틀 앞에 앉아 전원 버튼을 눌러 윗실과 밑실을 재봉틀에 연결할 준비를 마쳤죠. “모델마다 방법이 조금 다르지만, 윗실과 밑실을 어떻게 재봉틀에 연결해야 하는지 도표가 있어요. 도표대로 하면 누구나 쉽게 윗실과 밑실을 연결할 수 있죠.”
이 대표가 유민 학생기자가 사용할 ‘주끼(JUKI) HZL-K65’ 모델로 시범을 보여줬어요. “먼저 밑실을 감는 도구인 북알(보빈)에 실을 감아 밑실을 준비할 거예요. 재봉틀에 있는 밑실 감기 도표를 확인한 뒤 재봉틀 상단 가운데에 있는 실 꽂이에 실패를 꽂아요. 실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풀리도록 하는데, 만약 실패가 실 꽂이보다 클 경우 재봉틀 옆에 실패 거치대를 두고 사용해요. 실패에서 실을 당겨 빼 재봉틀 상단 왼쪽에 있는 밑실 감기 장력 원판에 감아줘요. 실 끝을 잡아 북알에 있는 구멍에 넣고 실을 몇 번 감아 고정해요. 북알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수예점에서 미리 실이 감긴 북알도 살 수 있죠. 재봉틀 상단 오른쪽에 있는 북알 꽂이에 북알을 꽂고, 북알 꽂이 핀을 오른쪽으로 밀어 제자리에 고정해요.”
몇 초간 발판을 밟거나 북알 감기 버튼(재봉틀별로 다름)을 눌러 실 감기를 시작해요. 실이 다 감기면 저절로 멈추는데 아닌 경우 실이 북알 가장자리와 높이가 거의 같아질 때 장치를 멈춰요. 북알 꽂이를 왼쪽으로 밀어 빼는데 실이 실패와 북알에 연결돼 있으면 가위로 5cm 정도 남기고 자릅니다. “완전히 감긴 북알은 재봉틀 바늘 아래에 있는 뚜껑을 열면 나오는 빈 공간, 북집에 넣어요. 북집에 북알을 넣기 전 실을 5cm 정도 빼고, 북집을 P자 모양으로 만듭니다. 북집에 실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보여주는 도표를 확인하고, 북알을 북집에 넣어 북알이 제자리를 잡으면 뚜껑을 닫아요.”
북알 실은 바늘 아래의 북집 안에 숨어있기 때문에 재봉틀 돌림 바퀴를 몸 쪽으로 돌려 실 끝이 나오게 한 뒤 잡아당겨 5cm 정도 내죠. 윗실도 실 꽂이에 실패를 꽂고 재봉틀의 윗실 도표 순서대로 꿰 준비해요. “재봉틀 아래 바늘 쪽으로 실을 당기고, 바늘구멍을 통과해 실을 꿰어 바깥쪽으로 실을 5cm 이상 당겨요. 그다음 바늘 아래에 있는 천 고정 도구인 노루발의 안쪽 틈을 통과해 실을 빼요. 재봉틀에는 간단하게 윗실과 밑실을 연결하는 도표가 표시돼 있고, 대부분 동일한 방식으로 실을 꿰지만 모델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설명서를 참고해 익혀두면 좋아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 대표가 준비한 검은 직선·지그재그 선·삼각형·사각형이 그려진 흰 천으로 기초인 일(一)자 박음질 연습을 해봤어요. 먼저 선이 똑바른 세로가 되도록 북집 위에 천을 두고, 돌림 바퀴를 몸 쪽으로 돌려 바늘을 천 쪽으로 내린 뒤, 노루발 조정 장치를 아래로 해 노루발로 천을 고정합니다. 바늘과 노루발 중앙, 천의 선이 똑바른 세로가 되면 발판을 눌러 박음질을 시작해요. 끝나면 발판에서 발을 떼고 아까와 반대로 돌림 바퀴를 몸 바깥쪽으로 돌려 바늘을 올리고, 노루발 조정 장치를 위로 해 노루발을 올려요. “유민이 재봉틀 속도가 더 빠른 것 같아요.” 태연 학생모델이 말했어요. “모델마다 박음질 속도가 다르고, 조절 장치로 원하는 속도를 맞출 수 있어요. 현재는 가장 느린 속도죠.”
