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이중 전략 ‘굿 캅 배드 캅’ [신율의 정치 읽기]

2023. 10. 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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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의원 징계 관심
본보기 징계하되 포용 위해 범위 줄일 듯
유승민-이준석 신당 창당 가능성은 낮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새 정치권 관심사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가결표를 던졌다고 추정되는 의원들에 대한 징계가 과연 이뤄질 것인가고, 다른 하나는 유승민과 이준석 전 대표 중심 신당 창당이다.

이재명 대표는 단식 후유증 치료를 마치고 당무에 복귀했다. 당무 복귀 후 첫 회의에서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결파 의원들을 포용하겠다는 분명한 입장 표명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은 10월 18일 “신상필벌은 당연하고도 일상적인 당무임을 말씀드린다”며 “이것이 선당후사”라고 말했다. 가결파에 대한 징계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굿 캅’ ‘배드 캅’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포용을 강조하면서 이미지 관리를 하고, 최고위원은 징계를 주장하는 이중 전략인 셈이다.

이미지는 정치인에게 매우 중요한 무기다. 그동안 이 대표에게 집중됐던 사법 리스크는 이재명 대표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정치 탄압의 희생자’라는 이미지가 각인됐을지 모르지만, 정치에 관심이 높지 않은 일반 유권자들은 사법 리스크를 ‘탄압’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치인 혹은 정당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고, 또한 이미지 변화도 단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재명 대표는 장시간에 걸쳐 이미지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현재 민주당이 ‘이재명의 민주당’이 된 상황에서는, 이 대표 자신의 이미지 변화가 민주당의 이미지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그 중요성은 배가 된다. 그렇기에 이 대표의 이미지 변화 시도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도 필수다.

이재명 대표의 가결파 ‘포용’ 시도가 진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이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 4월 총선 승리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힘들어진다. 이때 이 대표를 둘러싼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여론 인식이 선거에 의해 증명됐다는 논리 성립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때, 이 대표의 차기 대선 도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이재명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할 가능성이 크다. 가결표를 던졌거나, 자신에게 비판을 가했던 비명계 의원 중, 지역구 관리를 잘해 당선 가능성이 큰 인물은 포용해서 함께 가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실제 비명계 의원 상당수는 지역구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의원들을 내쳐, 이들이 신당을 창당해 출마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민주당에는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재명 대표는 진심으로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 모두를 용서할 수는 없을 터. 모든 이를 용서하면 비명계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이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징계는 하되 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가결표를 던졌다고 인정한 의원이나, 평소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격한 비판을 가했던 의원 2~3명 정도를 ‘본보기’로 징계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비명계 의원에게 경고를 줄 수 있고, 자신과 ‘결’이 다른 의원을 포용했다는 이미지도 주는 결과다. 징계를 받은 의원 수가 많지 않으면 이들이 탈당해 신당을 만들 가능성도 낮아진다. 신당을 창당하기 위해서는 함께하는 ‘세력’이 중요하다. 징계 범위를 최소화할 경우, ‘징계파 의원’과 함께할 인원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이 꼭 이렇게 전개될 것이라 단언하기는 힘들다. 권리당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강성 친명 지지자들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생각하는 대로 따라줄 것인가가 의문이다. 이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적 고려를 할 필요가 없다. 이재명 대표를 수세로 몰았던 이들에 대한 감정을 그대로 표출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민주당 공천 시스템을 보면, 권리당원 50%와 여론조사 50%로 총선 후보자를 선출하게 돼 있다. 이런 구조에서 권리당원들이 뭉칠 경우, 특정인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대표 의지와 다르게 강성 친명 지지층이 움직이면, 비명계 의원 다수가 공천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비명계 의원 다수가 이런 상황을 예견하면, 이들은 공천 과정이 시작되기 이전에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이때 당연히 이 대표의 포용 이미지 형성도 어려워지고, 신당이 출현해 민주당 표를 잠식하는 상황 또한 벌어질 수도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재명 대표가 개딸들 행동을 어느 수준까지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비명계 의원을 안심시키는 ‘당직 개편’을 단행할 것인가다.

신당 창당 관련 딜레마는 국민의힘에서도 보여진다. 유승민-이준석의 신당 창당 가능성이 그것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10월 19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2월까지는 제가 그 결심을 끝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전 대표도 10월 17일 “유 의원은 12월로 잡은 것 같고 저도 나름대로 마지노선이 있다”면서 “(박근혜 비상대책위 때) 배운 것이 정당을 혁신하는 데 100일 정도가 마지노선이겠구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과연 탈당을 결행할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준석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 대한 ‘주인 의식’이 매우 강하다. 그런 상황에서 탈당을 결행하기 쉽지 않다.

둘째, 유승민 전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 모두, ‘바른정당’ 창당 경험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신당을 만들어 성공시키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신당 창당이 결코 본인들의 정치적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유승민 전 대표나 이준석 전 대표가 탈당을 해서 신당을 만든다면 파괴력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파괴력이 곧 신당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신당을 창당하면 국민의힘에 갈 표를 최대 3% 정도는 잠식할 수 있고, 국민의힘 후보를 낙선시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신당 후보가 당선된다는 것은 아니다. 파괴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신당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국민의힘 표를 잠식했다는 이유에서 보수층에게 외면받을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되면 정치를 하기 위해 필요한 정치적 기반이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이들이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은 아주 크지 않아 보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2호 (2023.11.01~2023.11.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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