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이·팔 분쟁, 교훈 남발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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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은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하마스의 기습 전 징후 은폐라든지, 민간인 피해를 부각하면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여론전 수단은 향후 북한에 의해서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마스의 전술로 이스라엘이 상당한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하마스식' 도발 대비를 남발하는 일은 오히려 안보 태세를 저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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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은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하마스의 기습 전 징후 은폐라든지, 민간인 피해를 부각하면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여론전 수단은 향후 북한에 의해서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마스의 전술로 이스라엘이 상당한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하마스식’ 도발 대비를 남발하는 일은 오히려 안보 태세를 저해할 수 있다.
첫째, 다수 언론이나 분석가들이 하마스의 공세 초반에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아이언돔이 무력화된 점을 지적하며 한국형 아이언돔이나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효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데, 아이언돔은 하마스나 기타 적대 세력이 발사할 수 있는 모든 로켓탄을 요격하겠다는 개념으로 구축된 대공 방어체계가 아니다. 정보 분석을 통해 상대방의 동향을 파악하고 필요하면 사전 타격 등 선제적 조치를 함으로써 상대방이 최대 1000발 이내의 로켓만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만, 이스라엘은 안이한 정보 판단으로 이에 실패했다. 이는 모든 대공 방어체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항으로, 요격 수단은 조기 경보 및 타격 능력과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우리 경우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시간당 1만발이 훨씬 넘는 장사정포를 발사할 수 있고 단거리 미사일 역시 1000기 이상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전력을 다 요격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즉 북한의 공격 징후를 적시에 파악할 수 있는 감시·정찰 능력, 긴급억제타격 및 대응타격을 가할 수 있는 킬체인 능력, 대량응징보복 능력이 고루 갖춰져야 대공 방어체계도 효과를 발휘한다.
둘째, 하마스가 초반 기습에 행글라이더와 드론 등을 활용한 점을 들어 우리도 대응 태세를 조속히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전력건설은 우선순위의 게임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상대방이 가할 수 있는 다양한 위협에 모두 대응 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에는 상당한 비용이 부과되고 이른바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해당 유형의 공격이나 도발이 이뤄질 개연성이 다른 위협에 비해 높은지, 예상 피해가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지 등에 따라 투자 순위가 결정된다. 하마스의 초반 공격 전술이 기발해 보일 수도 있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자원이 제약되기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쥐어짠 면도 있다. 다수의 민간인 인질 그리고 팔레스타인인까지를 인간 방패로 활용하는 비인도적 전술도 가자지구가 이스라엘 영토 안에 있는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셋째, 대비태세상의 허점을 과도하게 강조하다 보면 결국 전력증강 무용론과 대화 지상주의에 빠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군사력을 증강하면 북한이 이를 우려해 더 대결적인 정책을 펼치고 핵능력을 고도화할 것이므로, 대화와 교류·협력 때로는 일방적 양보를 통해 그들의 경계감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대비태세가 허점투성이고 예산 낭비이며, 북한의 군비 경쟁을 위한 자원 투입 능력은 화수분인 것처럼 가정하는 이런 접근을 취하면 결국 일방적 무장해제 이외에는 방안이 없다. 북한이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함에도 대화만을 강변하는 것은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하더라도 평화 구걸이고 대책 없는 자기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
중동 분쟁 양상에 대해 북한도 관심을 가질 것이므로 잠재적 위험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특정 무기체계만 있으면 만사형통이라는 시각이 금물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무분별한 무용론이나 교훈의 남발은 더 큰 문제를 낳는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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