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영의 마켓 나우] 경제에 대세는 있어도 영원은 없다
한국 경제를 강의할 때 유독 신나는 부분은 1960~70년대 한국이 개방·경쟁 중심의 수출촉진형 성장전략으로 거둔 대성공이다. 부작용도 있었지만, 성장기반을 마련한 한국은 1980년대 이후 글로벌화에 편승해 선진경제로 도약했다.
어느덧 세상은 달라졌다. 규칙기반 무역을 경시하는 중국 국가자본주의의 성공과 미·중 갈등의 격화에 따라 자유무역·시장개방을 보호무역·정부개입이 위협한다. 산업 보조금과 가계에 대한 막대한 이전지출로 정부지출이 폭증했으며, 팬데믹과 공급망 붕괴를 겪은 주요국들이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을 위해 자국생산과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동맹국 간 공급망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경제에 최악의 환경변화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의 7일자 특집은 정부 역할과 기술을 중시하는 현재의 국제경제질서 동향을 ‘홈랜드 이코노믹스(자국중심경제학)’라 지칭하며, 이것이 지속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염병이나 전쟁 같은 외부충격에 대응할 때 정부가 시장보다 비효율적인 데다, 보조금 등 과도한 정부지출로 재정부담이 과중해진다. 또한 인공지능(AI) 확산과 에너지전환 등 기술혁신 시대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폐쇄적 기술주권 전략은 생태계만 교란할 뿐, 기술주권 확보에 도움이 안 된다.
자국중심경제학의 핵심인 공급망 디리스킹도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 예컨대 호주가 대중국 투자를 베트남 등 대체국으로 돌리고 있지만, 생산시설 절반을 옮기는 데만 35년이 걸리는 엄청난 작업이다. 중국 상품의 수입 제한에도 한계가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대중국 직접 수입은 줄었지만, 대 중국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제3국으로부터 수입이 급증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자국중심경제학이 대세라 해도 영원할 수는 없다. 1980년 전후 레이건 대통령과 대처 총리가 등장하면서 자유주의 물결이 급격히 확산했지만 결국 서서히 쇠퇴했다. 마찬가지로 2010년대 중반 이후 트럼프 당선, 시진핑의 권력 강화, 브렉시트 등이 맞물려 생겨난 자국중심경제학도 언제든지 역류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전환이 주요국의 재정위기와 극심한 경기침체, 일부 초강국의 파멸적 실패 같은 큰 비용을 치른 다음에야 시작되리라는 점이다.
자국중심경제학의 물결은 통제가 힘든 외부환경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2일 공급망 재편에서 한국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은 다른 나라 정부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처지다. 복잡하고 숨 막히는 환경 속에도 묵묵히 성장을 거듭하는 한국 기업들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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