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백년이라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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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1897년 세계 최초로 기록된 눈싸움 영상의 컬러 보정본을 보게 됐다.
친근함에 나 역시 웃음이 나는데, 백년도 더 된 영상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환경오염과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떠올려 보면 백년 뒤 풍경은 지금 모습과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백년 뒤에 살아남은 인간이 오늘날의 영상을 보며 떠올릴 생각을 가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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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1897년 세계 최초로 기록된 눈싸움 영상의 컬러 보정본을 보게 됐다. 배경이 어느 나라인지 알 수는 없으나 거리에는 많은 눈이 쌓여 있고 스무 명 가까운 성인이 눈을 뭉쳐 던지며 놀고 있다. 자전거 한 대가 지나가다 눈에 맞아 쓰러지고, 쓰러진 사람에게도 계속 눈을 던지는 바람에 그는 간신히 왔던 길로 자전거를 타고 도망치고 만다. 영상 속 인물들은 너무나 즐거워 보인다. 눈을 뭉쳐 던지고 넘어지는 움직임이 생동감 있어 소리가 없는 영상인데도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친근함에 나 역시 웃음이 나는데, 백년도 더 된 영상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영상 속에서 선명하게 움직이는 이들 모두가 지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년은 짧다. 어느덧 시월이 끝나가고 있다. 봄꽃을 보며 기뻐했던 기억으로부터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듯한데 창밖엔 단풍이 한창이다. 거대해 보이는 백년이라는 시간이 일년을 고작 백 번 반복한 것이라 생각하면 내가 얼마나 찰나의 시간을 살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백년 후 서울을 상상한다. 나와 내 주변인 대부분이 더는 이곳에 존재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환경오염과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떠올려 보면 백년 뒤 풍경은 지금 모습과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져 서울 대부분이 물에 잠겼을지도 모른다. 서울에 살고 있는 인간과 동물, 식물들 역시 바닷속으로 사라져버렸거나 다른 곳으로 이주해 살고 있을 것이다.
백년 뒤에 살아남은 인간이 오늘날의 영상을 보며 떠올릴 생각을 가늠해본다. 아직 뚜렷한 사계절 속에서 다양한 옷을 입고 지내는 사람들, 다양한 생물종이 분포하는 숲에서 울창하게 뻗어 있는 나무들, 파란 하늘 아래에서 즐거워 보이는 웃음소리. 앞으로 백년은 더 살 수 있을 것 같은, 길에서 만난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면 미래세대에게 지구를 빌려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 것만 같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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