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푹 패인 車, 초토화된 밭…공포의 '가을 우박' 이래서 굵어졌다

정은혜 2023. 10.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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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내린 우박으로 차량 보닛 곳곳이 움푹 패인 모습(왼쪽), 26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일동 일대에 내린 우박. 사진 정길수씨,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에서 차량 수리 업체를 운영하는 정길수씨는 최근 우박에 맞은 차량을 수리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씨는 "26일부터 지금까지 서울 중랑구, 경기 의정부시 등에서 60건의 우박 피해 차량을 접수했다"며 "지난해 이맘 때는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굵은 우박에 맞은 차량은 보닛과 지붕, 트렁크 곳곳이 움푹 패였다. 그는 "자동차가 우박을 맞으면 일반적인 사고와 달리 여러 판을 다 수리해야 하기 때문에 자차 보험이 없을 경우 수리비도 많이 든다"고 했다.

수확 철을 맞은 농가도 우박에 울상이다. 경북, 충북, 경기도 등지의 과수 농가들은 지난 14일에 이어 두 번째 직격탄을 맞았다. 곳곳에서 1~3cm의 굵은 우박이 쏟아졌고 충북 제천시 송학면에서는 밤톨만한 우박이 떨어져 큰 피해를 입었다. 이날 오전까지 제천시 피해 면적은 30ha(헥타르·9만여평)이상으로 집계됐다.경상북도는 안동 등 6개 시·군의 피해 면적을 1083ha(327.6만여평)로 잠정 집계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안동·예천)은 "지난 해 우박으로 인한 농가의 재산 피해가 3000억원 가량 집계된 것으로 아는데, 올해는 더 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농가들은 최근 기후변화로 우박 피해가 심해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상치 않은 10월 우박


지난 26일 오후 충북 북부지방에 낙뢰와 강우를 동반한 우박이 내리면서 수확을 앞둔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사진은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의 우박 피해 사과. 사진 제천시
가을 우박이 심상치 않다. 한반도에서는 5월과 10월에 주로 쌀알 만한 우박이 내리는데, 올해는 유난히 굵은 우박이 자주 쏟아져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지난 14일에 내린 우박으로 농작물 피해를 입은 최효열(64·경북 예천) 과수전문상담사는 "30년 평생 농사를 지으며 10월에 이렇게 굵은 우박이 쏟아진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9일과 14일, 26일에 우박이 관측됐다. 모두 대기 상하층 온도차이가 38도 이상 벌어진 날이다. 9일은 경기 서북부, 14일엔 수도권과 충청도, 26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대기 상하층 온도차가 38도를 넘어섰다. 우박을 쏟아내는 적란운이 형성되는 조건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따뜻한 가을 이어지면 우박 피해↑”


대기 상하층 온도차는 대기 하층이 따뜻한 상태에서 기압계의 변화로 차고 건조한 공기가 한반도 대기 상층에 갑자기 유입될 때 심하게 벌어진다. 특히 올해는 평년보다 따뜻한 날들이 이어져 우박이 더 굵게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박의 굵기는 지표면이 따뜻해 구름 속에서 상승 기류의 힘이 강할수록 커진다.
정근영 디자이너

11월에도 평년보다 기온이 따뜻할 가능성이 높아 우박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이론상으로 10월 수준의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다 차고 건조한 대륙성 공기가 유입되면 우박을 쏟아내는 강한 비구름이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또 "기후변화로 추위와 더위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봄 가을을 중심으로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굵은 우박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형동 의원은 "하늘만 보고 농사를 지어야 하는 분들이 체감하는 기후변화 상황은 정말 심각하다, 앞으로는 우박 피해 보상 뿐 아니라 우박 피해를 예방하는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각 부처의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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