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잔혹사 과연 언제까지? [편집장 레터]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3. 10. 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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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카카오페이 900억 스톡옵션에서 비롯된 사달
2023년 10월 남궁훈 94억 스톡옵션 행사로 또다시 사달

“카카오가 한국 스타트업에 정말 거지 같은 선례를 남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난 2021년 12월 10일, 일명 ‘카카오 사태’가 발발하면서 카카오 내부에서 나왔던 말입니다.

‘국민 꿈의 기업’에서 ‘국민 근심 기업’으로 전락했다 이제 ‘국민 밉상 기업’에 등극한 카카오. 카카오 사달의 시작이 된 ‘카카오 사태’는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였죠. 정당하게 받은 스톡옵션을 정당하게 처분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시점이었습니다. 2021년 12월 10일, 류영준 당시 카카오페이 대표는 일부 임원과 함께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여 만에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900억원어치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습니다.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시장은 ‘지금이 고점’이라 받아들입니다. 이후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카카오그룹주가 줄줄이 급락하면서 ‘경영진 먹튀’ 논란이 일었죠. 당시 금융당국은 제2의 카카오페이 사태를 막는다며 신규 상장사 임원들이 상장 직후 스톡옵션 행사로 취득한 주식을 최소 6개월간 매도할 수 없게 하는 규정을 새로 만들기도 했고요.

사달의 장본인이었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카카오그룹 모회사인 카카오 공동 대표로 내정된 상태였습니다. 카카오 직원들은 “류 대표가 카카오 공동 대표 자리에 오르면 이건 ‘카카오는 모럴 해저드를 일으켜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류 대표는 카카오를 떠나야 했습니다.

그때 류 대표를 대신해 카카오 대표가 된 인물이 남궁훈 당시 카카오게임즈 대표였습니다. 그런데 그 남궁 대표마저 제2의 ‘카카오 사태’를 일으켰습니다. 남궁 전 대표는 카카오 대표로 내정된 2022년 2월 페이스북에 “대표이사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면 그 행사가를 15만원 아래로 설정하지 않도록 요청했다”고 썼죠(당시 카카오 주가 8만7000원대).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 일체를 보류하며 최저임금만 받도록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랬던 남궁 대표가 15만원은커녕 5만원대에 주식을 팔아치우며 94억원의 차익을 손에 쥐고 또 ‘먹튀’를 했습니다.

카카오의 ‘경영진 리스크’ 스토리는 이게 끝이 아닙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아예 구속이 됐습니다.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였던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 조작을 한 혐의를 받고 있죠. 경영진뿐 아니라 카카오 법인과 김범수 창업자까지도 법의 칼날 앞에서 오들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카카오그룹 직원과 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빚까지 내서 공모가 9만원에 카카오페이 우리사주를 사들인 카카오페이 직원들은 우리사주 쪽박을 맞았죠(10월 26일 카카오페이 주가 3만5950원). 카카오뱅크 직원들도 다를 바 없고요(공모가 3만9000원, 10월 26일 주가 1만9510원). 카카오 주식 매입 평단(평균 단가)이 10만원 이상이라며 “라면만 먹어도 힘들다”고 울부짖는 개인 투자자도 여전히 한둘이 아니고요. 카카오 잔혹사는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2호 (2023.11.01~2023.11.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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