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후 첫 핼러윈, 북적인 홍대…“진즉 이랬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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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28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홍대 관광특구 일대는 핼러윈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참사 여파로 홍대에 인파가 몰리면서 한때 실시간 인구가 9만명을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핼러윈 분장을 한 시민은 비교적 적었다.
참사 현장 앞에 마련된 추모의 벽 앞에는 시민들이 굳은 표정으로 피해자들에게 전하는 말을 메모지에 적어 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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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28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홍대 관광특구 일대는 핼러윈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참사 여파로 홍대에 인파가 몰리면서 한때 실시간 인구가 9만명을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핼러윈 분장을 한 시민은 비교적 적었다. 그래서인지 더 이목이 쏠렸다. 이들이 지나갈 때마다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가 모이면서 혼잡함이 더해졌다. 만화 캐릭터로 분장한 안모(35)씨는 “추모도 해야겠지만 핼러윈을 즐기고 싶어서 왔다. 안전하게 있다 갈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흉내 낸 시민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마련해 놓은 구청 상황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군복을 입고 모형 총을 든 시민은 경찰 옆에 서서 경계 자세를 취했다. 경찰은 군과 관련 없는 민간인의 군복, 군용장구 착용을 처벌하는 군복단속법을 적용해 해당 남성에 대해 즉결심판을 신청했다.
좌우 폭이 10m 남짓으로 급격히 좁아지는 구간에선 다소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우측통행 유도를 위해 경찰이 도로에 펜스를 설치했는데, 역방향으로 이동하는 시민들이 많이 보였다. 상점 밖 진열대도 시민들의 이동을 방해했다. 인근 주민 안재천(69)씨는 “작년에 이태원에서 길이 좁아 사고가 났는데, 진열대를 왜 안 치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대 곱창거리 골목은 이태원 참사 현장처럼 경사가 높고 폭이 좁다. 경찰도 예의주시하는 곳 중 하나였다. 인기가 많은 길거리 간식 탕후루 가게 세 곳이 밀집해 있었다. 가게 앞에 서서 탕후루를 먹는 이들 때문에 좁은 길이 더욱 비좁게 느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홍대에 실시간 도시데이터상 최대 9만4000여명이 운집했다. 술집과 클럽이 밀집한 KT&G 상상마당 인근은 지난 금요일에 이어 이날도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시민들로 북적였다. 서울시 관제센터는 이 일대의 인파 밀집 상황이 주의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해산을 유도하는 방송을 여러 차례 내보냈다. 술집 거리 앞 인도 폭은 3m 남짓으로 매우 좁았는데, 술집과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이들과 지나가는 시민이 뒤엉키는 경우가 많았다.
발 디딜 틈 없이 시민들이 차도로 쏟아지면서 경찰은 4개 차로 중 1개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도보 통행용으로 만들었다. 인도는 이미 사람으로 가득했다. 경찰 방송 차량에선 “검은 모자, 거기 있지 말고 당장 차도로 내려오세요”라는 현장 지휘관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행히 경찰, 소방, 지방자치단체 등이 특별 안전관리에 나서 별다른 사고는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홍대와 달리 같은 날 이태원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참사 현장 인근 술집은 이따금 외국인 손님만 있을 뿐 한산했다. 손님이 없어 일찌감치 문을 닫은 가게도 적지 않았다. 핼러윈 분장을 한 이들도 찾기 어려웠다. 경찰과 용산구청 직원이 시민보다 더 많다는 얘기도 나왔다.
참사 현장 앞에 마련된 추모의 벽 앞에는 시민들이 굳은 표정으로 피해자들에게 전하는 말을 메모지에 적어 붙이고 있었다. 목동에서 온 하보람(37)씨는 “안전한 사회에 무관심했던 게 미안해서 왔다”며 “오늘은 경찰도 많고 관리가 잘되는데, 진즉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말했다.
김재환 성윤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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