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訥於言而敏於行(눌어언이민어행)

2023. 10. 30.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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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공자는 실천을 중시했다. 『논어』에 실린 말도 심오한 철학적 논리를 전개한 것보다는 생활 속의 ‘실천윤리’ 성격을 띤 것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준수사항’만 나열해 놓은 건 아니다. 인(仁)과 예(禮)와 의(義) 등을 바탕으로 반드시 실천해야 할 이유를 쉬운 말로 밝혔다는 점이 오늘날 단순한 표어형식의 ‘공중도덕’과 다르다. 인소견대(因小見大, 작은 것으로 인하여 큰 것을 보다)! 공자는 생활 속의 작은 문제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여 큰 진리를 깨닫게 하는 교육방법을 즐겨 사용하였다.

말은 더듬듯이 행동(실천)은 민첩하게. 訥: 말 더듬을 눌, 敏: 민첩할 민. 25x67㎝.

『논어』 이인편 제24장에 수록된 ‘말에서는 더듬고 행동(실천)에서는 재빠르게’라는 뜻의 ‘눌어언이민어행(訥於言而敏於行)’도 평범한 것 같지만 큰 진리가 담겨있는 말이다. 말을 차분히 생각해가며 더듬듯이 해야 하는 까닭은 섣불리 내뱉은 말이 재앙을 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나라 말의 혼란기인 5대 10국 시절에 4개 왕조에서 10명의 황제를 섬기며 재상을 지낸 처세의 달인 풍도(馮道, 882~954)는 ‘혀(舌)’라는 시에서 ‘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즉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고, 혀는 자신의 몸을 베는 칼이다’라고 하였다. 말은 더듬듯이 행동(실천)은 민첩하게!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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