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때마다’ 나타나는 김부장…ENS를 아십니까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10. 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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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민균 탤런트뱅크 대표
전문가를 통해 즉각 자문을 해주는 ENS 서비스가 인기를 끈다. (게티이미지뱅크)
‘긱 이코노미’가 활성화되면서, 전문가 구독 서비스인 ‘ENS(Expert Network Service)’가 각광받고 있다. 실시간으로 전문가가 필요할 때마다 ENS 서비스 기업에 요청,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식이다. 원하는 콘텐츠를 바로 볼 수 있는 ‘OTT’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ENS는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화된 개념이다. 1998년 GLG가 처음 ‘ENS’ 서비스를 만들어낸 이후 20년간 꾸준히 성장해왔다. 연평균 성장률은 18%에 달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개 이상의 회사가 있다. ENS 개념을 최초로 고안한 업계 1위 기업 GLG의 연간 매출은 5억5000만달러에 육박한다.

ENS가 보편화된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ENS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인력 중개 시장 자체가 청소, 건설, 요양 등 일용직 노동에만 치우친 영향이 컸다. ENS에 대한 수요도 공급도 미미한 수준이다. 글로벌 ENS 기업들이 지사를 설립해 진출해 있기는 하다. 다만, 국내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상대하기보단, 국내 재직 중인 대기업 종사자들을 전문가로 섭외하기 위한 용도가 더 큰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가장 주목받는 ENS 기업은 2022년 리멤버가 인수한 이안손앤컴퍼니다. 이안손앤컴퍼니는 자체 보유한 3만명의 전문가를 바탕으로 글로벌 파트너십에 집중하고 있다. 메인 서비스인 전화와 대면 인터뷰부터 시장 분석, 사례조사, 벤치마킹, 전략 수립까지 다양한 전문가 서비스가 주력이다. 서비스 종료 후에는 5p 분량의 미니 리포트도 제공한다.

인력 중개 플랫폼 탤런트뱅크도 뛰어들었다. 탤런트뱅크는 중소기업 대상으로 대형 프로젝트 위주의 C레벨 전문가 매칭 온디맨드 서비스에 집중해왔다. 최근 들어서 대기업·중견기업·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ENS 상품 영업에 역량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이를 위해 잡코리아, 사람인에서 20년 동안 HR 영업 커리어를 쌓아온 김민균 신임 대표를 선임하기도 했다.

크몽엔터프라이즈, 원티드긱스 등도 B2B 전용 전문가 상품 영업에 힘을 기울인다. HR업계 관계자는 “정규직 채용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의 고용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기업 문제의 대안으로 긱 워킹이 떠올랐듯이, 넥스트 레벨이라고 할 수 있는 ENS가 국내 기업들의 성장 파트너로 서게 될 날이 머지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민균 대표
Q. ENS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인지 알려달라.

A. 미국에서 시작된,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사업이다. 전문가 ‘풀’을 활용, 기업들에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다른 말로는 ‘전문가 인사이트(통찰)’ 사업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기업들에 전달해주는 산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ENS는 아직 국내에서는 본격적으로 하고 있는 업체는 없다.

Q. 본래, 한국은 ‘긱 이코노미’라고 하면 배달, 물류 등 단순 노동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 집단까지 ‘긱 이코노미’에서 각광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A. 사실, 긱 이코노미라는 개념이 광범위한 개념이다. 임시·단기적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긱(Geek, 임시적이라는 뜻)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정규직은 고용 관계에서 계속 일을 하지만 긱 워커는 단기로만 일을 맡는다. 프리랜서처럼 단기 프로젝트만 계속 진행하며 본업으로 하는 사람도 있고, 본업과 병행해 투잡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 긱 워킹이 가장 접근이 쉬운 게 재능 공유다. 재능 다음으로 단순 육체 노동이 쉽다. 현재 한국은 육체 노동에 집중하다보니 배달물류로 ‘긱 워킹’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국내는 긱 이코노미가 어떻게 보면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IT 결과물들을 의뢰하는 개념으로 시작되고 있는 중인데, 외국 기업에서는 전문가 자문을 받는 게 일반화가 돼 있다.

Q. 왜 ENS 시장을 주목하게 됐나.

A. 앞서 말했듯 외국은 ENS가 보편화돼 있다. 외국의 리서치펌, 사모펀드 투자회사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할 때 ENS를 활용해 전문가들을 찾으려 한다. 그런데 업체도 없고 사람도 없다. 해외 기업뿐 아니다. 중소기업도 신규 사업을 할 때 노하우나 매뉴얼이 없다 보니 헤매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도 충분히 우리 고객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은 노하우와 매뉴얼이 있어 사업 전략 등은 잘 세운다. 그러나 분명 좀 더 정밀하게 시장조사를 하고 사업 모델을 바꾸고 싶은 수요가 있다. 즉, 외국계든 국내 기업이든 전문가를 통해서 컨설팅을 받으려 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뛰어들었다.

Q. ENS가 일반화되면, 고용 형태도 변화가 올까.

A. ENS는 고용 형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ENS의 본질은 자문이다. C레벨은 자문이 중점이고 그 밑의 직급은 트렌드 조사 정도가 가능하다. 기업이 사업을 더 잘하기 위해서 도움을 받는 것뿐이다. 물론 아웃소싱 형태도 일부 있지만, 전문가의 자문과 고용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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