직선 박음질을 마치자 이 대표가 모서리 부분을 위한 팁을 줬어요. “일자 박음질할 때 모서리에서는 원단을 돌려 항상 선이 세로가 되게 해야 해요. 모서리가 나오면 바늘과 노루발을 들어 올려 선 방향을 바꿔 세로를 맞춘 뒤 다시 바늘과 노루발을 내려 박음질하면 돼요.” 재봉틀 후진 버튼을 누른 상태로 박음질하면 박음질 방향이 반대가 되는데 이를 활용해 매듭을 짓죠. 시작과 끝에 후진 버튼을 눌러 반대로 박음질한 다음, 버튼에서 손을 떼 원래 방향대로 박음질하면 매듭이 지어져요. 처음에는 박음질도 삐뚤빼뚤하고, 모서리에서 바늘과 노루발의 위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헷갈렸던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 대표의 도움을 받아 재봉틀 바늘을 겁내던 것도 잊고 실력이 향상됐죠.
일자 박음질에 익숙해진 소중 학생기자단이 안 입는 청바지를 재단해 가로세로 12X12cm 업사이클링 티매트를 만들기로 했어요. “업사이클링에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할 수 있지만, 특히 청바지는 우리가 많이 입는 옷이면서 그만큼 많이 버려지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안 입는 청바지를 업사이클링하면 환경도 보호하고 유용한 아이템도 쓸 수 있죠. 요즘은 트렌드를 반영해 빠르게 제작·유통하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 시대가 돼 잠깐 입고 버려지는 옷이 많아요. 이런 옷들이 다 매립·소각되면 환경을 오염시키는데, 재봉틀을 조금만 할 줄 안다면 안 입는 옷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죠. 그런 게 재봉틀로 업사이클링하는 매력 같아요.”
모든 원단은 업사이클링 가능합니다. 특히 잘 늘어나지 않는 면으로 된 셔츠는 초보자에게 추천해요. 잘 늘어나는 니트나 두꺼운 패딩, 미끄러운 재질의 원단은 초보자가 재단하고 바느질하기 어렵죠. “원단의 특성을 먼저 보고 어떤 아이템을 만드는 게 좋을지 생각해요. 튼튼하고 내구성이 좋은 청바지는 가방 등의 아이템을 만들기에 좋아요. 부드러운 면 원단은 인형·쿠션 등에 잘 어울리죠. 업사이클링 후에 남은 자투리도 나중에 사용할 수 있어요. 청바지의 경우 주머니부터 벨트 고리까지 하나도 버리지 않고 쓸 수 있답니다.”
