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젊은 유방암 환자, 내원 당일 검사·다학제 진료 … 신속하게 15일 내 치료 시작

류장훈 2023. 10. 3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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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구로병원 유방암센터

고려대구로병원 유방암센터 의료진이 다학제 진료실에 모여 30대 유방암 환자에게 검사 결과와 함께 다양한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우리나라의 유방암 치료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발생률(10만 명당 64.2명)이 상위 그룹에 속하지만 사망률(10만 명당 6.4명)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 5년 상대생존율은 93.8%에 이른다. 그래서 유방암을 ‘착한 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유방암의 치료 과정과 관리는 상당히 복잡하다. 유방암 종류가 다양한 데다 재발률도 높고, 여기에 연령, 임신·출산 등 환자의 상황, 치료 중·후 미용·정신적인 측면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완치가 목적인 암이 아니다. 유방암 치료의 완성도가 결국 치료 후 환자 삶의 질까지 결정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관련 진료과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최적의 환자 개인 맞춤 치료법과 치료계획을 도출·수립하는 ‘다학제 진료’가 필요한 분야다.

고려대구로병원 암병원 유방암센터는 일찌감치 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지했다. 국내 최초로 2009년 유방암 치료에 다학제 진료를 과감하게 도입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유방암 치료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2009년 유방암 다학제 진료 국내 첫 도입


다학제 진료는 말 그대로 한 명의 환자를 위해 관련된 다양한 진료과 교수진이 모여 치료 계획을 세우는 진료 시스템을 말한다. 고려대구로병원 암병원 유방암 센터에서는 유방내분비외과(수술적 치료), 종양내과(항암 치료), 방사선종양학과(방사선 치료), 영상의학과(영상검사·시술), 핵의학과(PET-CT, 뼈 스캔 검사로 전이 여부 확인), 병리과(생검·병기 결정), 성형외과(유방 재건술 및 성형), 재활의학과(림프부종·근골격계 통증 관리), 정신건강의학과(진단·수술 후 불안·스트레스 관리) 등 9개 진료과 전문 교수진이 환자를 위해 모인다. 다학제 진료는 충분한 설명과 함께 환자와 의료진 간 양방향 소통으로 이뤄진다. 진료과 간 환자 상태와 치료법 공유·도출뿐 아니라 환자의 충분한 이해와 궁금증 해소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환자는 질문을 통해 궁금한 점을 즉각 해결할 수 있다. 유방내분비외과 김우영 교수는 “환자마다 상태, 상황이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최적의 맞춤 치료와 치료 후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다학제 진료를 시행해 왔다”며 “이 같은 다학제 진료는 환자의 치료에 대한 신뢰와 질환 및 상태 이해, 높은 치료 순응도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 유방암 클리닉도 신설


고려대구로병원 유방암센터는 신속함까지 더했다. 젊은 유방암 환자 진료에도 주목했다. 국내 유방암 환자 증가세(최근 19년간 조발생률 4.3배 증가)가 가파른 데다 젊은 환자(40세 이하) 비율은 서양의 2배에 달한다. 젊은 유방암은 진행이 빠르고 성격이 좋지 않은 암(삼중음성유방암 등)이 많다. 고려대구로병원이 별도로 ‘젊은 여성 유방암 클리닉’을 신설한 이유다. 오전에 병원에 오면 당일 검사와 함께 오후에 바로 검사 결과를 토대로 다학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진단 후 15일 이내에 치료가 이뤄지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치료가 이뤄지기까지 통상적으로 4~5번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1~2번으로 줄였다. 그만큼 환자는 암이 더 진행되기 전에 치료받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항암 치료 당일마다 초음파로 사전에 암 크기를 체크해 치료 반응도 확인한다. 종양내과 박인혜 교수는 “(유방)암 환자에게는 단순히 검사 일정을 당기는 것이 아니라 ‘디시전(결정)’을 빨리 내려주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야 환자는 불안감을 덜고 치료에 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구로병원이 추구하는 ‘패스트 트랙’이다.

가임기 여성인 만큼 임신과 출산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점도 클리닉이 신설된 배경 중 하나다. 40대 초반의 한 미혼 여성 환자는 내원 당시 3기로 진단됐다. 수술 전 항암 치료를 먼저 해야 했다. 임신을 원했던 만큼 난자 동결을 고려했으나 난자 채취까지는 열흘 이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병기를 고려할 때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의료진은 환자와 상의 후 항암 치료부터 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난소보존주사를 병행하기로 했다. 박 교수는 “난자 채취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난소보존주사를 결정했다”며 “빨리 결정한 만큼 암 치료는 잘 됐고 환자는 치료 중에 결혼해 현재 산부인과에서 정기적으로 추적검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구로병원 유방암센터는 이 같은 시스템을 유지함으로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적정성 평가 유방암 부문 모든 평가 지표에서 100점 만점을 받으며 4년 연속 1등급을 달성했다. 최적의 치료법을 통한 높은 생존율, 환자 삶의 질 향상, 신속한 치료를 통한 대기 기간 최소화 등 모든 분야를 충족해야 가능한 결과다. 김 교수는 “효율적으로 치료하고 환자가 안정감을 누리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의료진의 공감대와 병원의 방침이 일치한다”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다학제팀과 센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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