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옷 입고온 엄마 "그날 국가는 없었고 자유는 유린됐다"
[김화빈, 류승연, 유성호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희상자들을 추모하며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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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열린 가운데 한 유가족이 추모사를 들으며 슬픔에 잠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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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를 위해 모인 사람들 앞에서 임씨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사랑하는 아들을 어떻게 잃었는지 절규하듯 털어놨다.
"그날 국가는 없었고, 청년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유를 유린당했다."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의진씨의 어머니 임현주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아들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읽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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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억울하게 삶을 '강제 종료'당한 너를, 차디찬 영안실에서 만나는 데 15시간이나 걸렸다는 게 참으로 기가 막혔다. 몸이 사방에서 짓눌려 터지는 듯한 고통과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 살려달라는 간절한 외침에도 (너는) 아무런 구조도 받지 못한 채 억울한 희생양이 됐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현실이다."
임씨는 "13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면 일방통행, 교통통제, (지하철의) 무정차 통과 계획이 있어야 했고, 기동대가 배치됐어야 했다"며 "(그러나) 안전관리 매뉴얼은 작동되지 않았고 컨트롤 타워가 무너졌다. 시스템이 붕괴됐다. 그곳에 국가는 없었고 소중했던 159개의 우주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가 막히게도 사회적 참사 앞에 분명 희생자와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누구 하나 진실을 밝히거나 책임지지 않았다"며 "1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뚜렷한 참사 개요·원인·책임·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무시와 외면을 받아 절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혀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여전히 위험을 안고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씨는 울음을 참는 탓에 점점 더 떨려오는 목소리로 "너희 159명의 별들이 펼치고자 했던 미래·꿈·비전은 사랑하는 가족들 삶 속에 실현될 것"이라며 "너희들의 억울한 희생으로 이 나라는 무엇보다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존중하게 되고 국가의 역할과 위정자의 책임있는 행실을 견고히 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이렇게 다짐했다.
▲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유가족들이 정당 대표들의 추모사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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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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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경(고 안미형씨 누나)씨는 "우리 엄마아빠는 그 일 이후로 '네가 얼마나 살고 싶었을까' 떠올리며 악착같이 버텼다"며 "나는 최근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마다 '네가 그 골목에서 이 숨 한 번을 얼마나 내쉬고 싶었을지'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달릴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는 안씨는 "고통과 절망, 후회 같은 부정적 감정은 내가 다 안고 살아갈게"라며 "고통스러운 마지막을 맞은 너를 위해 나는 그날의 진실을 찾아내는 데 미약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곳에서는 부모님 걱정도 하지 말고, 아름다운 곳만 찾아다니며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열린 가운데 유가족들이 추모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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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유족들의 말에 박수로 힘을 보탰다. 저마다 받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피켓을 들어 올리며 함께 연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오후 7시쯤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아내와 함께 추모대회에 방문한 허정필씨는 "안타까운 생명이 많이 돌아가셨다"며 "그분들을 추모하고 애도하며 아이에게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가르쳐주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검은색 정장을 갖춰 입고 온 명종남씨는 "이게 나라인가. 유족과 국민이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국가가 나서 진상규명을 하지 않으니 너무나 안타깝다"며 "젊은 희생자들 모두 국민이자 누군가의 자녀 아닌가"라고 분노했다. 명씨는 "빨리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통과돼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야당 대표들도 참석해 추모사를 했고, 여당 정치인들도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해 묵념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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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해 추모사를 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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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이주현씨는 추도사에서 "공공안전의 유무가 왜 '운'으로 바뀌어야 했나. 왜 '운'으로 생사가 갈렸어야 했느냐"라며 "(책임자들이) 외면한다고 없던 일이 되지 않는다. 그때의 상황, 그 골목이 어땠는지 생존자로서 계속 남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1년 7월 21일 일본 아카시 불꽃축제에서 당시 2살이었던 둘째 아들을 잃은 시모무라 세이지 일본 효고현 아카시 불꽃축제 참사 유족은 "1년 전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그 피해 규모에 마음이 얼어붙었고, 현장 영상을 보았을 때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며 "오늘 그 악몽 같은 사고로부터 1년을 맞이하며 이 자리에 서서 다시 한번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한 뒤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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