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조짐] '이두나!' 말고 배두나, 박찬욱·봉준호가 사랑한 (엑:스피디아)

이예진 기자 2023. 10. 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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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화제작으로 빵 뜬 스타. '대박 조짐'은 스타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보며 언제부터 '뜰 조짐'이 보였는지, 인생작을 만나기까지 어떤 과정을 지나왔는지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필모그래피가 대단하다. 박찬욱, 봉준호, 고레에다 히로카즈, 워쇼스키 자매 등 국내외 거장들과 함께 작업하며 25년을 쉴 틈 없이 달렸다.

매력적인 마스크와 이름을 가진 배우 배두나의 이야기다. 

"숨길 수 없을 만큼 특이한 이름이라서 가명을 쓸걸 그랬나 싶기도 해요(웃음). '두나'라는 이름이 많지도 않고, 어렸을 때부터 항상 학기 초에 (선생님이) 짚는 이름이었죠."

최근 '이두나!'가 화제작이 되며 '두나'라는 이름이 자주 불리고 있어 자연스럽게 배우 배두나가 떠오른다. 네티즌들 또한 "내가 배두나였으면 이두나 봤다", "이두나에는 왜 배두나는 안 나오는 거죠?" 등의 반응을 보여 유쾌함을 안기기도. 이에 '이두나!' 말고, 배우 배두나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이름만큼이나 눈길을 끈 건 170cm의 큰 키와, 독보적인 대체불가 비주얼. 1998년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잡지 모델로 데뷔해 90년대 후반 CF와 패션 잡지를 종횡무진하며 'N세대 아이콘'으로 급부상,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2000년 직전 데뷔한 그는 세기말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함께, 그에 어울리는 신비하고 독특한 분위기로 주목받았다. 배우라는 꿈을 꾸기도 전에 운명처럼 정해진 진로.

5살 때부터 연극배우인 어머니와 함께하며 연기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봤지만, 배우를 꿈꾼 적은 없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노래 불러봐라', '네 얘기해봐라'라고 하면 쑥스러워 울던, 끼 없던 아이였다. 그의 데뷔를 두고 고등학교 친구들은 '쇼크'를 받았다고 표현할 정도.

그런 그가 현재 세계적인 배우로 이름을 널리 알렸고, 그 과정은 차근차근 이뤄졌다.



배두나의 데뷔작은 '스타 등용문'이라 불렸던 드라마 '학교'다. 극 중 반항적인 아웃사이더를 연기하며 주목받았다.

스크린 데뷔는 영화 '링'. 대사 한 마디 없이 TV를 통과하며 나오는 귀신 역할을 맡았다. 청춘 드라마 '광끼'에도 출연, 독특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로 이목을 모았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통해 거장 봉준호와의 연이 시작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배우로서의 확신이 없었다.

오디션장에서도 '내가 오디션장에 앉아있어야 한다니'라며 심드렁한 얼굴로 따분하게 앉아있던 그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이 배역과 맞아떨어진다는 판단에 캐스팅됐고, 먼 훗날 "봉 감독을 만나 운이 좋았다"며 "좋은 감독님을 일찍 만나서 좋은 연기관이 생겼다"고 추억하게 된다.

'플란다스의 개'는 봉준호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그 또한 신인이었다. 주연인 배두나도 신인. 이 때문에 주위의 만류로 영화 자체가 무산될 뻔 했으나, 그의 연극배우 어머니 김화영은 제작사를 찾아가 한 마디로 모든 잡음을 종식시켰다.

"배두나는 내 20년 기획상품입니다. 믿고 써보세요."



연기자로서의 방향을 잡아준 것 또한 그의 어머니였다. 노출 신이 많은 영화 '청춘' 또한 어머니가 권유해 출연하게 됐다.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노출이 쉽지 않았지만, 연기 자아가 자신의 자아를 이겨내는 발돋움이 됐다고 했다.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2001),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2002), '굳세어라, 금순아', '봄날의 봄을 좋아하세요?'(2003) 등 다양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갔다.

데뷔한지 4년 만에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모두 출연한 배두나. 2005년에는 일본 영화 '린다린다린다'에 출연하며 해외 무대로도 발돋움한다. 같은 해, 흥행 면에서 주춤하던 배두나는 인생작이자 첫 천만 관객 영화 '괴물'을 만나게 된다.



수원 시청 트레이닝복 한 벌만 입고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양궁 국가대표 남주 역할을 맡았다. 여담으로 트레이닝복도 모델처럼 소화한 그를 루이비통 디자이너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눈여겨보고 , 이후 한국인 최초로 브랜드의 뮤즈로 발탁하게 된다.

이제 시작이다.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더해간다. 2009년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에서 사람이 된 더치 와이프 노조미 역을 맡았다.

등장부터 '뜰 조짐'을 보인 배두나지만 여러 방면의 도전을 거듭하며 '대박 조짐'을 보이게 된다. 한국 여배우로는 처음으로 일본 아카데미 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까지 인정받았다.



이 영화는 워쇼스키 자매의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시작점이며 세계적 배우로 성장하게 만든다. 워쇼스키 자매가 '공기인형'에 출연한 배두나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되어 캐스팅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 '주피터 어센딩', '센스8' 등 워쇼스키 자매와 여러 작품을 함께하게 된다.

칸 영화제와도 인연이 깊다. 경쟁부문은 아니었지만 '공기인형', '도희야'로 칸 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았다. 이후 심사위원으로 초대되기도 했으나 '센스8'을 촬영하느라 참석하지 못했다. '다음 소희'와 '브로커'는 지난 해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폐막작과 경쟁 부문에 나란히 초청됐다. 그러나  할리우드 신작 '레벨 문' 촬영으로 인해 칸 일정에 동행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난 그지만, 한국에서의 활동도 멈추지 않았다. '비밀의 숲' 시즌1, 시즌2, '최고의 이혼', 넷플릭스 '킹덤' 등 쉴 틈 없이 달려가고 있다. 연기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대중들이 나를 지겨워할 수도 있다. '언젠가 그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날을 위해 지금 열심히 한다."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면서는 "데뷔 당시가 영화계의 르네상스 시대였어요. 운이 좋았죠. 눈부시게 변하면서 변화도 빨랐고요"라고 했다.

'운이 좋았다'며 겸손함을 보였지만 작품을 통해 양궁, 탁구, 격투기까지 소화하고, 미국 드라마 오디션을 위해 셀프테이프를 제작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직접 오디션에 도전에 참여하는 등의 다양한 도전을 거듭한 그다. 그렇게 개성 있는 탄탄한 연기로 어느덧 25년차 배우가 됐다.

"제 자신이 기특하다. 20년 넘게 이 곳에서 버티고 있다는 것 자체도 기특하고 칭찬해 주고 싶다"며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되고싶다는 배두나. 도전을 멈추지 않는, 소처럼 일하는 그가 앞으로 어떤 캐릭터들로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갈까. 계속해서 기대감이 더해진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각 포스터, 스틸컷, tvN, MBC 방송화면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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