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사실상 지상전'에…"오일쇼크, 70년대식 침체 우려"

서지원 2023. 10.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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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벌였다. 이로 인해 가자지구 전역에 통신과 인터넷 연결이 두절됐다. 사진은 공습당하는 가자지구 모습. AFP=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사실상 지상전으로 격화할 조짐을 보이며 세계 경제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유가 급등에 따른 ‘오일 쇼크’가 고금리 장기화와 맞물려 지난 1970년대와 같은 경기 침체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제 유가는 중동 지역의 갈등이 격화할 조짐에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8% 상승한 배럴당 85.54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물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2.9% 오르면서 90.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 현물 가격도 중동 불안을 반영, 뉴욕 금 선물시장(COMEX)에서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전쟁은 확전 국면이다. 28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가자지구에서 시작한 지상 군사작전으로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며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타냐후 총리가 침공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지상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이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9일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것이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글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렸다.

박경민 기자

이에 유가 급등에 따른 오일 쇼크 재현 가능성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속속 나온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란이 트리거(방아쇠)가 될 경우 유가가 120~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이란이 하루에 석유 1700만 배럴이 운송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는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는 1973년(4차 중동 전쟁) 이후 50년 만에 다시 오일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일 쇼크가 현실화하면 세계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10% 상승하면 1년 후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0.4%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봤다.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은 0.15%포인트 하락한다는 추산이다. 여기에 전쟁은 미국의 재정 지출을 늘려 국채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글로벌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들의 차입 비용을 늘려 투자를 줄이고, 가계의 소비도 위축된다. 각국 정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동안에 재정 적자를 확대 기록적인 부채 규모를 가진 상황이다.

김주원 기자


최근 월가 거물들도 미국과 세계 경제에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재정 지출은 평시(平時) 기준 최고치로 많아졌고, 중앙은행과 정부가 모든 문제를 관리할 정도의 전지전능함을 가졌다고 느끼는 정서를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현재 경제 상황이) 나쁜 정책의 시대였던 197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며 "우리는 더 오래, 더 높은 금리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미국연방준비제도(Fed)]

미 Fed는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은 기준금리가 현 수준(연 5.25~5.5%)에서 동결될 것으로 보고, Fed가 내놓을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물가를 안정하고 미국과의 금리 차를 줄이려면 금리 인상이라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미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와 금리 인상에 가하는 압력은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환율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며 "물가를 안정시키고 대출 확대를 제어하는 차원에서도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한국 경제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소비·투자가 위축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실 대출이 터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름세를 보이는 시장 금리가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중동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도 커지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높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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