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 성지'선 아이폰15가 공짜…"유플이 제일 싸요"

정길준 2023. 10.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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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림 테크노마트 이통 매장 살펴보니
기본형에 40만원대 불법보조금 형성
제휴카드 발급하면 0원으로 '뚝'
IPTV·인터넷 옮기면 현금·상품권까지
시장 교란 행태에 "이통사도 조사해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이동통신 매장. IS포토

'스마트폰 성지'로 불리는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여전히 불법보조금이 판을 치고 있다. 고가의 5G 요금제를 일정 기간 유지하고 제휴카드를 발급하면 100만원이 넘는 '아이폰15' 기본형을 공짜로 가져갈 수 있다. 이동통신사 공식 대리점에서 사는 소비자는 말 그대로 호구가 되는 상황이다.

지난 28일 이통 매장이 모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을 둘러봤더니 여기저기서 호객 행위가 펼쳐졌다. 젊은 커플은 물론 나이 지긋한 방문객들이 판매원과 상담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가까운 매대의 판매원에게 출고가 124만3000원의 아이폰15 기본형(이하 128GB 모델)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물었더니 "'유플'(LG유플러스)이 제일 많이 준다"며 금액을 이야기하지 않고 조용히 태블릿 PC의 화면을 보여줬다.

LG유플러스는 월 10만5000원의 '5G 프리미어 플러스' 요금제로 아이폰15 기본형을 개통하면 45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판매점의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6만7500원)까지가 시장이 인정하는 범위다.

여기에 판매원은 해당 요금제를 6개월 동안 해지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40만원을 단말기 값으로 얹어주겠다고 했다. 특정 요금제를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또 판매원은 이용 중인 신용카드가 있는지 물어봤다. 하나카드가 있다고 하자 판매원은 "그럼 하나카드를 추가 발급하면 기기값을 없애드릴 수 있다"며 "다른 분들은 (월 이용 실적을) 50만원으로 맞춰드렸는데 개시 손님이니까 30만원만 쓰는 걸로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의 요금제에도 불법보조금을 뒷받침했는데, 제휴카드 가입 조건을 뺀 월 납부 금액을 살펴보니 10만원 초반대로 비슷했지만 LG유플러스가 2만원가량 저렴했다.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갤럭시Z 플립5'(256GB)에도 LG유플러스의 요금제 기준 40만원대의 불법보조금이 붙었다.

다만 출고가가 139만9200원으로 아이폰15 기본형보다 10만원 이상 비싸 매달 내야 하는 금액이 더 높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다른 판매원이 애타는 목소리로 불러 의자에 앉아 조건이 다른지 물어봤다.

이 판매원은 알뜰폰 가입자라고 하자 "LG유플러스 5G 프리미어 플러스로 넘어오면 5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서너 걸음 만에 불법보조금이 10만원 올랐다.

IPTV·인터넷은 KT라고 했더니 눈빛이 달라진 판매원은 "지원금은 LG유플러스가 세지만 잘 터지는 건 SK텔레콤"이라며 다른 조건을 제시했다.

IPTV·인터넷을 SK브로드밴드로 옮기고 SK텔레콤 '5GX 프라임 플러스'(월 9만9000원)를 월 100원 수준의 부가서비스 몇 개와 함께 6개월간 유지하면 단말기 가격에서 56만원을 빼준다고 했다. 공시지원금 42만원을 더하면 아이폰15 기본형의 가격이 26만3000원으로 뚝 떨어진다.

덤으로 IPTV·인터넷 가입 혜택으로 20만원 상당 상품권과 현금 5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들른 판매점은 매장 벽에 붙은 안내문이 인상적이었다. 불법보조금이 적발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시정 조치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싸게 주려다 생긴 '영광의 상처'라는 것을 보여주듯 눈에 띄는 곳에 배치했다.

해당 매장 판매원 역시 "아이폰15는 이통 3사 중 LG유플러스의 조건이 가장 좋다"며 "우리는 3개월만 요금제를 유지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상담을 받고 있는 고객들. IS포토

이달 국내 정식 출시한 아이폰15 시리즈 중 기본형은 '다이내믹 아일랜드'와 첫 컬러 인퓨즈 후면 유리 적용 등 디자인 변화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 3사가 이 모델의 공시지원금을 전작 대비 87.5% 올린 이유다.

LG유플러스 측은 불법보조금과 관련해 판매점의 정책을 두고 회사가 밝힐 수 있는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이통사가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를 각 판매점이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는 SK텔레콤도 공격적으로 보조금을 뿌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정책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소비자 차별을 야기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선 판매점뿐 아니라 이통 3사도 관리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말기 유통법 위반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방통위가 대리점이나 판매점 등 하위 업체들만 조사할 것이 아니라 조사 인프라를 확충해 통신 3사가 주도하는 법 위반 현황을 보다 면밀히 조사하고 그에 맞는 처분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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