데님 청바지와 그레이딩자(직각자), 시침핀, 쪽가위, 재단가위, 연필(초크)를 준비한 뒤 가로세로 12X12cm 패턴 종이를 청바지 안쪽 면에 대고 연필로 네모를 2개 그려요. 그다음 솔기가 접혀 들어가는 시접을 위해 그레이딩자로 가로세로 1cm씩 넓게 추가로 선을 긋죠. 그레이딩자에 그려진 칸은 하나당 5mm라 두 칸을 쓰면 1cm 너비의 선을 그릴 수 있죠. 2개의 13X13cm 네모 모양을 재단가위로 잘라 겉면이 마주보게 합니다. 움직이지 않도록 12X12cm 부분의 모서리와 선 중앙에 시침핀을 꽂는데, 이때 연필로 그린 선과 직각이 되도록 꽂아야 박음질할 수 있습니다. 한쪽 면 중앙에 청바지 겉면을 밖으로 뒤집을 수 있게 바느질하지 않고 남겨두는 부분인 창구멍 용으로 6cm 정도 연필로 표시해요. “창구멍을 표시한 부분부터 재봉틀로 박음질을 시작해 반대편 창구멍 표시 부분에서 마무리해요. 단, 양쪽 창구멍 표시 부분에는 후진 버튼을 눌러 매듭을 지어야 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청바지와 비슷한 파란색 계열의 실을 골라 연습한 대로 밑실과 윗실을 만들고 재봉틀과 연결해 12X12cm 선을 따라 일자로 박음질을 시작했죠. 모서리에서는 바늘과 노루발을 들어 올려 선 방향이 세로가 되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어요. 박음질한 뒤 삐져나온 실은 쪽가위로 다듬었습니다. “박음질한 부분을 침범하지 않게 13X13cm 선의 모서리를 대각선으로 잘라 창구멍으로 청바지 겉면이 밖으로 나오게 뒤집었을 때 모서리가 뚱뚱해 보이지 않도록 해요. 창구멍을 통해 뒤집은 뒤엔 박음질해서 창구멍을 막아요.” 시접이 부풀지 않게 다리미로 눌러 평평하게 만든 뒤 각자 이니셜 패치를 다리미로 눌러 붙이면 업사이클링 티매트 완성.
유민 학생기자가 재봉틀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궁금해했어요. “박음질 속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혹여나 손 부상이 생길 수 있어 항상 집중하고 조심해서 재봉틀을 사용해야 하죠. 박음질할 때 삐뚤어지지 않도록 노루발과 손으로 원단을 잘 고정하는 것도 중요해요. 또 손바느질용이 아닌 재봉틀용 실(봉제실)과 바늘을 사용해야 하죠. 특히 재봉틀용 바늘은 바늘귀가 뾰족한 끝부분에 있으니 잘 확인하세요. 재봉틀과 입지 않는 옷 등 기본적인 재료만 있으면 어린 친구들도 쉽게 재봉틀로 간단한 업사이클링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답니다.”
■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취재를 앞두고 재봉틀에 대해 생각했는데 무엇보다 무섭다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TV에서 본 빠르게 움직이는 재봉틀 바늘이 떠올랐거든요. 그런데 직접 재봉틀을 사용하면서 안전하고 무섭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입지 않는 청바지로 업사이클링 티매트도 만들어 보면서 집에 있는 안 입는 옷을 활용해 재봉틀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환경도 지키고 자기만의 예쁜 업사이클링 제품도 만들고 일석이조일 것 같습니다. 재봉틀은 절대 무섭지 않고 만들어 볼 수 있는 게 많아요. 기회가 된다면 재봉틀을 좀 더 배워보고 싶습니다.
김태연(인천 진산초 4) 학생모델
더쉼스튜디오 소잉공방에 가서 재봉틀을 체험해보고 청바지로 업사이클링 티매트를 만들었어요. 밑실·윗실 등 용어가 생소했지만, 이상미 대표님이 알려 주신 대로 차근차근 배우니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었어요. 티매트 제작엔 많은 과정이 필요했어요. 먼저 직각자로 재단하고 시침핀으로 고정한 후 재봉틀로 박아야 하는데 재단선이 잘 보이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죠. 하지만 다 박고 나서 창구멍으로 뒤집어 보니 삐뚤빼뚤 박았던 부분이 보이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이니셜까지 새기고 나니 정말 예쁜 티매트가 완성돼 뿌듯했어요. 재봉틀은 빠르게 바느질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만의 작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취미 같아요. 배운 재봉틀 실력으로 가족 모두의 티매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유민(서울 대모초 4) 학생기자
」
글=박경희 기자 park.kyunghe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태연(인천 진산초 4) 학생모델·이유민(서울 대모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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