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강풀'의 흔적... 1000억짜리 사업보다 가치 있습니다
기초단체 의원은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지만, 기초지자체가 생각보다 많은 예산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만큼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본 시리즈에서는 서울시 강동구를 중심으로 구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자치구의 정책들이 중앙정부와 광역시 정책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국정철학과 기조가 어떻게 지역에서 발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구의원이 어떻게 견제하고 지지할 수 있는지 알리고자 합니다. <기자말>
[이희동 기자]
▲ 강풀만화거리 |
ⓒ 이희동 |
드라마 <무빙>과 강동구
서울시 강동구 강동역 근처에는 '강풀만화거리'라는 곳이 있습니다. 강동구청이 2013년도부터 강풀 작가의 웹툰을 벽화로 그려 조성한 거리인데요. 코로나 이후 방문객의 발걸음이 뜸했던 이곳이 최근 다시 활성화되고 있는 중입니다. OTT를 통해 드라마로 만들어진 강풀 작가의 <무빙>이 많은 인기를 끌면서부터입니다.
▲ 강풀만화거리 도슨트 위촉식. |
ⓒ 강동구청 |
이번에 드라마로 제작된 <무빙>도 예외가 아닙니다. 웹툰 원작과 마찬가지로 강동구가 배경입니다. 상일동이나 둔촌동 지명은 물론이요, 드라마에 등장하는 버스와 마트, 체육관, 학교, 동네 등도 모두 강동구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 <무빙>을 재미있게 본 시청자들이 강동구 강풀만화거리를 찾고 있는 것이지요.
▲ 강풀만화거리 |
ⓒ 이희동 |
의원으로서 평가하건데 도슨트 제도는 꽤 훌륭한 사업입니다. 시니어들에게 쏠쏠한 일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강동구에 애정을 갖고 있는 도슨트들이 강풀만화거리 뿐만 아니라 천호동의 로데오거리나 쭈꾸미골목 등을 소개하면 이는 자연스럽게 강동구의 관광루트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강풀만화거리의 위기
문제는 이런 강풀만화거리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강풀만화거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예산을 들여 벽화도 수시로 보수하고, 새롭게 업그레이드해야 하며, 업무가 점점 많아지는 도슨트들에게도 그만큼의 활동비를 보전해줘야 하는데 현재 강동구청은 그럴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 <무빙>의 한 장면 |
ⓒ 이희동 |
그뿐만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강풀만화거리가 있는 성내2동의 재개발 사업입니다. 공사가 본격화되면 기존 벽화의 약 50%가 사라질 전망입니다.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여 강풀만화거리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마블유니버스처럼 강풀작가의 세계관이 작품을 통해 쭉 이어진다면 이는 강동구에도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강동구는 그런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다른 관광사업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이 공약으로 내걸고 연초부터 대대적으로 인터뷰했던 한강 스카이워크가 바로 그것입니다.
1000억 vs 33억... 뭐가 더 효율적일까?
현재 강동구는 암사둔치생태공원에서부터 고덕수변생태공원까지 폭 2.5m, 길이 2.2km에 달하는 스카이워크를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스카이워크 예정부지 현장 방문 중인 이수희 강동구청장. |
ⓒ 강동구청 |
그러나 의원으로서 저는 위 사업에 부정적입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강동구만의 관광자원을 개발해야 한다면 앞서 언급했던 강풀만화거리가 한강 스카이워크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예산을 봅시다. 강동구는 지난해 예산심사 때 스카이워크 조성에 필요한 예산이 50억 원이라고 했다가, 500억 원이라고 말을 바꿨는데요. 현재는 소요 예산이 얼추 1000억 원 이상으로 예상돼 구청장의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사업으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국고가 텅텅 비어 그 부담이 지자체로 넘어오는 지금, 너무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강풀만화거리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10년 간 들어간 예산이 약 33억원, 1000억 원의 고작 3.3%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강풀만화거리는 한강 스카이워크보다 강동의 명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풀만화거리는 전국에 강동구가 유일하지만, 스카이워크는 부산 오륙도부터 시작해서, 춘천 소양강, 단양, 정선 등 전국에 수많은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건설 이후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다른 지역의 스카이워크를 보면 연간 유지비용이 최소 5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이 들고 있습니다. 강풀만화거리의 경우 도슨트를 고용하면 지역에 일자리도 만들고 지역상권도 활성화시킬 수 있지만, 스카이워크의 경우 하드웨어 관리 비용만으로도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게 됩니다.
▲ 해설 중인 강풀만화거리 도슨트. |
ⓒ 김민채 |
현재 우리 사회 관광업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이 하드웨어 개발에 집중돼 있다는 점입니다. 하드웨어 중심으로 관광을 개발하다보니 관광지는 있으나 차별화된 즐길거리는 없고, 다른 지역과 비슷해 재방문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강풀만화거리와 같은 지역 콘텐츠 중심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입니다. 예산이 얼마 투입되지 않아도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매력적인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활성화시켜 지역을 살려야 합니다. 그것이 대중들을 강동구로 이끄는 힘입니다. 강동구는 한강 스카이워크보다 강풀만화거리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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