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우리카드 5연승 끌고 미는 살림꾼 박진우-한성정
의정부 유학생들이 우리카드의 연승 행진을 밀고 끌고 있다. 미들블로커 박진우(33)와 아웃사이드 히터 한성정(27)이 주인공이다.
우리카드는 2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18, 25-21, 25-23)로 이겼다. 5연승을 달린 우리카드는 승점 14점을 확보, 1라운드 1위를 확정지었다.
득점은 외국인 마테이 콕이 15점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숨은 공신을 꼽으라면 한성정과 박진우였다. 한성정은 리시브 23개를 받아내면서 11득점을 올렸다. 블로킹도 3개나 잡았다. 박진우는 속공 5개와 블로킹 3개로 8득점했다. 범실은 박진우가 1개, 한성정은 하나도 없었다.
박진우는 경기 뒤 "이렇게 좋을 거라고 생각은 못 했다. 1승 하고, 2승 하다 보니까 (세터 한)태준이도 자신감이 생기는 거 같고, 팀원들의 안정감, 팀웍이 잘 맞는 느낌이라 좋다"고 했다. 한성정은 "5연승까지 할 줄은 몰랐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나섰는데, 초반에 잘 맞아서 5연승까지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초심을 잃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 같다"고 했다.
두 선수는 우리카드에서 데뷔해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다 돌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진우는2012년 드림식스(우리카드 전신)에 입단해 2019년 KB손해보험으로 트레이드됐다. 지난 시즌 뒤 KB와 FA 계약을 맺은 박진우는 나경복의 FA 보상선수로 4년 만에 장충으로 돌아왔다. 2017~18시즌 전체 1순위로 우리카드에 뽑힌 한성정은 2021~22시즌 도중 KB손보로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올해 세터 황승빈과 맞트레이드돼 우리카드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박진우는 "(돌아왔지만)달라진 건 딱히 없다. 선수는 어디서든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했다. 한성정은 "솔직히 말하면 다녀온 거 같지 않는 느낌"이라고 웃으며 "우리카드 생활이 너무 재밌고, 실력이 올라온 거 같다. (지난 시즌)FA를 하고 힘들었는데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했다.
우리카드를 떠날 때만 해도 중고참이었던 박진우는 어느새 최선참급이 됐다. 최석기(37) 다음으로 이강원과 함께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후배들에게 조언도 자주 한다. 주전 선수 중 막내인 세터 한태준(19)은 "한마디로 병 주고 약 주는 선배다. 정신 못 차릴 땐 혼을 내는데, 경기 중에는 이런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실수해도 괜찮다고 독려를 해준다"고 했다.
우리카드가 자주 멤버가 바뀐 건 2018년 신영철 감독이 부임한 뒤부터다. "신영철 감독은 달라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박진우는 "나는 감독님과 오래하지 않아 처음 같다"고 했다. 한성정은 "처음에는 호랑이 같은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아버지처럼 장난도 쳐주시고 분위기 좋게 이끌어주려 한다. 성적이 좋아 그런지 모르겠지만 푸근하게 다가와준다"고 했다.
신영철 감독은 경기 뒤 박진우와 한성정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영철 감독은 "한성정이 KB에 다녀와서 많이 성숙한 것 같더라. 좀 더 나은 배구를 하지 않을까 싶다. 진우와 성정이가 살림꾼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궂은 일을 다한다. 고맙게 생각한다. 감독으로선 고맙다"고 했다.
박진우는 "코트 안에서 내 역할이 그런 부분인 걸 감독님이 자주 이야기해줬다. '멋있는 선수'가 아니고 살림꾼처럼 커버도 잘 해야 하고 2단 토스도 잘 하고 서브 범실을 줄이려 한다. '이게 내가 해야하는 거구나'란 생각을 하며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성정은 "우리 팀이 잘 하는 이유는 각자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잘 하고 있어서다. 나도 살림꾼이란 말을 많이 듣는데, 에이스가 되고 싶지만 팀이 이기는 게 더 값진 거라 본다. 내 역할을 하다보면 팀도 좋아지고, 내 평가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수원=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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