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잃어버린 축제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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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례식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 장례식은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내가 (물리적인 인간의 형태로) 참석하지 못하는 나의 장례식'에 대해 떠올려보는 건, 그럭저럭해봄 직한 일이다.
웃음은 대체로 무해하니까, 내 장례식장에서는 웃음이 무례한 것으로 취급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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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례식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 장례식은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구상이었다. 세 가지 정도로 추려진다. 읽는 분들도 잠시 멈춰서 자신의 장례식에 대해 떠올려보면 좋겠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질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내가 (물리적인 인간의 형태로) 참석하지 못하는 나의 장례식’에 대해 떠올려보는 건, 그럭저럭해봄 직한 일이다.
개인적인 구상을 털어놓자면 이렇다. 첫째, 추모객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혹은 일말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괜찮은 구석이 하나쯤은 있었던 사람’이라며 유족 앞에서 미소를 머금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장례식장에서 만난 지인들과 거리낌 없이 반갑게 인사를 나눴으면 좋겠다. 웃음은 대체로 무해하니까, 내 장례식장에서는 웃음이 무례한 것으로 취급되지 않길 바란다.
둘째, 내가 좋아하던 음악이 흘렀으면 좋겠다. 시간을 내어 ‘내 장례식장 플레이리스트’를 마련해볼까도 싶다. 누군가는 어떤 노래가 귀에 꽂혀서,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나와의 추억이 느닷없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나와의 관계가 음악 덕에 꽤나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음악 역시 무해하다. 내 장례식장에선 음악도 웃음처럼 틈틈이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셋째, 방명록이 있었으면 좋겠다. 장례식장을 방문했다는 기록, 부의를 했다는 증명으로의 방명록도 나쁘지 않다. 욕심을 조금 내보자면 일종의 롤링페이퍼 같은 방명록이 비치되기를 희망한다. 마지막 인사를 가볍게 건네줬으면 좋겠다. ‘장례식 당사자와의 스몰토크’ 느낌으로 말이다. “거긴 어때?”라거나, “네가 빌려 간 책이 돌아오기를 아직 기다리고 있다”라거나, “기억하니, 우리가 같이 보낸 바보 같은 순간들” 같은 것 말이다. 일종의 타입캡슐 같은 것일 수 있다. 사후에 만나서야 비로소 답을 듣는 스몰토크랄까.
요컨대 내 장례식장 풍경에 ‘지나친 엄숙함’이 없기를 소망한다. 웃음과 음악이 흐르고 방명록으로 인사를 전하는 분위기에 엄숙함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엄숙하지 않아도 괜찮은 장례식이 만들어지려면 반드시 충족돼야 할 조건이 하나 있다. 그 죽음에 억울함이나 원통함이 없어야 한다. 슬퍼도 웃을 수 있다. 하지만 억울함과 원통함은 웃음의 씨를 말려버린다.
1년 전인 2022년 10월 29일. 유쾌한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집을 나선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행선지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였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경쾌한 발걸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걷고 있었을 뿐’인데 이태원 거리는 참사 현장이 됐고,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녀오겠습니다”라며 집을 나섰던 159명이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축제의 거리를 걷다가 압사를 당한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형태의 죽음이었으리라. 그들의 죽음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놀러 가서 그리됐다는 손가락질마저 받아야 했다. 책임 있는 자들의 정중한 사과 한마디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죽음의 과정은 한없이 억울했고, 이후의 수습은 여전히 원통하다.
엄숙함이 완전히 배제됐던 즐거운 축제 핼러윈은 1년 전 참사로 즐거움 대신 엄숙함을 얻게 됐다. 핼러윈의 들뜬 분위기를 탓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곳곳에서 들린다. 하지만 핼러윈은 죄가 없다. 159명의 아까운 목숨들은 핼러윈이 다시 축제가 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축제를 되찾아오려면 잘잘못이 가려지고 진심 어린 사과가 있어야 한다. 핼러윈을 되돌려놓는 건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문수정 산업2부 차장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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