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에 ‘자컨’까지, K팝 전략 흡수한 가상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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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이터니티 콘서트가 열린 지난 15일 경기 광명 아이벡스 스튜디오.
가상 아이돌 '덕질'(팬 활동)도 K팝 아이돌과 다르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가요계 관계자는 "K팝 팬들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온라인 기반의 활동과 소통에 익숙해지면서 가상 아이돌 시장의 성장에도 속도가 붙은 것 같다"면서 "가상 아이돌이 실제 아이돌을 대체하리라고 보진 않는다. 다만 가상 아이돌이 새로운 K팝 장르로 자리매김할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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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이터니티 콘서트가 열린 지난 15일 경기 광명 아이벡스 스튜디오. 야광봉을 손에 든 관객이 삼삼오오 공연장에 들어선다. 현란한 조명과 자욱한 안개가 여느 K팝 공연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정작 무대 위에 사람이 없다. 1350인치에 달하는 전광판이 무대를 채웠을 뿐이다. 이터니티는 가상 아이돌 그룹이다. 2021년 데뷔해 싱글 6장을 냈으니 가상 아이돌 업계에선 1세대로 불릴 만하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불붙인 가상 아이돌 시장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올해 3월 데뷔한 그룹 플레이브는 미니 1집을 20만장 넘게 판매했다. 인기 유튜버 우왁굳이 제작한 이세계아이돌은 미국을 제외한 200여개국 인기곡을 가리는 빌보드 글로벌(미국제외)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엔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 간판 출연자로 섰다. 공연 티켓은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됐고, 공연이 생중계된 영화관 입장권도 금세 동났다.
더 K팝스럽게…가상 아이돌의 진화
초창기 가상 아이돌은 인공지능(AI)과 그래픽 모션 등 신기술 집약체로서 주목받았다. 요즘은 다르다. K팝 전략을 흡수하며 팬덤을 모으고 있다. 이터니티는 제작 단계에서 유명 여성 아이돌 그룹 제작자와 협업했다. 지난달엔 ‘아이 빌리브’(I Belive) 등을 만든 김형석 작곡가 측과 MOU를 맺고 음악 제작 등을 자문받기로 했다. 플레이브는 ‘자컨’(자체 콘텐츠)과 ‘영통 팬싸’(영상통화 팬사인회) 등 K팝 아이돌 필수 코스를 거치는 중이다. 플레이브는 실제 인간을 2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그룹인데, 멤버 ‘본체’(캐릭터를 표현하는 실제 인물) 모두 전·현직 아이돌로 이뤄져 ‘K팝스러움’에 친숙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넷마블 자회사가 설립한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해 가상 아이돌 제작에 직접 뛰어들었다. IT 기업이 주도해 만든 여타 가상 아이돌과는 다른 경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신인 아이돌 그룹 개발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콘셉트 비주얼을 기획하고 음반 및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 살던 소녀들이 현실에 불시착했다는 세계관을 앞세우고, 컴백 전 티저 콘텐츠를 공개하는 등 마케팅 방식도 K팝과 비슷하다.
“가상인지 실재인지는 중요치 않아, 마음은 진짜니까”
가상 아이돌 ‘덕질’(팬 활동)도 K팝 아이돌과 다르지 않다. 플레이브를 좋아하는 닉네임 플랑크톤씨는 “플레이브는 아이돌이라 팬 활동도 비슷하다. 포토카드 수집, 생일카페 방문, 음원 스트리밍, 버블(메시지 서비스) 구독 등을 한다. 팬사인회에 응모하려 음반을 수십 장 사는 팬도 있다”고 귀띔했다. 플레이브를 좋아하는 이유도 “잘생겨서, 노래가 좋아서, 신선해서, 실력이 뛰어나서” 등 다른 아이돌 팬들과 흡사하다. 멤버 각각이 실제 인간의 아바타라는 사실을 인지하지만 ‘팬심’이 ‘본체’로 향하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일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이미지 덩어리를 좋아하는 것”이고, “플레이브로서 보여주자 하는 이미지를 받아서 제 방식으로 플레이브를 소비하는 게 좋다”는 게 플랑크톤씨 설명이다.
아이돌이 가상 인간이라고 해서 ‘팬심’마저 허상인 건 아니다. 플랑크톤씨는 “대상이 존재하느냐 않느냐는 (팬 활동에) 중요하지 않다.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그 순간의 마음이 실재하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가요계 관계자는 “K팝 팬들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온라인 기반의 활동과 소통에 익숙해지면서 가상 아이돌 시장의 성장에도 속도가 붙은 것 같다”면서 “가상 아이돌이 실제 아이돌을 대체하리라고 보진 않는다. 다만 가상 아이돌이 새로운 K팝 장르로 자리매김할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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