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인요한 '영남 스타 서울 출마론'에 발칵…"술 안주 수준 얘기"

김준영 2023. 10. 2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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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발 ‘영남 스타 서울 험지 출마론’에 당 내부가 크게 들썩대고 있다. 당 쇄신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혁신위원장의 발언이라 “거부하면 ‘반 혁신론자’가 될 것”(영남권 다선)이란 불만이 폭발했고, “특정인을 호명해 압박한 건 부적절했다”(친윤계 초선)는 지적이 나왔다. 원내 111석의 국민의힘에서 영남은 65석 중 56석을 차지했을 정도로 텃밭이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상서 열린 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인 위원장은 지난 27~28일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험지 출마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선 “변해야 산다. TK(대구 경북)ㆍPK(부산 경남) 의원들 중 스타들은 서울이나 험지로 나왔으면 한다”, “괜찮은 스타 의원들이 있으면 어려운 곳, 서울로 오는 게 상식 아닌가. 주호영(5선·대구 수성갑)도, 김기현(4선·울산 남을)도 스타”라고 말했다. 또 동아일보 인터뷰에선 “영남이 통째로 다 바뀌어야 한다”며 “당이 무슨 낙동강 하류당이 돼 버렸다”고 주장했다.

비록 사견을 전제로 한 발언이라지만 이틀 연속 폭격을 맞은 영남권 의원들은 내부적으로 부글부글 끓었다. 익명을 원한 PK지역 중진 의원은 2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 전략은 데이터 등 여러 근거를 기반으로 짜야 한다”며 “그냥 잘 모르는 사람끼리 술집에 앉아서 이런저런 대화하는 수준의 이야기를 혁신위원장이 받아서 함부로 얘기하는 것은 너무 거칠다”고 비판했다.

TK 중진 의원도 “선거 때마다 나오던 험지 출마론을 재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선순위로 보면 수도권 위기론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인데, 느닷없이 연고지도 없는 영남 의원을 수도권에 배치하겠다고 한다”며 “아무리 스타라고 해도 4년 내내 다른 지역에 있던 의원이 서울 가면 신인과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해당 지역 의원은 “혁신위가 수직적 당정 관계 개선 등 진짜 혁신에 대해선 아무 말도 않고, 늘 나오던 영남 중진 때리기를 택한 것”이라며 “정치적 발언의 무게를 잘 모르는 인 위원장의 섣부른 발언은 여권의 분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 내에선 "강서구청장 참패의 원인인 수직적 당정관계 개선에 대해선 입도 뻥긋 못하면서 만만한 영남권 의원만 타깃으로 삼았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름이 거론된 김 대표와 주 의원은 종일 침묵을 지켰고, 이들의 측근들은 “노코멘트가 공식 입장”이라고 전했다.

지난 4월 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기현 대표(오른쪽)와 주호영 원내대표. 김성룡 기자

반면 “수도권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영남 쇄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며 힘을 싣는 의견이 없지는 않았다. 수도권 의원은 “영남 의원은 언제까지 양지에 있을 거냐”고 말했고, 영남의 한 의원조차도 “모든 혁신엔 비판이 따라붙기 마련이고, 비판이 없다면 혁신이 아니다. 지금은 인 위원장의 혁신안에 대해 지켜보면서 응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품는 의견이 있다. 부산 해운대갑에서 3선을 지낸 하태경 의원이 서울 출마를 선언해 험지 출마론 불을 댕긴지 3주가 지났지만, 어떤 후속 움직임도 없는 상태다. 낯선 연고지에 갑자기 출마해 당선할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영남권 스타 의원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있다. 수도권 위기론 설파에 앞장서온 윤상현 의원도 지난 26일 “(영남 중진 서울 출마 요구는) 험지가 아니라 사지로 내모는 것”(SBS 라디오)라고 했다.

친윤계에선 그래서 “험지 출마론의 진짜 목적은 수도권 승리가 아닌, 기득권 물갈이”라는 의심도 나왔다. 한 친윤계 의원은 “지역에서 업적을 쌓았거나 연고가 있어서 신뢰를 받는 사람이 나가도 이길까 말까”라며 “과거에도 수도권 험지 출마론은 누군가를 빼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영남 중진이 기득권으로 지목돼 희생을 강요당하면, 그다음엔 친윤계가 지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권에 이어 '윤핵관'으로 불렸던 친윤계가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7일 혁신위 1호 안건으로 공식 발표됐던 ‘대사면’ 추진에 대한 비판도 비윤계를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대구 달서구 두류야구장에서 열린 '2023 대구 치맥 페스티벌'을 찾아 맥주와 치킨을 먹으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뉴시스


대사면 대상자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29일 페이스북에 “말도 안 되는 사유로 징계 모욕을 주고 이제 와서 사면 제스처를 취한들 내가 받아주겠나”라며 “감도 안 되면서 깐죽거리던 자들은 내년에 국민이 다 심판해서 퇴출 시켜 줄 것”이라고 썼다. 그는 대사면 발표 당일에도 “사면은 죄를 지은 자를 대상으로 하는 거다” “니들끼리 총선 잘해라” 등의 글을 썼다.

같은 상황의 이준석 전 대표도 지난 28일 MBC라디오에서 “(대사면은) 선거 전략 면에서도 굉장한 바보짓이고, 혁신위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며 혁신위 제안을 거부했다. 이 전 대표는 “결국엔 물을 갈아야 되는 것인데 우리 물에 10% 정도 너희 물 섞어줄 게 이런 건 의미 없다”며 “문제의 근본은 회피하면서 결국에는 오히려 사람 모욕주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대사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 개입에 침묵하면서 대사면을 운운하니 당사자도 모욕감을 느끼는 것”(강선우 대변인)이란 논평이 나왔다. 강 대변인은 “과거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다’던 윤 대통령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혁신위의 ‘용산 눈치 보기’를 흐뭇하게 지켜보며 윤 대통령 역시 마음으로 ‘체리 따봉’을 날릴 듯하다”고 덧붙였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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