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아마조네스
그리스 영웅에 관한 수업 중에 내가 즐겨 가르치는 주제가 아마조네스(amazones)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특이한 여성 부족 출신으로, 헤라클레스·아킬레스·테세우스 등 흔히 알고 있는 남성 영웅들과 맹렬하게 싸운 전사들이다. 전쟁의 신 아레스의 자손으로 반신반인 영웅의 조건을 갖췄으며, 튀르키예 서해안에 위치한 에페소스·시노프·스미르나 등 고대 도시들을 설립했다.
아마조네스는 영웅 자격을 갖추고 있었지만, 타지 출신인 이들을 국수주의 성향의 그리스인이 곱게 볼 리가 없었다. 그리스 측에서 본 아마조네스는 결국 타자(他者)라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이웃 마을의 남자들과 마음 내키는 대로 섹스하고, 여자아이만 골라서 전사로 키우는 아마조네스의 관습은 여성의 권리가 극도로 제한된 고대 그리스의 성 역할과 완전히 상반된 것이었다.
그들의 무기와 전투 방법도 그리스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페르시아군처럼 말을 타고 스키타이 부족처럼 활을 즐겨 쏘았는데, 이는 그리스 보병 호플리테스의 근접 전투와는 달리 ‘비겁한’ 전투방식이었다. 페르시아 전쟁을 겪고 난 후에는 모든 예술품에 아마조네스는 페르시아군의 모습으로 나타났다.(사진)
20세기 전반, 이 매혹적인 아마조네스에 관한 연구는 대부분 심리학적인 관점에 집중됐다. 즉, 그들은 그리스 사회 관습의 역을 상징하는 신화적인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 스키타이 지역에서 여전사들 묘지가 발굴되면서 아마조네스가 역사적인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고고학적 증거가 나오고 있다. 기원전 5세기의 사학자 헤로도토스가 아마조네스를 스키타이 지역의 사르마트족 여전사로 설명했던 것이 타당성이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남성 중심의 역사에서 형성된, 여성은 약체라는 개념은 고고학적 사실로서도 정당치 않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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